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펙 쌓는 대학생 인터뷰

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김신애 기자 zooly24@skkuw.com
여름방학이 한창인 와중에도 어학원은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로 붐볐다. 층마다 강의실, 복도 할 것 없이 빼곡히 모여 앉은 학생들 뒤로 어학 공인인증점수를 높여준다는 강의 포스터들이 나붙어 있었다. 취업 때문에, 유학 준비 때문에 높은 어학 점수라는 스펙을 얻으려는 노력으로 치열한 여름을 나고 있는 그들을 만나봤다.

 서울 종로구의 ㅍ어학원에서 만난 숙명여대 4학년 ㄱ씨는 방학을 맞아 영어 말하기 테스트 대비 강좌를 수강 중이었다. 그는 “(공인 어학 성적을) 필수적으로 원하는 기업들이 많아서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같이 수업을 듣는 분들도 취업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ㄱ씨는 영어 말하기 테스트 외에도 컴퓨터 자격증과 토익, 토익 스피킹 자격증을 준비하는 중이다. 얼마 전 교환 학생을 다녀오기도 했다는 그는 지금의 바쁜 방학 생활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공채 모집 기간에 더 나은 기업에 갈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반면 같은 어학원에서 만난 서울여대 4학년 ㄴ씨는 어학 공부로 보내는 방학을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루 5시간 이상을 어학 공부에 쏟는다는 ㄴ씨는 “(어학 점수를 따려는 이유가) 취업 준비 때문인 게 많다”며 “이번 방학은 다른 계획 없이 공인 어학 점수를 따는 데만 주력해야 할 것 같다”고 힘없이 말했다.
취업을 코앞에 둔 졸업반 학생들이 아니더라도 어학 공부 때문에 아쉬운 방학을 보내고 있는 경우는 많았다. 서울여대 3학년 ㄷ씨는 교환 학생을 신청하는 데 필요한 토플 점수를 올리기 위해 6월부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이번 방학 때 학원에 나오느라 한 번도 휴가를 가지 못했다”며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는데 실천을 못 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전문대에 재학 중인 3학년 ㄹ씨는 방학 시작과 동시에 학원에 등록했다. 방학 기간 내내 학원에 다닐 생각이라고 밝힌 그는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에 토익 스타트를 듣고 있다”고 했다. 

김신애 기자 zooly24@skkuw.com

스펙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많은 학생이 다양한 이유로 어학원을 전전하며 어학 점수를 쌓고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자기 위안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다. 평택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ㅁ씨는 이번 달부터 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복학 전까지 계속 학원에 다닐 예정이다. 유학을 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졸업 뒤 취업 준비 역시 그가 토플 자격증을 준비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지금은 달리 하는 일이 없어서 (지금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한다”는 그는 “앞으로 취업하는데 공인 어학 성적이 많은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학우들도 예외는 아니다. 유현주(영문10) 학우는 영어회화 학원과 중국어 학원, 공모전 준비와 봉사활동 등으로 바쁜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 다섯 시간 정도를 어학 공부에 투자하고 있다는 그는 올해 중국어 자격증을 딸 계획이다. 흥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취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유 학우는 “방학생활에 대부분 만족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이 없다는 점”이라며 “3학년이다 보니 취업준비에 바빠 마음먹고 하고 싶은 걸 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에어컨 냉기가 싸늘한 어학원을 나서니 여름다운 푹 찌는 열기가 느껴졌다. 종이에 코를 박고 초시계를 틈틈이 흘겨보며 입으로 영어 단어를 주문처럼 되뇌던 이들도 여름이 이렇게 덥다는 사실을 알까. 차갑고 치열한 그들의 방학은 여름의 태양을 누리기에는 너무 바쁜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