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곤충이지만 인간 사회 속 문제의 해결책 제시하기도

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지난 18일, 외신에 따르면 개미가 계급에 따라 영양상태가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제 개미에 대한 인류의 연구가 개체의 지방 축적량을 확인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여기에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등 매체의 역할이 더해져 개미는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존재가 되고 있다. 어쩌면 인류에게 개미가 매력적인 존재임을 반증하는 현상이 아닐까?

ⓒsanchom

역사적으로 매우 오래된 사료에서 개미에 대한 언급을 찾으면 기원전 천 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솔로몬 왕은 게으른 자에게 “개미를 보고 배우라”고 질책한 바 있으며 코란과 탈무드에도 개미가 등장한다. 또 아리스토텔레스는 개미와 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이렇듯 개미는 오래전부터 건실한 일꾼의 이미지로서 인간이 있는 곳 어디서든 흔히 발견되는 곤충이었다.

인간과 개미 사이 연결고리
그런 개미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18세기였다. 영국의 윌리엄 굴드나 프랑스의 르네 레오뮈르 등 당대 서양의 곤충학자들은 관찰을 바탕으로 군집을 이뤄 사는 개미의 습성을 파악했고 이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이때부터 개미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졌는데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랑 켈러의 말처럼 “개미학자라는 명칭이 따로 생길 정도”였다.
이에 따라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개미 사회의 계급은 단순히 일꾼과 여왕의 차이가 아닌, 문지기부터 식량보존, 가축관리에 이르기까지 매우 세분화된 분류체계를 지녔다. 예를 들어 꿀단지개미의 몇몇 일개미들은 자신의 모이주머니에 꿀을 가득 담아 보관한다. 가득 찬 꿀 때문에 모이주머니가 마치 풍선처럼 늘어난 이들은 천장에 매달려 지내면서 먹이가 부족할 때 동료 개미들에게 자신의 꿀을 토해주는, 비상식량의 보관 역할을 한다.
또 인간이 가축을 기르듯이 개미들도 진디를 가축 삼아 돌보며 그들의 분비물을 먹는다. 로랑 켈러는 저서 『지구의 작은 지배자 개미』에서 “진디의 배설물은 그냥 두면 금세 곰팡이가 핀다”며 “개미들은 협력자(진디)가 깨끗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설물을 멀리 날려버린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가위개미를 비롯한 몇몇 종들은 직접 작물을 재배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로랑 켈러는 저서에서 “곰팡이재배개미는 곤충의 대변을 모아 효모균을 배양한다”며 “또 다른 아타개미는 식물에 버섯을 재배해 따먹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흥미로움’ 이외에 다른 요소에서 개미에 주목하는 학자도 있다. 바로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에드워드 윌슨 박사, ⓒEOL Learning and Education Group
윌슨이다. 하버드 대학의 생물학 교수였던 윌슨은 개미 교양서적 중 가장 유명한 『개미 세계 여행』의 저자로 개미 연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 그는 개미 밖의 영역에서도 퓰리처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데 『인간 본성에 대하여』라는, 진화론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였다.
윌슨은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이어나간 생물학자였으며 『인간 본성에 대하여』는 인간의 모든 행위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해낸 책이다. 그런데 개미 연구자라는 그의 특성 때문인지 이 책에는 개미와 인간 사이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윌슨은 △군체를 형성하는 무척추동물과 △사회적 곤충 △포유동물을 가장 진화한 동물로 보았다. 여기서 그는 공동체를 조직하거나 협동하는 과정이 고도의 지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개미가 인간의 동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계급이 나뉘고 연령대를 구분하고 특정 관습을 가지는 등의 개미 사회의 행동들은 인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행동들이다. 따라서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 개미를 보면 인간의 본성도 이해할 수 있다. 즉 개미와 인간은 자연선택이라는 맥락에서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윌슨이 자연선택의 범위를 집단으로 보았는지, 개체로 보았는지 분명치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박도 적잖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연결고리의 존재 여부이다. 다른 곤충들 중에서도 특히 개미는 인간과 매우 비슷한 행동 양상을 보이며 이는 진화론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이 관점에서 인류는 개미에 대해 특별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미에게 답을 묻다
이후 계속된 연구에 인간은 개미의 서식 행태를 자신의 삶에 응용할 수 있었고, 이로써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곤 했다. 개미가 집단을 이뤄 살며 최대의 효율을 추구하는 과정이 인간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예 중 하나로 ‘개미 알고리즘’을 들 수 있다.
벨기에의 곤충학자 장 루이 드뇌부르크는 개미들이 집에서 먹이까지 어떻게 가장 빨리 갈 수 있는지를 알아냈다. 먹이를 발견한 개미는 자신이 지나간 길을 따라 페로몬을 뿌린다. 이후 그 뒤를 이어 더 많은 개미들이 그 길을 따라 자신의 페로몬을 뿌리기 때문에 점점 명확한 길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페로몬은 휘발성이기 때문에 개미들은 자연스럽게 페로몬이 없어지기 전에 최대한 여러 번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게 되고, 결국 가장 짧고 효율적인 이동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ll conte di Luna
이탈리아의 마르코 도리고와 브뤼셀 대학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냈다. 이들은 개미의 움직임을 프로그래밍했고 가상회로 속 개미들이 디지털 페로몬을 뿌려 길을 만들게 했다. 이후 가상 개미가 많이 다닌 길을 연결해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냈으며 개미 콜로니 최적화(ACO, Ant Colony Optimization)라고 불리는 알고리즘을 탄생시켰다. 실제로 많은 체인점을 가진 회사들은 중앙의 창고에서 각 소매점에 물류를 배달하기 위해 이 알고리즘을 이용했다.
개미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 방법은 로봇의 움직임에도 적용됐다. 열대림 나무 꼭대기에 사는 베짜기개미는 서로의 몸을 엮어 사슬을 만든 후 그 사슬로 나뭇잎을 모은 다음 누에로 가장자리를 붙여 집을 만든다. 이 움직임을 본떠 과학자들은 지난 2001년 집단 로봇 ‘스웜봇’을 만들었다. 스웜봇의 기본 원리는 각 로봇이 단순한 규칙에 따라 주변 환경에 대응해 행동하는 것인데 서로 소통하며 협력할 수 있다. 실제로 스웜봇들은 사슬로 원이나 사각형의 모양을 만들어내고, 붙었다 떨어졌다 하며 계단을 오르내린다. 여기에 카메라가 부착돼 △색 △소리 △적외선 등을 만들어냄으로써 소통할 수 있다.
이렇듯 개미에 대한 연구는 갈수록 첨단화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은 점점 개미에 밀착하고 있다. 비록 하나의 테마공원을 이루는 나비만큼 아름답지 않고, 많은 해충을 물리치는 기생벌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작은 움직임들이 모였을 때 내는 위력은 모두를 놀라게 한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메커니즘이 발견돼 우리를 놀라게 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