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지윤 기자 (jeeyoonc94@skkuw.com)
▲ 대자보들이 가득 붙어있는 과거 인문관 외벽 게시판의 모습 ⓒ성대신문

최근 대학가는 건물이 신축·개축되면서 학내 게시판도 함께 사라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외벽 게시판의 주 용도가 학사공지였으나 대부분의 공지가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요즘 게시판의 존재 의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학교 또한 위와 같은 이유로 과거 호암관과 경영관을 리모델링하면서 게시판을 함께 철거한 바 있다. 채 실장은 “인문관은 9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에 리모델링 계획이 없다”며 “오래 전부터 철거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건물을 정비하는 김에 게시판을 함께 철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강대의 경우 교내 건물이 신축될 시 게시판도 함께 증설된다. 게시판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서강대 총학생회 측은 “게시판 관리상·미관상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언급이 되는 부분은 맞다”면서도 “학우들이 가진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행정적인 불편함이 있을지라도 이 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학내 게시판의 관리 문제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대자보가 게시판 이외의 공간에 반복적으로 부착되거나 제때 철거되지 않으면 교내의 미관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회 측은 학우들과의 협의를 통해 질서를 확립하려는 노력이 전무했다는 측면에서 철거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소희(철학11) 문과대 학생회장은 “게시판의 관리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단과대 학생회와의 논의가 선행돼야 했다”며 “학생회 내에서 캠페인을 기획한다거나 규정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했다.
일례로 고려대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학내 게시물 자치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학교가 게시판 관리에 관여하지 않는다. 본 규약의 제2조 1항에는 학생회 자치단체의 학내 게시물 게시 권리는 최대한으로 보장돼야하며, 게시물의 제한은 쾌적한 게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한편 지난달 29일 '응답하라, 문과대!(회장 정소희·철학11, 부회장 주미연·프문12)'는 페이스북과 대성로 중앙게시판을 통해 본 사안에 대한 입장서를 게시했다. 입장서에는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양자 간의 소통을 행정실에 요구하며 게시판의 재설치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문과대 학생회는 요구안을 함께할 개인 혹은 단체를 대상으로 온라인 지지서명을 진행 중이다.
제46대 인사캠 총학생회 ‘성대가온(회장 이현재·통계06, 부회장 박민형·신방11)’은 해당 사실을 접한 후 학생지원팀(팀장 전승호, 이하 학지팀)과의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현재(통계06) 총학생회장은 “서로 반박하는 내용만이 오가면 대화의 창구가 닫혀버릴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행정실과 문과대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개선 방향을 모색해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학지팀 역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문과대 학생회장과 행정실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논의에는 크게 △사전 논의 없이 게시판이 철거된 이유 △학우들이 게시판 철거를 납득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 △앞으로의 대안책 등이 포함된다. 학지팀 박정만 과장은 “무작정 대체 게시판을 마련하기 보다는 게시판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질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진다면 빠른 시일 내에 긍정적인 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