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명지 기자 (ymj1657@skkuw.com)

성대신문은 매주 화요일마다 평가회의라는 걸 한다. 이번 주에 발행된 신문을 보고 판은 어땠는지, 이 기사는 이랬고 저 기사는 저랬다는 식으로 스스로 반성 내지 평가의 시간을 갖는 것. 사실 필자는 최근 들어 이 시간이 괴롭고 짜증났다. 내가 봐도 우리 부서 기사는 해당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독자들의 구미를 끌어당기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런저런 핑계로 요즘 들어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기사의 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기사를 써내고 있었고, 레이아웃 면에서도 늘 똑같은 판과 모호한 사진을 싣고 있었다. 쓰는 이에게 흥미롭지 않은 글이 읽는 이라고 해서 재밌을 리 없다. 독자들 역시 우리 기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급 우울해지고 있던 시기였다.
이번 주는 특집 기사까지 맡았는데 마감 요일이 다가오도록 취재원을 구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취재를 위해 우리 학교의 교수님과 점심을 함께 했다. 예상은 했지만 필자가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는 취재원이 아니었고, 기왕 이렇게 된 거 교수님 말씀이라도 들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교수님은 필자에게 기자가 되고 싶어서 신문사에 들어갔냐고 물으셨고, 필자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자를 꿈꿨고 그래서 신문사에 들어왔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고 대답했다. 한창 인터뷰를 하던 중 교수님은 불쑥 “지금 기자 얼굴엔 joy(기쁨)가 없네요”라며 신문사에 들어온 후 꿈이 바뀐 이유가 혹시 생각했던 이상과 직접 겪어 본 현실 사이의 간극이냐고 물으셨다. 가뜩이나 취재가 안 돼 힘든데다가 신문사 일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필자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그걸 눈치 채셨는지 교수님은 “예전부터 꾸던 꿈이 실제로 가까워진 후에 많은 학생들이 이 길이 아닌가 하고 많이 고민한다”며 “그럴수록 꿈을 더 높이 잡으라”고 하셨다. 덧붙여 “오랫동안 생각했던 꿈이 이쪽이고 또 그걸 조금이라도 실행에 옮겼다면 처음 했던 그 생각이 맞다”고 하셨다.
한 시간 남짓한 점심시간이었는데, 그 한 시간을 기점으로 필자의 몸과 마음에서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난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다시 취재원을 찾아 나섰는데 거짓말처럼 컨택이 됐고 펑크나는 줄로만 알았던 특집기사도 무사히 쓸 수 있게 됐다. 써야 할 기사가 세 개나 돼서 짊어지고 있던 부담도 어느새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비록 한 시간이었지만 앞으로 필자의 신문사 생활에 두고두고 힘이 될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