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자생 집단, 젊은 국악 연대

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skkuw.com)

국악, 젊음의 소리가 되다
이미 한국에 뿌리를 내렸거나 한국적 토양에서 나온 음악, 국악. 그 자체로서 우리네 삶을 보듬어왔지만 어렵다거나 지루하다는 억울한 누명을 받아왔다. 그러나 국악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국악의 가치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국악인들의 활동이 바로 그것. 국악의 빛나는 내일을 채워보자.


평소 잘 안다고 생각했던 단어들-마임, 아카펠라, 연극-이지만 이것들을 ‘국악’과 연결시킨다면? 글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테다. 그러나 젊은 국악 연대(이하:연대)를 만나면 머릿속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뀐다.

국악을 하면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모여 결성된 연대는 국악의 힘겨운 현실 안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자칭 ‘루저’들의 모임이다. 그러나 단순히 경쟁선상에서 밀려난 실패자들의 집합이 아니다. 오히려 국악의 멋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것을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전해주고자 국악의 변형 또는 다양한 분야와의 결합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악계의 ‘위너’다.

지난 2008년 그들이 모였다. ‘지금 현재 이 땅에서 국악을 하며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옌 △이스터녹스 △정가악회 △타루  △프로젝트시나위 △太動(태동)연희단 △The 광대 등의 젊은 국악 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그들은 정해진 틀 없이 국악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가가 되길 원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국악을 위해 노력했다. 연희집단 THE 광대 기획팀장 권보람씨는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고민한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며 “일반 대중 뿐 아니라 젊은 국악을 하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은 젊다. 신체적 나이도 나이지만 그들의 국악은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이 국악의 전통성을 중요시하면서도 인접예술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악뮤지컬 △낭독음악극 △일렉트로닉 국악 등 새로운 장르를 형성하기도,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클럽이나 하우스콘서트 등 참신한 공간에서 공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그들은 일정한 기간 동안 동일한 장소에서 연대에 소속된 단체들이 각자의 공연을 릴레이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모여놀기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일상에 밀접한 국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푸른 국악의 장을 만들겠노라 청년정신을 발휘하며 정기적인 세미나와 전통예술에 대한 학습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키네틱 국악그룹 옌의 프로듀서 김미소씨는 “공연 뿐 아니라 이 시대 국악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진정한 ‘자생’의 길을 꾀하고 있음을 밝혔다.

연대만이 아니다. 그들 모두 나름의 길을 걷는다. 2001년 창단한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국악뮤지컬로 창작해 소재의 다양화를 꾀했고 The 광대는 △남사당놀이 △탈춤 △풍물 등 다양한 전통연희를 바탕으로 한 현대적인 연희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조화를 꾀하는 키네틱 국악그룹 옌의 모습도 눈에 띈다. 너나 할 것 없이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을 끌어당기고 스스로 그 장을 열고자 시도 중인 그들. 그들의 젊음을 무기로 한 거침없는 실험과 도전이 시대 안에서 숨 쉬며 그 시대와 충실히 소통하는 국악으로 재탄생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