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 학교

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물망초 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음악 수업을 하고 있다.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여주 시내에서 한참을 들어가면 한적한 황토 벌판에 세워진 물망초 학교가 보인다.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물망초 학교는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물망초의 꽃말에서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 한국 사회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탈북자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뜻이다. 지난 5월, 물망초 학교 현 이사장인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탈북자 지원 자선단체 '물망초'를 발족하고 그 첫 번째 사업으로 물망초 학교를 건립했다. 설립 논의가 시작된 후 지난 9월 24일에 개교하기까지, 근 5개월 만에 7억 원에 이르는 학교 설립 비용을 모두 자발적인 후원으로 충당했다. 물망초 학교의 학비는 전액 무료다.

현재 물망초 학교에는 11명의 학생들과 3 명의 교사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오전 6시 30분 기상으로 시작되는 이곳의 하루는 수업과 여러 가지 활동들로 바쁘게 돌아간다. △국어 △수학 △영어 등 기본 교과목을 비롯해 △논술 △미술 △영어 회화 △음악 △태권도 등 교과 외 활동들까지 탈북 학생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맞춤 수업이 진행된다. △음악 치료 △적성 검사 △진학 상담 등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한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한가위에 학생들과 학부모가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거나 직접 작물을 키우는 활동 역시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의 일부다.

모든 수업은 자원봉사자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대학생 △대학원생 △전, 현직 교수 등 15명 안팎의 자원봉사 교사들이 활동 중이다. 매주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동국대 법학과 1학년 이지민씨는 "처음에는 한 사람이 강의하고, 배운 내용으로 문제를 푸는 수업 형식을 많이 생소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 수업도 열심히 듣고 숙제도 잘해 온다"고 말했다.

21살 은지(가명)와 22살 광민은 현재 물망초 학교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인 19살 철민(가명)은 인근에 있는 공립학교로 전학했고, 10살 내외 아이들도 학교 근처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희석 사무국장은 "어릴수록 일반 학교에서도 적응하기 쉽고, 탈북자가 아닌 다른 친구들과 함께 수업받는 것이 남한 체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장은 탈북 학생들의 학업 향상과 검정고시 공부를 돕는 것이 임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들이 꿈을 찾도록 돕는 것이 물망초 학교의 목표다. 물망초 학교는 앞으로 30명까지 학생 수를 확대하고, 공부를 원하는 학생에게는 대학교 4년 과정과 해외 연수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 9월 탈북자 대학생의 어학연수를 지원하는 '물망초 꽃망울 사업'으로 2명의 여대생을 미국으로 보냈고, 내년 1월에는 추가로 세 명을 더 보낼 예정이다. 북한에서 수학 교사로 일하다 5년 전 탈북한 생활 교사 김경혜씨는 "여기 있는 아이들은 남다른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잘 배워서 사회에 나갔을 때 당당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