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생명09)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는 성대 신문에 독자투고를 하기 위하여 먼지 쌓인 CD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만 17개월만에 바깥 빛을 보게 된 그 CD에는 자연과학계열 09학번 신입생들이 겪은 ‘가전공 배정의 비리’에 대한 폭로글이 담겨 있었다. 내가 입학 당시에 겪은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학교 측에 공식적으로 고발하고자 나는 이 CD를 만들었지만 학교 측에 전달하지 못하였고, 성대신문을 통하여 겨우 이 사실을 알리려 한다.
2009년 당시 자연과학계열은 총 7개의 세부 전공으로 나뉘는데, 신입생들은 자신의 희망에 의해 가전공을 배정받는다. 이는 실제 전공 진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단지 새터조를 배정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관심 있는 전공의 가전공을 배정받아 그곳의 선배와 교수님들과 함께 새터(‘새내기 배움터’의 준말)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은 매우 좋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입생들의 희망이 100% 무시된 가전공 배정이 이루어 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몇몇 재학생들은 굉장히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2009학년도 정시OT 당시, 신입생들은 자신이 배정받길 원하는 가전공 희망을 3가지 순서대로 적었다. 하지만 실제 배정이 이루어 질 때 이 자료들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 선배들과 일찍 친해진 신입생들은 그 선배들의 입김에 의해 배정을 받았다. 그리고 특정 학과의 여자 신입생 가전공 신청이 적단 이유로 신입생 여학생들이 해당 학과에 강제로 배정받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성비를 맞추기 위함’으로 해석하는 몇몇 재학생들의 추측이 나돌았다. 1지망으로 A과에 지원한 남학생은 B과에 배정받고, 1지망으로 B과에 지원한 여학생은 A과에 배정받는 현상이 발생했다.
신입생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원치 않는 전공의 선배들과 함께 새내기 배움터를 참가해야 하는가. 수시입학으로 미리 선배들과 친해진 신입생들은 더 유리한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는가. 깨끗하지 못한 과정으로 가전공 배정이 이루어진 ‘더러워진 새터’를 신입생들이 참가할 필요가 있는가. 남녀평등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이 탑재된 정시OT 직후, ‘남녀성비를 중요시하는 새터’를 외치는 선배들로 인해 여학생들의 가전공 희망이 무시되어도 되는가.
위의 비리는 다른 년도에도 있었다고 일반화하여 말할 수는 없다. 또한, 다른 계열에서도 있었다고 일반화 할 수는 없다. 하지만 2009학년도 자연과학계열에서는 분명히 있었던 사건이며 많은 학생들이 알고 있으나 암암리에 쉬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2009학년도 작년 새터는 ‘새내기 배움터’의 의미를 상실한 ‘재학생들의 놀이터’로 전락해버린 것이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