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반도체08)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렸을 때부터 뉴스 마지막에 짤막하게 나오는 기부자 명단을 반복해서 보고 자란 탓인지, 대학에 올라오기까지 기부란 행동에 거부감을 안고 있었다. 기부한 금액이 높을수록 비중 있게 다뤄지는 모습을 보고선 기부라는 자기희생적 태도를 고작 액수로 평가하는 것이냐 라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저 사람들은 설마 방송에 이름 한 줄 나오는 걸 바라고 기부를 했을까 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런 건 내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순수한 기부에 위배되는 것이었고 처음으로 사회라는 어른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는 매달 월드비전에 2만원씩 기부하는 것으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산다는 양심적 가책을 벗어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평생을 모은 돈을 기부하는 할머니나,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모아 더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이들의 영웅적인 태도는 언제나 나를 주눅 들게 했다. 그러던 중 성대신문에서 ‘소비 통해 마음도 give해요’라는 기사를 읽었다. 소비와 기부를 연결한 ‘기부 소비’를 조명한 기사였으며, 매달 일정 금액을 내는 형태의 기부밖에 모르던 나에겐 놀라운 지식이었다.
사실 소비의 만족감, 지출한 돈의 일부가 기부되는 데에서 오는 뿌듯함, 이 둘은 철저히 개인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나를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을 이웃을 돕는 시발점이 된다면 정말 탁월한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사 내에 이러한 ‘기부형 소비’의 예시가 그리 많지 않았던 점은 아쉽지만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기부 형태에 눈을 뜬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