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현지 기자 (neungson@skkuw.com)

나는 신문사에서 다른 기자들은 하지 않는 한 가지 일을 맡고 있다. 그것은 매주 종합보도3면에 실리는 SKKorts(스코츠) 기사 아이템을 찾는 일. 최근 들어 여성들에게 큰 인기라는 야구도, 멋진 선수들이 많은 축구도 남 얘기일 뿐인 나에게 스포츠는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사이처럼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매주 자과캠 수성관을 찾아가고 수시로 학교 스포츠단 소식을 검색해보는 것이 이제는 꽤 익숙해졌다.
사실 첫 번째, 두 번째 기사인 농구부와 태권도부에 대한 기사를 쓸 때까지만 해도 수성관은 인사캠에서 멀기만 하고, 경기 용어들은 어렵기만 해서 ‘이걸 괜히 맡아서 했나’하는 후회도 잠깐 했었다. 하지만 우리 학교 배구부와 UBC의 친선 배구 경기를 관람한 날, 마치 라이브 콘서트에서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에 ‘이래서 경기를 직접 보러 가는구나!’라고 속으로 몇 번이나 깨달았다. 승리를 위해 바삐 몸을 움직이는 긴팔, 긴다리의 선수들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4층 높이의 수성관을 가득 채운 열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됐다.
스포츠단 사무실 조교 언니부터 운동부 감독님들까지 스포츠단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거칠고 무뚝뚝할 것이라는 나의 편견 또한 아주 말끔하게 지워졌다. 사진 속에서 빛나는 금메달을 들고, 그보다 더 빛나는 근육질 몸을 갖고 있던 육상부 선수는 ‘우승 축하드려요’라는 나의 인사에 쑥스럽게 대답했고, 농구 규칙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뻔뻔함 하나만으로 감히 농구부의 부진한 실적에 대해 물었을 때에도 친절하게 답해주신 감독님의 인자한 목소리는 참 인상 깊었다.
스포츠단 사람 모두를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취재할 때마다 취재원들로부터 들은 공통적인 이야기는 ‘사람들의 무관심’이었다. 대회 때 상대 학교에서는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위축됐었다는 이야기, 우승을 해도 당연하게 여기거나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사기가 떨어진다는 이야기. 듣고 보니 왠지 매주 이틀 밤씩 새며 신문을 발간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 신문사 기자들이 생각나 스포츠단 선수들에게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언제까지 체육관에 어울리지 않는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수성관을 드나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 이상 그들을 직접 만나지는 않더라도, 스포츠단과 함께한 시간이 그리 적지만은 않기 때문에 ‘콩균관’이라 불리는 우리 학교 야구부가 또 준우승을 하면 누구보다 아쉽고, 인터뷰했던 선수들이 유명해져 TV에 나오면 누구보다 반가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