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시훈(경영11)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대선 공약으로 서울대학교 폐지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펄럭이며 장안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민주당은 이 공약을 제안함과 동시에 ‘한국의 고질적인 학벌주의와 그로 인한 서열화 철폐’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비록 후에 여론의 비난을 받아 종전의 ‘철폐’라는 공약에서 한 발 물러나 국립대 전부를 서울대와 동격으로 만들겠다는 의견이 되었지만, 대한민국의 최고 대학인 서울대학교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본질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학벌 피라미드의 최고봉에 있는 서울대학교를 유명무실하게 만든다고 하여 과연 수십 년간 이어진 한국 사회의 학벌 지상주의가 완화될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현재 학벌구조는 서울대, 연대, 고대 등으로 이어지는 굳어진 서열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민주당의 공약이 실현되어 서울대가 ‘1등’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가정하자. 1등의 권좌는 일시적으로 빈자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저 1등이 사라졌을 뿐, 학벌의 가면을 쓴 ‘등수놀이’ 문화에 국민이 이미 익숙해져 있고, 남을 이겨야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계속되는 한, 공백상태인 1등의 권좌는 곧 2등이 채우게 될 것이다. 결국, 학벌 피라미드는 없어지지 않는다. 40명이 함께 공부하는 고등학교의 교실을 생각해 보라. 늘 시험에서 1등을 하는 아이가 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없어졌다. 학교는 계속 전교 석차와 반 석차를 먹이고 등수를 올리는 것을 장려하며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결국, 다음 시험에서는 2, 3등을 하던 아이가 1등을 하게 되고 그렇게 서열화는 계속되고 말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는 인적 자원으로 기적적인 발전을 일궈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싱크탱크’가 바로 서울대학교이다. 이렇듯 학벌주의를 타파할 목적만으로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는 서울대를 무력화시킨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사고이다.
또한, 사회 저변에 숨어 있는 이러한 현상을 초래한 근본적인 상황을 건드리지 않고 가시적으로 표출된 결과물만 운운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 대응이다. 학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울대 폐지가 아니라 사람들과 기업들 의식 저편에 자리 잡은 학벌의식의 개편이 필요하다. 대학들이 서열화되기 시작한 요인은 첫째로 학벌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들과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는 그릇된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둘째로 대학들이 수없이 난립하였기 때문에 대학이 ‘대학’이라는 것 자체로서의 특수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 기업에서부터 스펙과 능력, 그리고 가능성을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도록 장려하고, 전국에 난립한 대학들을 통폐합함으로써 남은 대학들이 ‘대학’이라는 것 자체만으로써 차별성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대학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없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