익명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인문과학계열과 사회과학계열 학생들은 2학년이 되면 전공을 배정받는다. 이번에 A전공 배정받은 필자는 전공에 들어서서는 큰 장벽을 느꼈다. 바로 가전공생들과 새로 들어온 실전공생들의 괴리감이다. A전공은 가전공생들이 주류로서 활동하고 있어서, 새로 들어온 실전공생들이 활동할 틈이 없었다.

가전공으로 인해 필자를 비롯한 새 실전공생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성균관대학교 인문과학계열에는 가전공(假專攻) 체계가 있다. 학부로 들어오는 신입생들은 가전공이라는 일종의 소속을 배분받는다. 문과대부터 시작해서 유학동양학부를 비롯한 생활과학부에 이르기까지, 인문과학계열에 있는 모든 학과는 가전공생을 받게 된다. 그런데 가전공이란, 말 그대로 임시적인 전공이다. 어느 전공의 가전공생이 같은 전공의 실전공(實專攻)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단순히 그 전공을 원치 않아서일 수도 있고, 나쁜 경우 성적이 좋지 않아서 원치 않는 전공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가전공은 임시적인 소속일 뿐 해당 전공에 관한 어떠한 교육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 가전공 체계는 왜 있는 것일까? 숱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선배와 후배간의 소통이다. 학부의 단위는 무척이나 커서, 학부 내에서는 선배와 후배 간에 연결될만한 고리가 없다. 학부 밖으로 나간다면야 동아리 활동 등을 이용하여 선배와 후배가 소통할 수 있겠지만, 학부 내에서는 힘들다. 물론 신입생들을 이끌어 주는 프레시맨가이드(이하 FG)가 있다. 그러나 FG의 활동은 오리엔테이션과 수강신청 단계에서 끝날 뿐, 새내기 새로 배움터를 비롯해서 신입생과 관련되는 다른 것은 가전공에서 관리된다.

그러나 ‘전공’의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한다. ‘가전공’은 ‘가전공’일뿐 아직 전공이 아니다. 본인이 처음부터 원하지 않는 전공일 수도 있고, 설혹 원하는 전공이었다 하더라도 나중에 얼마든지 생각이 바뀔 수 있거나, 안 좋은 경우 학점으로 인해 타전공에 가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여느 경우든 자신이 가전공으로 몸담고 있지 않았던 전공에 간다는 것은 낯설기 쉽다. 전공예약생들의 경우 자신의 전공 선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보겠으나,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 가전공 체계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가전공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선후배 간의 만남은 필요하며, 그것을 막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래서 가전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FG도 대안은 아니다. FG가 대안이 되기에는 숫자가 너무 적다. 한 LC에 FG가 배당되는 수가 몇인가? 가전공은 FG가 해내지 못한 일들을 해내었지만, 그 폐해는 정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기존 가전공의 이점을 FG와 합칠 필요가 있다. 각 전공의 학생회에서 일정 인원을 선발하여 각 LC별로 후배들에게 선배를 배정한다면, 신입생들은 가전공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선배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학부제가 전공제로 바뀐다면 이러한 고민은 없어질 것이 명백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