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지윤 기자 (jeeyoonc94@skkuw.com)

새내기 새로배움터(이하 새터)는 학생들이 주체가 돼 프로그램을 준비·기획하는 대표적인 학생 자치 행사다. 그러나 종종 학교는 이러한 학생 고유의 자치 행사에 개입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본지 제1476호에 따르면 2010년에도 학교는 총새터를 주장한 바 있으며, 올해는 새터의 준비 과정에서 학생회에게 '새터 변경안'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학생회는 학교의 지나친 관심이 학생 자치권의 침해라며 반발한다. 그러나 학교가 지속적으로 개입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오늘날의 새터가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성균인의 전반적인 새터 인식을 조사하고 그 의의를 재조명해보고자 신입생 209명과 재학생 2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본 설문조사는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총 6일간 온라인 시행됐으며, 신입생과 재학생에게는 각기 다른 설문지가 배부됐다.

음주문화, 새내기는 걱정 vs 재학생은 긍정  
조사에 참여한 신입생 응답자 중 92%가 새터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가 이유를 묻는 항목에서는 동기 및 선배와의 친목 형성이 78.9%로 주를 이뤘다. 새터에 기대하고 있는 바에 대해서는 △동기 및 선배와 친목 형성(85.2%) △대학생활 관련 정보 습득(60%) △새터 프로그램(32.5%) △음주문화(31%)를 차례로 꼽았다. 반면 새터에서 걱정되는 지점으로는 응답자의 64.6%가 과음 및 강권을 선택해 음주에 대한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생의 경우 새터에 대한 전반적인 평이 갈렸다. 응답자 중 35.6%에 해당하는 73명이 새터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33.2%가 보통, 24.9%가 불만족 한다고 응답했다. 새터에서 만족스럽게 여기는 부분을 묻자 재학생 응답자의 60.5%가 친목형성이라고 답했으며, 음주문화와 프로그램이 동일하게 26.3%로 그 뒤를 이었다.  
신입생 대부분이 음주 문화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반면 재학생은 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응답자 중 42.4%가 음주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부정적으로 인식한 재학생은 22.4%에 그쳤다. 해당 요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걱정과는 달리 술을 강권하지 않았다”며 “프로그램 전 음주 교육이 이뤄지고 자유롭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였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부실한 프로그램, 결국 남는 건 술뿐
기성 언론에서 음주 문화를 주로 지적하는 것과 달리 새터의 근본적인 문제는 술이 아닌 프로그램 구성 대비 가격에 있었다. 실제로 새터에서 불만족스럽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 묻는 항목에서는 응답자의 42.4%가 가격, 38.5%가 프로그램을 꼽았다. 이에 반해 음주 문화를 선택한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27.3%에 그쳤다. 해당 요소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비싼 가격에 비해 프로그램이 미흡했다는 점 △새내기가 주가 되지 못했다는 점 △엠티와 차별화되는 것이 없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한 응답자는 “학생회가 프로그램을 내실화하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하려는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형식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해 술만 남는 새터가 되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따라 새터에서 개선돼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1.2%가 가격 인하를 이야기했으며 46.8%가 프로그램 내실화를 꼽았다. 다른 응답으로는 △음주문화 개선(30.7%) △안전사고 대비 강화(24.9%) △반성폭력 강화(13.7%)가 차례로 지적됐다.

단과대, 새로운 방향 확립 필요
실제로 대부분의 단과대가 기존의 새터와 별다른 차별점 없이 새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뚜렷한 방향성이 부재한 상태에서 작년 프로그램을 답습한다는 사실은 새터의 기획 과정에 있어서 문제시돼 온 바 있다. 그러나 몇몇 단과대는 새터 기획할 때 학우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꾀하고 있다. 일례로 경영대는 새터비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던 점을 참고해 가격을 1만 원 가량 인하했다. 김동관(경영09) 경영대 학생회장은 “가격 대비 프로그램의 질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학교와 과에 대한 학우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퀴즈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공대의 경우 기존 새터와의 차별 지점을 고민하고 있다. 조형훈(바이오10) 생공대 학생회장은 “단순히 놀고먹는 새터가 아닌 대학생의 고민이나 열정을 담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며 “신입생들이 주체적으로 새터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새내기 기획단을 꾸려볼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