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본격 종편 시행… 언론계 판도 바뀔지 귀추 주목

기자명 양명지 기자 (ymj1657@skkuw.com)

KBS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6개월 후면 강호동이 빠진다. 한예슬의 남자친구는 종편사 대주주라는 소문이 돈다.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지난 3개월간 무려 10명의 PD가 종편행을 택했다. 이처럼 방송가를 비롯한 언론계는 물론 기업, 학계까지 떠들썩하게 만든 종편, 그것은 무엇이고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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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란 케이블TV와 위성방송, IPTV 등을 통해 교양ㆍ뉴스ㆍ드라마ㆍ스포츠ㆍ오락 등 모든 장르를 방송하는 채널을 말한다. △EBS △MBC △KBS1, 2 △SBS로 이뤄진 지상파 방송도 일종의 종편이긴 하지만 종편은 △케이블이나 위성TV에 가입한 가구만 시청 가능하고 △하루 19시간으로 방송 시간이 제한되는 지상파와 달리 24시간 방송하며 △방송 중간 광고가 허용되고 △지상파에 비해 심의와 규제가 느슨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즉, 종편이란 지상파와 동일한 사업모델을 지니지만 환경 면에서 그보다는 더 자유로운 채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종편의 시작은 지난 2009년 이른바 ‘미디어법’ 개정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정된 미디어법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지만 그중에서도 신문과 방송의 겸영 금지 조항 삭제와 종편 허용이 핵심쟁점이었다. 미디어법 개정에 대한 정치권, 언론들의 찬반양론은 엇갈렸지만 결국 법안은 통과됐고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에는 신규 종편 사업자로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선정됐다. 이들은 각각 △채널A △MBN △TV조선 △jTBC라는 이름 아래 올 하반기 혹은 내년 초 개국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기존 방송국의 유명 PD와 작가, 연예인들을 대거 스카우트하고 광고 수주를 위해 기업 홍보 담당인사와 만남을 가지는 등 초반 입지를 견고히 하기 위해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종편, 일장일단(一長一短)
종편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상당하다. 종편 시행의 긍정적 측면으로는 크게 △컨텐츠의 다양성 △방송 산업 육성과 세계화 △방송계 일자리 창출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종편은 지상파에 비해 제약이 적어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방송을 보다 풍부하게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채널 선택권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창의적 인재에 대한 일자리 창출 효과도 예상된다. 또 외주제작을 활성화하고 기존의 케이블ㆍ위성채널도 지상파 방송 컨텐츠를 재탕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에서 통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컨텐츠를 갖춤으로써 한국 미디어 산업의 선진화와 세계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신문과 방송의 공조 취재를 통해 보도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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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측면도 만만치 않다. △경쟁 심화에 따른 방송의 질적 하락 △신문과 방송 겸영 시 언론 독과점에 따른 여론 왜곡과 다양성 훼손 등이 그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방송 시장에 종편이 도입되면 경쟁이 심화되고 그 결과 높은 시청률을 노린 상업적 프로그램이 만연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오히려 미디어의 다양성을 해치고 방송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전 국민의 80% 이상이 케이블TV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종편의 영향력은 지상파에 맞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폭스뉴스의 불법도청 사건처럼 거대 자본을 앞세운 언론 재벌이 공적 이익이나 요구를 등한시한 채 특정 계급의 이익만 대변하거나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보도를 하면 민주주의의 기반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종편 4개사는 모두 서울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방송을 하지 않게 되는데, 이는 가뜩이나 심각한 중앙 집중화를 가중시킬 수 있다. 종편이 마치 EBS처럼 사교육 시장에 진출할 경우 사교육이 지나치게 상품화ㆍ과열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외에도 현행 방송법에 따라 종편에 방송광고 판매대행사(미디어렙)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자사에 광고 수주를 해주지 않은 기업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를 쓰는 등의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각계의 서로 다른 입장
종편을 둘러싼 각계의 입장은 판이하다. 종편에 찬성하는 쪽은 여당인 한나라당과 거대 신문사, 그리고 대기업들이다. 이들은 전 세계적인 미디어 집중과 이종매체 간 교차소유(cross-ownership, 겸영) 추세를 들어 종편을 지지한다. 언론에도 시장경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종편 시행에 대해 우리 학교 권상희(신방) 교수는 “매체에 대한 수용자의 필요가 증대되고 사회가 점점 정보화ㆍ스마트화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며 “1조 5천억이라는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방송 컨텐츠는 물론 (방송)소비자의 시청 습관에 이르기까지 문화적으로 큰 변화가 따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소비자 입장을 대변하는 여러 시민단체는 종편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정부가 종편에 특혜를 주려 한다고 비판한다. 전국언론노조의 정희찬 사무처장은 “정부는 종편 4개사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하도록 △지상파 채널 사이사이에 있는 홈쇼핑 방송처럼 낮은 채널 번호를 부여하려 하고 △보도 기능을 갖는 방송인데도 직접 광고를 거래할 수 있게 하며 △그간 광고를 금지했던 의약 전문품, 샘물 등의 품목을 완화해 주는 등의 특혜를 베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세계적인 추세라기보다는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최소한의 겸영만 허용하고 언론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본격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분분함에도 이변이 없다면 올 하반기를 전후로 종편 4개사가 새로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우리보다 앞서 종편을 실시한 일본의 경우 신문사가 방송사를 소유하는 구조였지만 주요 신문사들의 논조가 달라 언론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을 수 있었다. 반면, 역시 종편을 허용하는 이탈리아는 언론이 총리에게 지배당했고 미국은 공영방송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 현재 종편 개국을 앞둔 우리나라 신문사들은 논조가 비슷하고 종편 시행 후 권언유착이나 공영방송의 영향력이 약화될 여지는 충분하다. 종편의 기반을 닦는 중요한 시점에서 외국의 사례와 현재 나오고 있는 우려를 반면교사 삼아 언론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다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