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영인 기자 (nanana26@skkuw.com)

현대인들의 주식은 화학비료로 키워진 채소들과 조미료 덩어리로 완성된 찌개다. △건강한 몸 △농부의 정성 △생태 환경 △합리적인 유통에 대한 얘기는 이미 밥상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이런 현대인의 밥상에 건강한 바람을 불어넣고자 노력하는 곳이 있다. 이번 사회면에서는 건강한 먹거리와 합리적인 유통 구조를 위해 노력하는 ‘둘러앉은밥상’과 ‘푸드포체인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트에서 팔리는 애호박 한 개의 가격은 1700원. 그러나 생산지에서 농부들이 유통인에게 넘기는 애호박 10개의 가격은 2500원이다. ‘생산자 - 산지유통인 - 공판장 - 도매법인 - 중도매인 - 직판상인 - 소매상 - 소비자’. 산지에서 자란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보통 5 ~ 7단계를 거친다. 단계를 거칠 때마다 각종 수수료와 관리비용이 붙는다. 이런 유통구조는 ‘농민은 헐값에 팔고, 소비자는 부풀려진 가격에 사는’ 불행한 결과를 낳는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하면 유통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농사짓기에도 바쁜 농민이 판매까지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유통은 불가능한 것일까?

▲ 한민성 대표가 둘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은정 기자 ejjang1001@

모두에게 이로운 밥상 위해
‘둘러앉은밥상(이하 둘밥)’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둘밥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유도하는 유통 업체이자, 농가의 얘기가 담긴 음식의 가치를 알리는 바른 먹거리운동 업체다. 둘밥 한민성 대표책임사원은 “농민은 제값 받고 소비자는 좋은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지극히 당연한 일”을 이루고자 일을 시작했다.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는 둘밥은 수익의 일부를 농가의 경영 자립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재투자하고, 지역 아동센터 등에 기부하기도 한다.
둘밥의 목표는 농산물 유통뿐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통해 건강한 밥상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농촌의 농산물과 문화 콘텐츠를 고객에 직접 전달해 얘기가 담겨있는 건강한 음식의 의미를 알려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둘밥은 고객을 위해 홈페이지에 농가의 생산 과정 얘기와 보정을 거치지 않은 농작물 사진들을 올려놓고 있다. 또 체험교실을 통해 농가에 직접 찾아가 생산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있다. ‘음식만 파는 것이 아닌 농가의 얘기를 전달하자’는 둘밥의 모토로 만들어진 2013년 달력은 6000부가 완판되고 추가 제작에 들어가기도 했다.

▲ 충첨남도 천안시에 위치한

효덕목장의김호기, 이선애 부부

/나영인 기자 nanana26@

건강한 농부에게 건강한 먹거리가
한 대표는 영농일지와 친환경 인증만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판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생산·납품과정을 일일이 감시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둘밥은 농가를 선정할 때 ‘생산자의 철학’을 기준으로 삼는다. 건강한 철학을 가진 생산자에게서 건강한 먹거리가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행복한 소에서 좋은 우유가 나온다.” 둘밥에서 소개하고 있는 ?효덕목장?의 철학은 행복이었다. 행복한 소를 위해 효덕목장은 소들에게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직접 키운 유기농 풀을 먹인다. 반면 대형 목장은 대량 생산을 위해 한정된 공간에서 사육 두수를 최대로 늘린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소들에게선 좋은 우유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효덕목장 이선애 대표의 생각이다. 효덕목장 김호기 대표는 동물 복지뿐만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무리 좋은 원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만드는 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좋은 음식이 나올 수 없다”며 생산자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직접 치즈도 만들어 파는 효덕목장은 마트에 납품하지 않고, 오직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제품의 질을 지키기 위해서다. 매장에 납품하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생산량을 늘리게 된다. 그러나 대형목장이 아닌 소농이 무리해서 생산량을 늘리다 보면 제품의 질이 떨어지기 쉽다. 소비자에게 언제나 좋은 먹거리만을 전달하기 위한 이런 올곧은 욕심이 둘밥에서 말하는 건강한 철학이었다.
 

음식은 상품 아닌 몸의 일부
“농산물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트에 가면 손쉽게 살 수 있는 먹거리를 왜 굳이 둘밥에서 구매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둘밥은 이렇게 답했다. 음식이 내 몸으로 들어와 다시 몸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마트에 진열된 동그란 사과보다 유기농 재배를 위해 7년간 연구했다는 ?의성이네 과수원?의 울퉁불퉁한 사과를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농작물을 정성스럽게 키운 농민의 진심 어린 마음과 얘기가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됐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농가를 소개할 것이라는 한 대표. 그는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온라인 유통에 집중할 계획이다. △급식 △오프라인 시장 △체험 교실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가장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것. 건강한 먹거리로 가득한 식탁에 모두가 둘러앉는 그 날까지 둘밥의 얘기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