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그리드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요즘 지하철을 타면 곳곳에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를 광고하는 전광판이 눈에 띈다. 지난 2007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2.0』에서 스마트 그리드는 ‘세계를 구할 8가지 기술’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고, 국내에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G20이 열리는 11월에는 스마트 그리드 홍보관이 개설될 예정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는 과연 무엇일까?


공급자와 수요자간의 실시간 상호작용을 통해 전력이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Climate Inc
그동안 전력 시스템은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그 때문에 공급자는 소비자에게 실제로 사용할 전기보다 10~15% 정도 더 공급해왔다. 전기가 더 많이 사용될 경우를 대비해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버려지는 전기도 많아 에너지의 효율성이 떨어졌고,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도 배출됐다. 이러한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스마트 그리드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기의 ‘생산-운반-소비’ 과정에서 공급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하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전력망이다. 전력 생산자는 전력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대에 수요가 쏠리지 않도록 분산시켜 과부하에 따른 전력망의 고장도 막을 수 있다. 한편 수요자는 요금 현황을 보면서 전기 요금이 싼 시간대에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 사용이 많은 시간대에 쓸 수도 있다. 

이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스마트 그리드를 국내에서도 눈여겨보고 도입을 추진했지만,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국내의 기존 전력망은 잘 구축돼 있고 꾸준히 관리되고 있어 불시에 발생하는 연간 정전시간이 세계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마트 그리드는 친환경적인 점을 높이 평가받아 도입될 수 있었다. 전기는 생산 과정에서 거의 공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운반과 소비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하는 점이 아쉬운 단점으로 꼽혔다. 이를 해결한 스마트 그리드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타개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기존 에너지의 이용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새로운 대체 에너지의 개발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의 강세일 대리는 “스마트 그리드의 최종 목표는 에너지 공급과 소비를 효율화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08년 ‘그린 에너지 산업 발전전략’의 과제로 스마트 그리드를 선정했고,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현재 제주 구좌읍에서는 ‘제주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강 대리는 “전력 IT 분야의 성과를 실증단지를 통해 실제 산업에 적용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에 완벽한 기술이 존재하기는 어렵다. 전력을 효과적으로 절약하는 스마트 그리드도 보안이 취약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한국정보보호학회의 주관으로 ‘스마트 그리드 보안 워크숍 2010’이 열리는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취약점을 보강해 완벽한 기술로 거듭날 스마트 그리드가 ‘세계를 구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