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

기자명 고두리 기자 (doori0914@skkuw.com)

서은국 교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행복학자다. 행복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그의 스승이기도 한 심리학자 애드 디너(Edward Diener)의 논문 「Subjective well-being(주관적 안녕감)」을 대학 시절 우연히 보고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그에게 한국인의 행복에 대해 물어봤다.내용을 입력하세요.
 


■ 올해 ‘한국인 맞춤형 행복지수’를 개발했다 
행복 측정방법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미국 심리학자들이 고안한 것들이다. 행복을 잴 때 ‘정서’라는 요소가 가장 중요한데, 번안해서 쓰다 보니 한국인만의 정서가 포함되지 않을 때도 있다. 나라마다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국인의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문항들을 보완해 만들었다.  

■ 평균 63.22점, 경제대비 수준 낮은 편인데
우리는 보통 돈을 더 벌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하지만, 연구 결과 이에 대한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건강 △돈 △외모 등 외부적인 조건들에 투자한다. 사업으로 치면 이윤이 안 나는 영역에 계속 투자하는 꼴이다. 우리나라는 물질주의가 만연돼 있다. 물질을 추구하다 보니 실제 행복과 관련 있는 것들을 버리게 되는 것이다. 물질을 좇는 나라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GDP(국내총생산)가 1만 불이 넘는 국가는 경제가 더 성장한다 해서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이러한 나라에서는 개인의 자유로움이 높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로움이란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상식적인 얘기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적다. 매사 남의 눈치를 보고,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남을 따라가기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나의 라이프를 찾아야 한다. 심리적인 자유로움이 없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행복해지기 위해 스스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다. 

■ ‘주관적 안녕감’이라는 강의도 하고 있다
사람마다 행복감을 다 다르게 느끼지만 그 속에서 공통으로 경험하는 게 있는데, 바로 ‘긍정적인 정서’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부정적인 정서를 덜 느끼고, 삶에 대해 만족한다. 이 세 가지를 묶어 주관적 안녕감이라 한다. 강의에서는 행복에 관한 철학 얘기부터 시작해 행복에 대한 주요연구 등을 가르치고 있다.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문과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이라고 들었다(웃음). 

■ 본인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나
행복을 연구하면서 어떤 것들이 행복해지는 요소인지 알게 됐다. 물론 행복은 유전적으로 어느 정도 범위가 결정되기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써먹으려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 행복해지기 위해 이보다 중요한 게 없다는 걸 나는 확실히 알았다.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 해도 감사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