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춤바람 나면 좋겠네
방방곡곡 춤바람 나면 좋겠네
  • 정재윤 기자
  • 승인 2012.05.23 22:39
  • 호수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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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감독 홍승엽 인터뷰

작년, 접속자 폭주로 홈페이지가 다운되며 전 회차 ·전 석 매진을 기록한 공연이 있다. 대단한 인기가수의 콘서트일까 싶겠지만 이는 바로 국립현대무용단의 2011년 창단 공연 성적이다. 이제까지 그들만의 축제였던 무용 공연이 대중들에게 이토록 어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연이 마음에 안 들면 나가도 좋다’는 예술감독 홍승엽이 있다.

 

 

정재윤 기자(이하  정 ) 늦은 나이에 무용을 처음 시작한 것이 특이한데
홍승엽 예술감독(이하  홍) 춤쟁이는 몸 안에 리듬을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있다. 무당만 무병에 걸리는 게 아니

국립 현대무용단 제공
라 무용수도 무(舞)병에 걸린다. 그걸 안 풀어주면 오장육부가 꿈틀거린다. 섬유공학과 1학년으로 학교에 다닐 때 무용을 안 하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안 하면 평생 후회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남자가 무용한다는 게 큰일 날 일이라 쉽게 결심하지 못했다. 1년가량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국 무용을 하기로 결정했다. 무용학과에 전과를 문의했지만 졸업정원제 때문에 불가능했다. 대신 무용학과 전공과목을 찾아서 들어가며 무용을 공부했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정) 무용수로서 국외 유명 무용단에서 활동할 기회도 많았을 텐데, 귀국해 무용단을 창단한 이유가 궁금하다
홍) 원래 무용을 시작하면서부터 무용단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프로무용단의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서 유니버설 발레단에 4년간 몸담기도 했고, 국제적 수준의 공연세계를 경험하고 싶어 해외 무용단에서 활동하기

도 했다. 모두 나의 무용단을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이었던 셈이다. 나는 자기만족을 위한 예술을 하려고 무용을 시작한 게 아니다. 무용이라는 세계에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무용단 ‘댄스씨어터 온’을 만들었다. 민간 무용단으로는 최초의 프로무용단이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무용수가 무대 의상비도 내야하고 공연 티켓도 파는 상황이 당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발전이 있을 수 있겠는가. 예술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무용 단체는 교수님 한 분을 구심점으로 삼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학연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일반인들의 예술적 감성이 더 낮았기 때문에 전문 무용단이 아닌 학연 단체가 만든 작품으로도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관객의 안목이 굉장히 높아졌다. 이를 따라가려면 대중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는 시스템, 즉 프로무용단이 필요했다. 나는 처음 무용단을 만들 때 단원들에게 월급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돈을 받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의상비나 티켓 판매 할당, 연습실 사용비 같은 작품 외의 부수적인 사안들은 모두 내가 책임진다고 했다. 돈 한 푼 안 주면서도 큰소리를 친 셈이다.

정) 많은 사람이 현대무용을 어려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홍) 작품이 충분히 좋지 못해서다. 관객은 작품에 공감하지 못할 때 그것을 숨겨진 의미가 있는 수수께끼처럼 생각한다. 난해하다는 평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작품은 수수께끼가 아니다. 관객이 공연에 돈을 지불한 순간부터 공연은 안무가의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것이다. 자신한테 맞지 않으면 작품에 공감하지 않아도 좋고, 싫으면 욕을 해도 된다. 관객이 주체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각자의 감성으로 작품을 감상하는데 안무가가 왈가왈부할 필요가 무엇이 있나. 안무가나 무용수는 열심히 무대를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작품을 관람할 때 어떤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기보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보라. 보면서 느낌이 없고 지루하다 싶으면 나가도 좋다. 하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저절로 마음이 끌릴 거다.

정) 현대무용이 일반 관객에 다가가야 하는 이유는
홍) 지금까지는 무용인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객석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무용학과를 폐지하는 대학이 늘면서 이 또한 마땅치 않아질 것이다. 즉, 현대무용의 관객이 줄어들 리란 얘기다. 그렇다면 이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현대무용은 관객이 있어야 존재하는 예술이다. 미술이나 음악은 악보나 그림으로 남아 후대에도 이해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무용은 현장예술이므로 그 자리에 관객이 없으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 관객들을 무대 앞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 홍보, 적절한 가격 조건이 모두 필요하다. 현대무용이 일반 관객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박제 같은 예술은 존재 의미가 없다. 또한 우리는 국립단체로서 예술 향유 기회를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예술이니 누구나 부담 없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공연 가격을 만 원대로 낮추고, 팜플렛도 무료로 제공한다. 일반 관객의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 우리가 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 앞으로 현대무용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김지은 기자 kimji@skkuw.com

홍) 현대무용은 무용수가 아니라 안무가가 중심이다. 간단한 몸동작부터 모든 것을 새롭게 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방식으로 창작하느냐가 중요한 거다. 작년에는 안무가 풀을 형성하기 위해 안무가 베이스캠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안무가 베이스캠프는 작품 제작의 모든 과정을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지원해, 안무가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한 시스템이다.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주변의 이해가 부족해 안타깝게도 올해는 시행되지 않는다. 이 사업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안무가 지원 사업은 이미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존의 안무가 지원 사업은 단순히 제작비의 보탬에 불과하다. 현대무용은 수박처럼 하나의 큰 과일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포도송이처럼 전국 각지에 소규모 단체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하는 안무가를 예술가로 인정하고 독려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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