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오상 편집장 (osyoo@skkuw.com)

6호 태풍 ‘망온’은 결국 일본에 상륙했다. 여기 서울은 몇 주 동안이나 비가 오다 최근에는 더워 죽을 지경이다. 반면 같은 시각 일본에서는 큰 피해 소식이 친구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지난 5호 태풍이 우리나라를 뚫고 지나갈 때는 일본으로 본의 아니게 피신한 꼴이 됐다. 올해엔 태풍을 겪지 않아서일까? 정말 남 얘기하듯 태풍을 말한다. 사실, 쨍한 불구하고 필자 주위에만 태풍이 부는 것 같이 느껴진다. 2년 동안 밑에 있는 사진 칼럼에 기거해 이곳을 다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2년 동안 모르던 걸 이 자리로 이사 온지 두 달 만에야 깨달은 것이다.
필자의 만만해 보이는 인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서 바람을 불어대는 형국이다. 여기저기서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아우성이다. 처음이라 그런지 당황스럽고 하소연하기도 힘들다. 어디 얘기해도 공감해줄 친구가 없기는 물론이고 제 얼굴에 침 뱉는 것 같은 씁쓸한 뒷맛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만 힘들다는 자기만의 내부논리에 빠져 처음 한 달은 엄청나게 비효율적으로 고생만 한 기억이 난다.
지금 와서 더 후회되는 건 내가 대학언론이란 곳에 몸담고 있으면서 주위에 너무 무관심 했던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당장 인사캠 뒷산 너머의 큰 태풍을 몇 달째 관망만 해온 것은 아닐까? 방학이 반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반값 등록금이란 거대한 담론을 양 어깨에 짊어진 채 광화문에서 자신들의 목소리와 권리를 외치고 있는 학우들을 자주 목격한다. 필자가 집회를 반대하던 아니던 그걸 보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여러 일간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내가 수습이었을 땐 보지도 못하게 하던 몇몇 일간지도 이제는 마음 편하게 보게 됐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어제는 ‘포퓰리즘’, 오늘은 ‘학생의 입장에서’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판을 친다. 누구 하나의 얘기가 아니라 너도 나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도 이런 사람들은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더 최악인 것은 의제가 설정되고 1년이 다되도록 관망만 하는 사람들이다. 한마디 말도 없이 1년을 버티다가 궁지에 몰리자 툭툭 내뱉는 단편적인 말들로 수명을 연장하려는 사람들은 신문 어딘가에서 꾸준히 나온다. 이제는 이들이 신중한 사람이라는 생각 보다 그냥 관심이 없는 사람들로 보이게 된다. 비단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정치적 격변기에 중립을 지킨 자들의 자리이다” 단테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의견을 가지고 당당하게 말하고 부딪힐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옥불의 뜨거운 맛을 보는 것 보다는 태풍에 생쥐처럼 젖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