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조현상

기자명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아버지! 며칠 동안 방에서 새로 만든 시계들을 계속 관찰하던 도중 굉장한 사실을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1,2 피트 정도 떨어져 나란히 걸려 있던 시계 두 대의 추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흔들리는 겁니다. 아무리 동조를 깨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의 동조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시계가 동조됐을 때는 추가 같은 방향이 아니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입니다.


이는 1665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호이겐스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호이겐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바로 무생물 사이의 ‘기괴한’ 동조현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당시 호이겐스는 자신이 발견한 동조현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추의 동조를 깨어놓았을 때 미동도 하지 않던 의자가 흔들리는 것을 목격했다. 의자는 진동을 계속하다 시계 사이에 동조가 이뤄지자 떨림을 멈추고 조용해졌다. 이 미스터리한 현상은 2002년에서야 미국의 한 연구팀에 의하여 해결됐다. 두 시계추는 완전히 정 반대로 움직이는 동조를 이뤄 서로의 진동을 상쇄해 에너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즉 동조현상은 ‘기괴한’ 현상이 아닌 ‘똑똑한’ 현상인 것이다.

무릇 동조가 무생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생물 사이에서의 동조현상은 수 없이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고 심지어는 양자역학 세계에서도 원자끼리 동조가 일어난다. 이러한 동조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한 시도가 일어났고 20세기 후반 무렵부터 질서의 비밀을 찾아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동조현상 메커니즘이 탄생했다.
여기서 말하는 동조현상이란 영향을 주고받아 서로 무언가 같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은 진동자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연결을 시도하고 그 결과로 동조현상으로 일어나 모든 진동자가 같은 양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나타난다.

동조현상은 인간 역사 아래 가장 문명화된 21세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무질서 속 질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때로는 동조현상이 엄청난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2000년 개봉한 영국 밀레니엄다리의 경우가 그랬다. 다리 개통식 날, 수백의 인파가 다리 위로 뛰어 들어갔고 사람들은 같은 모양새로 춤추듯 걷고 있었다. 한 차례 거센 바람 등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중심을 잃고 한꺼번에 같은 쪽 발을 내디뎠고 그것은 다리의 약한 흔들림을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처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쪽 발을 내딛게 됐고 이는 다시 더욱 큰 다리의 흔들림을 유발하게 된 것이다. 마치 흔들다리에서 노는 아이들처럼 일정한 리듬에 맞춰 춤추는듯한 행동이 연이어졌고 다리 또한 흔들다리인양 꿈틀댔다. 결국 다리는 안전성의 문제로 2년간의 보수를 거친 후 재개통됐다.

동조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 속에서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끼리 맞추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까지도 동조라는 이름 아래 묶일 수 있을 것이다. 시계추처럼 효율을 극대화하고 노래와 춤추는 일처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동조현상, 이것이 바로 자연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