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영재 편집장 (ryuno7@skkuw.com)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원제 Justice)』가 우리나라에서 1백2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등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정의란 무엇인가』는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와 같이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만 난이도가 꽤 높은 개념을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녹여냈다. 따라서 다른 인문학 서적에 비해 독자들에게 비교적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점이 인기의 비결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한국인들이 외국인들보다 자국 사회에 만연한 부정의를 인식하고 그것을 교정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인들이 미국인에 비해 공정성에 대한 욕구가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인의 93%가 정부가 나서서 사회·경제적 불리함을 치유해야 한다고 믿어, 미국인의 56%와 비교해 더 높게 나타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을 정의롭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할까? “권리에는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는 말은 이제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식상한 말이 되었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이 원칙을 대개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법으로 명시하고,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법적 규제라는 책임을 부과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법의 영향력을 받지 않는다면 사회의 전반적인 준법 의식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국가를 운영하는 위정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국민 앞에 모범이 되어야 할 공인이, 자신이 누리는 특권만큼의 의무를 행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분노할 것이다.
두 명의 국회의원이 체포동의안 부결, 소환 불응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또다시 ‘방탄 국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명은 뒤늦게 자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다른 한 명은 민간인 사찰, 내곡동 사저 수사 등과 자신의 사례를 비교해 ‘표적 수사’라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샌델 교수의 인세를 계속해서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켜주고 있을 지도 모른다.
제갈량은 지극히 총애하던 마속의 목을 베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고 법의 공정성을 지켰던 제갈량의 결단력을 높이 평가한다. 각 정당은 대선을 앞두고 역풍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이를 악물고 곪은 부위를 도려내야만 할 것이다. 점차 샌델의 저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