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1980년대 이후 선진국들은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기치 아래 고등교육 개혁을 가속화 하였다. 우리나라 대학도 1990년대 중반부터 서구의 교육을 벤치마킹하여 대내외적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매진해 왔다. 대학 경쟁력의 객관적 지표가 되는 것이 대학평가기관에서 발표하는 대학순위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대학들은 이러한 평가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으며, 평가 점수와 대학 순위를 올리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평가로는 QS(Quacquarelli Symonds)의 세계대학랭킹,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세계대학랭킹, 그리고 상하이 자이퉁 대학의 ARWU(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 등이 잘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국내 대학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11년도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결과가 발표되었다. 주요 언론과 대학 관련 기관들은 저마다 대학의 순위 결과를 앞 다투어 보도하였으며, 사회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주요 대학들도 자기 대학의 전체 순위가 얼마나 약진을 하였고, 어떤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식의 홍보에 집중하였다. 우리대학도 아시아 27위로 지난 년도에 비해 16계단이나 상승하여 주목을 받았다. 물론 우리대학이 외부의 평가기관에서 높은 순위를 받았다는 것은 기뻐할 만하고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그 결과에 만족하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 평가기준이 포착하고 있지 못하는 대학교육의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2011년도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의 평가 기준은 △연구능력 60%(교원당 논문 수 15%, 논문당 인용수 15%, 학계평판도 30%) △교육 수준(교원당 학생수 비율) 20% △졸업생 평판도 10% △국제화 10% 등 4개 분야를 점수화한 것이다. 이 평가 기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연구수준이다. 우리 대학이 좋은 성과를 거둔 주된 요인도 연구 부문에서의 급격한 상승세와 그에 대한 학계의 인식이 개선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닌 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평가에서 연구 부분이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학평가의 순위가 높은 대학은 다름 아닌 연구력이 뛰어난 대학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평가에서는 대체로 우수한 이공계 대학이거나 이공계에 강점을 가진 대학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아시아 대학 1위를 차지한 홍콩과기대나 한국의 카이스트(한국 2위, 아시아 13위)와 포스텍(한국3위, 아시아 14위) 등이 이 점을 여실히 증명해 준다.
우리 대학은 지난 6월 15일 VISION 2020 대학종합발전계획 선포식을 가졌다. 물론 그 계획에는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궁극적 목표는 ‘아시아 TOP 10, 세계 50위권의 대학 진입’이다. 우리 대학 구성원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러한 원대한 목표가 2020년에 실현되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생길지도 모르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아시아 TOP 10, 세계 50위권의 대학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대외적인 대학평가를 잘 받는 것이고, 대학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대학평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연구력을 제고할 수밖에 없다. 대학의 연구력을 제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마 1년에 겨우 국내논문 한두 편을 게재하는 인문사회계보다는 SCI급 논문을 양산해 낼 수 있는 이공계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대학교육이 재정이나 인적 자원 분배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교육보다는 연구에 집중하게 되고, 학문도 연구력에 비교우위를 가진 학문중심으로 편중되기 십상이다. 그 결과 대학은 학문과 교육, 학문과 학문 사이에 균형적인 발전을 이루기보다는 특정 영역과 분야만 발전하고 그렇지 못한 분야는 퇴보하는 기형적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총체적 지식(universal knowledge)을 추구하는 대학(university)의 본래 개념에 어긋난다. 상황 속에서는 설혹 우리대학이 아시아의 TOP 10 대학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구성원은 만족하지 못할 것이며, 순위의 상승도 체감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대학평가와 관련하여 두 가지 상반되는 과제를 동시에 만족시킬 필요가 있다. 하나는 바깥으로 드러나는 대외기관의 평가를 잘 받아서 학교의 브랜드를 높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평가에 드러나지 않는 대학교육의 내실화를 기하는 일이다. 아무리 우리 대학이 뛰어난 고등교육기관이라고 자처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그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학평가에서 좋은 순위를 받았다는 것에 너무 우쭐해 할 필요도 없다. 대학평가의 순위라는 것이 평가 기준(평가 항목, 가중치, 평가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그 순위가 높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대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은 평가기준으로 포착되지 않은 많은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평가와 더불어 대학교육이 대학의 본질과 우리대학의 고유한 이념에 충실한 것인지를 부단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