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주성 기자 (qrweuiop@skkuw.com)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문화거리가 위치한 인사동에는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던 한국 전통주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설립된 전통주 갤러리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협력해 만든 전통주 갤러리에서는 내·외국민에게 전통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전통주와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한옥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로 꾸며진 전통주 갤러리에서는 전통주를 체험할 수 있는 컨텐츠가 준비돼있다. 매일 3회씩 진행되는 시음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주의 △종류 △제조방법 △특징에 대한 설명이 제공된다. 이어 전통주 소믈리에와 함께 매월 새로운 테마로 선정되는 4~5종의 전통주 시음이 진행된다. 시음 프로그램에서 전통주 갤러리의 고무정 소믈리에는 전통주 시음과 함께 전통주와 연결되는 우리나라의 역사이야기를 들려줬다.
‘죽력고’라는 술은 육당 최남선이 조선 3대 명주로 꼽을 정도로 귀한 술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민중의 술로 여겨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죽력고에 동학농민운동 속 조선 백성들의 아픈 역사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1894년, 조선의 백성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어준 대나무밭에 드물게도 꽃이 만개했다. 꽃이 지면 죽어버리는 대나무처럼 삶이 어려워 혁명을 일으켰던 조선의 백성들도 수없이 죽어나갔다.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전봉준은 부하의 밀고로 일본군에게 잡혀가며 쇠약해진 몸에 기운을 돋우기 위해 죽력고를 달라 외쳤다고 한다. 이런 일화가 죽력고를 양반의 술에서 민중의 술로 만들었다. 고 소믈리에는 이에 덧붙이며 “선조들의 혈관을 타고 흐르던 술방울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구성한다”는 말로 역사적 사실과 어우러지는 전통주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전통주 갤러리에서는 시음행사 외에도 전통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찾는 페어링 작업을 진행중이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통주를 알리는 홍보 활동도 진행 중이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전통주가 대중적인 술로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고 소믈리에는 우리 술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역사동안 소주, 맥주 등이 사회에 자리 잡게 됐고 귀한 손님에게는 양주를 대접하는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대학생이 전통주를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물었을 때 고 소믈리에는 “대학생들이 전통주를 잘 모르기 때문에 답변이 어려운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인문학적으로 설명한다면 조상들의 핏속에 녹아들었던 술에 대한 그리움이 있지 않겠느냐”며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이러한 관심이 전통주 시장을 넓히고 전통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한다면 언젠가는 대학생들이 소주나 맥주 대신 전통주를 마시는 날이 오지 않을까.
---------------------------------------------------------------------------------

전통주 갤러리의 고무정 소믈리에에게 대학생들이 쉽게 접할만한 전통주를 추천받았다. 이에 △탁주 △약주 △소주 한 종류씩 총 3종류의 술을 소개한다.

탁주 - 자희향

자희향은 합성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옹기숙성의 수제 막걸리로 1세대 프리미엄 탁주다.  이런 이름에 걸맞게 맛과 향미가 일반 막걸리와는 확연한 구분이 있다. 12%라는 높은 도수로 인해 소주잔보다 조금 더 큰 자기잔에 마셔야 하는데, 이는 기존 막걸리만을 알고 있던 이들에게 탁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약주 - 소곡주

소곡주는 1500년 전 백제시대 때부터 전래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전통주다. 그 역사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맛이 좋다. 재미난 사연도 많은 술이니 맛 뿐 아니라 다른 즐거움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소주 - 문배술

문배술은 조, 수수를 원료로 만드는 소주로 한국 토착종인 돌배향기가 나는 술이라 하여 문배술이라는 이름이 붙다. 병당 1만원으로 가격이 크게 부담없고 매력적인 향취가 있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