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피'의 아지트, 플리마켓을 가다
'패피'의 아지트, 플리마켓을 가다
  • 성대신문 문화부
  • 승인 2015.04.05 13:21
  • 호수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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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마켓 스케치

 

패션쇼를 기획하는 대학생,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만 패션에 열정이 있는 게 아니다. 패션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옷 입는 걸 즐긴다면 당신도 충분히 패션을 논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패션에 대한 열정을 뽐내기엔 새 학기 대학생의 지갑은 너무 가볍다. 옷은 사고 싶지만 돈은 없는 당신을 위해, 혹은 묵은 옷을 팔고 과감히 스타일 변신을 꿈꾸는 당신에게 서울의 플리마켓 세 곳을 소개한다.
 
▲ 피프티서울. /ⓒ성대신문
▲ 피프티서울. /ⓒ성대신문
패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 피프티서울
피프티서울은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 패션잡지 ‘Cracker’ 장석종 편집장, 강민구 사진가 세 친구가 기획한 플리마켓이다. 일본에서 끔찍한 대지진이 있었던 2011년, 그들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힘을 모았다. 스물여섯 번째 플리마켓이 열린 지난달 14일, 이태원역에서 조금 걸으면 나오는 한남동 카페 ‘Ways of Seeing’은 높이 걸려있는 옷들과 입구에 놓인 간판으로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왔다. 재즈풍의 노래가 나오는 카페는 발 디딜 틈 하나 없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높아진 탓이다. 셀러는 돗자리나 책상 위에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상품을 진열한다. 패기로 샀건만 이젠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과 신발, 전 남자친구가 사준 가방, 직접 만든 팔찌와 꽃다발, 수제 샌드위치와 쿠키….
셀러는 돈을 벌려고 온 게 아니다. “대박, 이거 오천 원에 샀어.” 옆자리의 셀러에게 자기 자리를 맡기고 물건을 사고, 구경하는 손님과 잡담을 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놀러 온’ 사람이었다. 구경하는 사람 역시 명동이나 홍대와는 다른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물건을 살피고, 원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물건을 사기도 한다. 행사가 끝나면 셀러들은 그날 수입 중 원하는 만큼을 기부금으로 낸다. 기획자 중 한 명인 홍석우 저널리스트는 “기획 취지를 별로 강조할 생각은 없다. 그냥 자기 맘에 드는 옷을 사면 그게 결국 좋은 곳에 쓰이니까. 좋은 일을 재밌게 하자는 거다”라고 말했다. 파는 너도, 사는 나도 좋은 곳, 피프티서울이다.
 
▲ 디파트먼트 플리마켓 /ⓒ성대신문
▲ 디파트먼트 플리마켓 /ⓒ성대신문
 
청춘이 만나는 공간, 디파트먼트
요즘 들어 사이가 소원해진 남자친구에게 생각도 못 한 선물을 받는다면 기분이 이럴까? 지난달 28일, 비정기 플리마켓 ‘디파트먼트’가 이태원 클럽 ‘the move’에서 닫힌 문을 활짝 열었다. 문화 콘텐츠 기획단체 ‘리스페이스(대표 여동인)’가 주관하는 디파트먼트는 대학생의 손으로 만드는 대학생을 위한 행사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학생 신분인 리스페이스 여동인 대표는 “공간의 독특한 느낌을 살리고 싶어 실외가 아닌 클럽에서 마켓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마켓의 입구에서부터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지하, 흐릿한 조명, 벽돌의 투박한 질감을 그대로 살린 외벽은 참가자들에게 중세 고성 한복판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마켓들과는 달리 이 행사는 패션으로 유명한 브랜드들과 쇼핑몰들이 대거 참석해 착한 가격에 물건을 선보인다. 옷에서부터 액세서리, 디저트, 드라이플라워와 향수까지 다양한 물품은 우리의 지갑을 호시탐탐 노린다. 마켓 관리에서는 노련함이 엿보인다. 적당한 수의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줄을 세우고, 기다리는데 지루하지 않도록 간단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실크스크린’ 기법을 이용해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가방과 안대 엽서 등을 만들어 파는 ‘4가게’의 정지원씨는 이 마켓의 장점을 젊은 감성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닌, 사람을 만나고 행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곳, ‘디파트먼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감성을 원한다면 디파트먼트 플리마켓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 이태원 계단장. /ⓒ성대신문

 

▲ 이태원 계단장. /ⓒ성대신문

 
토요일에 만나요 (feat.이태원 계단장)
‘오늘은 뭘 입을까?’보다 더 많이 고민하는 것. ‘오늘은 어떤 반지를 낄까?’ ‘이 네일에는 이 옷이 안 어울리나?’ 진짜 앞서나가는 자는 디테일에 신경 쓴다. 남과 달라 보이고 싶고, 작은 액세서리 하나에도 세심한 감성을 기대한다면 4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이태원이 좋겠다.
이태원역에서 내려 한참을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파란 사원이 보인다. 사원 옆으로 돌아서면 작은 계단에 펼쳐진 장터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우사단 마을의 ‘이태원 계단장’이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손엔 오늘 산 물건이 한 아름 안겨있고, 얼굴엔 웃음꽃이 한가득이다.
이곳에선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금속공예과 학생이 직접 만든 반지와 목걸이는 퀄리티는 물론 가격 또한 착하다. 저렴한 가격에 봄 기분 나는 네일아트를 받을 수도 있고, 가죽으로 된 라이터 케이스와 지갑은 여자친구 따라온 남자들의 눈을 돌아가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들어 파는 먹거리가 가득해 장터를 돌아보는 내내 입은 쉴 틈이 없다. 그 중에서도 계단장 입구에서 파는 소시지와 맥주의 조합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계단장은 이슬람 사원 옆 계단과 우사단로 10길 곳곳에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문을 연다. 계단장이 열리는 매월 중순에 우사단마을 페이스북을 통해 셀러를 모집하는 데, 그 품목은 액세서리부터 독립출판물까지 다양하다. 브랜드 ‘COMOTEVA’의 셀러는 “다른 플리마켓에 비해 손님들이 지갑을 여는 비율이 높아요. 그래서 참여하려는 셀러들끼리 경쟁이 치열한 편이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계단장은 모집 한 시간 만에 신청한 셀러의 숫자가 세 자리 수를 넘겼다. 친구들끼리 봄나들이로, 남자친구와 데이트로, 나 혼자서 쇼핑하러 가기도 다 좋은 이태원 계단장. 중간고사 끝나면 이태원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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