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목적 알 필요 있어… 대중화 노력 필요

기자명 김은진 기자 (eun209@skkuw.com)

‘수포자’란 수학을 포기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한 언론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 60%가 수포자 대열에 합류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2012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전년도에 비해 수리 비중이 높아진다. 대체 수학이 뭐길래 학생들을 괴롭히는 걸까? 그럼에도 사회에서 수학의 중요성을 외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수학, 그것의 정체성은
수포자라면 누구나 해봄 직한 생각이 있다.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수학과의 천기상 교수는 “수학으로 과학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배우는 미적분학은 과학에서 언어의 역할을 한다”며 “대부분의 과학 이론을 설명하는 데에 미적분학은 빠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니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의 저자 임익 씨는 수학적인 힘이 과학·기술뿐 아니라 인문·사회 분야에도 깊숙하게 침투해있다면서 수학을 응용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질 것을 강조했다. 즉 수학을 배우는 것은 전체 학문을 놓고 봤을 때 외국어로 치면 문법을 익히는 단계인 것이다.
또한 수학은 실질적으로는 금융이나 보안 분야에서 곧바로 쓰이기도 하지만 수학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분야에서도 필요할 수 있다. 천 교수는 “일상에서 요구되는 정확한 판단은 논리적인 생각에서 나온다”며 “판단에 앞서 수학을 통해 엄밀하게 증명하는 과정을 거치면 이 논리성이 키워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수학과의 공통적인 교육 목표도 ‘다른 교과를 학습하는 데에 유용하고 수준 높은 정신활동에 수학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 즉 우리는 수학을 통해 배운 능력으로 실생활에서 적용이 가능한 판단력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을 잘 하는 데에는 무엇이 중요할까? 미국의 신경생물학자인 스페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좌뇌는 계산과 논리, 우뇌는 공간지각과 상상력을 담당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학을 잘하는 데에는 좌뇌가 아닌 우뇌의 활용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계산이나 논리를 키우는 것이 아닌 공간지각을 자극함으로써 수학적 감각이 길러지는 것이다.
우뇌의 감각은 문제 전체를 바라보고 배열의 상태와 규칙을 찾아냄으로써 길러질 수 있다. 그를 위해 잘 쓰이는 방법이 ‘패턴 인식’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건 현장에 도착한 형사가 처음부터 시체나 증거물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한눈에 살펴 주위의 공간 배치와 사물의 배열 상태를 살피는 것이 패턴 인식 방식이다. 노벨물리학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내게 수학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수학은 한마디로 패턴 찾기다’”

수학과 친해지는 과정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이와 정 반대로 주입식으로 계산법을 가르친다. 엉뚱하게 우뇌가 아닌 좌뇌만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 결국 포기하는 이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에 수학 관련 기관들은 현 상황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 제기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지만 과거와 구별되는 최근의 시도가 두 가지 존재한다. 하나는 직접 대중과 접촉하며 수학을 전파하는 ‘수학대중화사업단’이며 다른 하나는 학부와 대학원의 교육과정 연계를 통해 학부생을 수학의 길로 적극 끌어당기는 ‘수리과학연구소’이다.
우선 수학대중화사업단은 사람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느끼도록 하고자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 8월에 출범시킨 단체다. 이들은 지난 9월 1일부터 △감성의 학문, 수학 △수학의 상처를 치유하다 △셜록홈즈와 CSI로 보는 21세기 등의 주제로 각 대학을 돌며 강연을 하고 있다.

수학대중화사업단 홈페이지

한편 이화여자대학교 수리과학연구소는 2009년도에 이공계 중점연구소 사업에 선정돼 9년간 총 60억 원의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지원금은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와 환경시스템 간의 상호 작용을 연구해 환경 혹은 생태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 쓰인다. 이를 위해 ‘계산과학’이라는 대학원 학문을 학부생 과정과 연계해 실시할 계획이다.
이렇듯 우리는 주입식 교육이라는 잘못된 체제하에서 수학이란 과목의 참된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그렇기에 수학을 잘하는 방법은 더욱 터득하기 어려웠다. 이제 ‘수학 = 어렵다’는 편견과 두려움은 접어두고 올바른 길로 방향을 돌려 보기를. 『수학의 오솔길』의 저자 이정례 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생활이 곧 수학이고, 우리의 생각이 곧 수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