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 인터뷰

기자명 김기진 기자 (skkujin@skkuw.com)

▲ 김신애 기자 zooly24@skkuw.com
Q. 탈북 청소년에 대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A. 한국에는 약 2만 5000명의 탈북자들이 있는데 그 중 3000명이 청소년이다. 그들은 사회에서 스스로 정착할 힘이 없다.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은 '감히' 할 수도 없다. 아무리 노력해봤자 한국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막노동을 할 수도 없다. 이틀 일하고 나면 일주일을 누워 있어야 할 정도로 체력이 좋지 않다. 결국 그들 처지에 한국에서 살아남기는 몹시 어렵다. 탈북자 자살률은 우리보다 4배가 높고 탈북청소년의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면 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국가적으로 보면 통일이 멀어진다.

Q. 북한에서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오지 않나?
A. 10년 전만 하더라도 탈북자의 학력 수준은 우리와 비슷했다. 그러나 이후 경제위기 탓에 북한의 공교육이 무너지면서 현재 탈북 청소년의 학력은 거의 무학력에 가까울 정도다. 외형적으로 봤을 땐 북한에서의 중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지만, 실상은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간단한 사칙연산도 어려워한다.

Q. 어떤 방식의 교육이 필요한가?
A. 눈높이 맞춤교육이다. 우리 학교에는 북한에서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한 24살 학생이 있다. 그런 사람을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하면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없다. 비록 대학을 졸업할 나이지만 초등학교 과정부터 가르쳐야 한다. 이런 교육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효율은 낮기 마련이다. 현재 물망초 학교에서는 총 27명의 선생님이 번갈아 11명의 학생을 보살핀다. 이런 교육 환경을 일반 학교에서 감당할 수 있겠나.

Q. 서울에 비해 비교적 외진 여주에 학교를 만든 이유는?
A. 탈북 청소년들은 북한에서의 생활고와 탈북 과정에서 겪은 문화적, 정신적 충격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치유가 필요하다. 사람을 많이 경계하는 아이들이어서 시끌벅적한 서울 한복판에서는 교육할 수가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힐링 프로그램이 대폭 강화된 대안학교를 지방 위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Q. 탈북자 대학생들이 겪는 어려움도 클 텐데
A. 스무 살이 넘은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의욕이 상대적으로 적다. '지금부터 공부해서 뭐하겠나'라는 생각을 한다. 대학마다 탈북자들을 위한 특별전형이 있어 대학 진학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그 이후 제대로 학업을 치러나갈 수가 없다. 워낙 실력 차가 크다 보니 학점을 잘 받을 수 없어 졸업도 힘들며, 설사 졸업을 한다 해도 취업이 안 된다. 경제적 문제 혹은 학습부진 때문에 휴학이 잦고 자퇴를 하는 경우도 많다.

Q. 대학생으로서 우리 주변의 탈북자 학우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A. 일단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탈북자라는 이름 아래 많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탈북 학생들은 '탈북자'나 '새터민'이라는 꼬리표를 싫어한다. 탈북자임을 밝혔을 때 온갖 편견과 따가운 시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도 보살피고 있는 탈북자 대학생들이 있는데 매우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두려움을 없애도록 우리가 먼저 따뜻한 손을 내밀고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탈북자 학생 주위의 대학생들에게 부탁하자면, 특히나 영어를 어려워한다는 것을 유념하면서 그들이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