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수(전자전기07)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추위가 조금씩 물러서고 봄이 다가오면 따뜻한 기운에 내 마음도 따듯해진다. 각자에게 봄이 가져오는 다양한 선물이 있듯이 나도 봄이오면 가벼운 옷을 입을 수 있어서 좋고, 싱그러운 햇살에 행복해진다. 그러나 나는 봄의 선물 중 그 무엇보다도 목련을 가장 사랑한다. 봄이 오고 신학기가 시작되면 학생회관 앞에 아직 잎도 나지 않은 한 나무의 수많은 가지에서 겨울내 솟아있던 꽃봉오리를 뚫고 하얀 꽃잎이 올라온다. 봄비가 내린 후 비에 젖어 색이 짙어진 나무와 물방울이 맺혀있는 꽃봉오리와 수줍게 내비치는 하얀 꽃잎의 대비는 시각적으로 즐거울 뿐 아니라 생명력이 넘쳐 바빠지기 시작하는 학교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며칠 더 시간이 흐르면 하나 둘 꽃이 피면서 봄의 화사함을 보여주고 시각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후각적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만개한 목련은 봄을 축하하기 위해 터트린 폭죽 같아서 그 아래 서서 바라다 보면 세상을 향해 울려 퍼지는 그 파열음이 들리는 것 같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흩날리는 꽃 종이 보다 더 아름다운 꽃잎이 떨어진다. 그리고 떨어지는 꽃잎을 따라 봄도 이 땅에 내려온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march를 위한 팡파레 이다.
그러나 봄보다 먼저 찾아와 그를 위한 환영식을 치르는 목련의 모습도 아름 답지만 나는 좀더 많은 추락이 있을 때 그러니까 목련의 순백의 꽃잎이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낙하라 때야 말로 그 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드러난다고 말하고 싶다.
목련은 사실 그 출생부터가 고귀하다고 할 수 있는 꽃이다. 모든 꽃들이, 단 한 송이도 빠짐없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그것을 위해 꽃을 받치는 가지들은 땅을 향해 내려 가다가도 기형적으로 휘어져서 다시 하늘로 솟아 오른다. 그러한 비틀어짐 위에 피어난 꽃은 자신의 생이 다 할 때까지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고 오로지 높은 이상을 향해 끝없이 자신을 정화한다. 떨어지는 꽃잎, 잘라 내버린 오염, 순수성을 상실한 껍질 조차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언제나 하늘을 마주본다. 그래서 인지 나는 목련 속에서 자신을 끝없이 알아가는 부처의 모습을, 때로는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는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꽃 속에 하나의 세상이 있었고, 궁극적 자아가 존재 했으며, 그리고 그것을 알을 깨고 나온 한 마리의 새다.
흩날린 깃털을 떠나 보내고 그 속에 남은 붉은 심지는 이제는 푸른 잎사귀들 속에서 수많은 순수의 씨앗들을, 아름다움을, 그리고 희망을 담고 있다.
이번에 들어가게 된 연구실의 창문 바로 너머에 목련 나무가 있는 것이 꼭 우연인 것은 아닐 것이다. 나에게 다시 찾아온 나의 스물 세 번째 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