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이명선 기자, <기자협회보> 강아영 기자

기자명 박형정ㆍ유하영 기자 (webmaster@skkuw.com)


<셜록> 이명선 기자, <기자협회보> 강아영 기자
 
앞서 박수 받지 못한 언론의 모습과 그 원인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박수갈채 속 믿음직한 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나라 언론의 현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두 명의 현직 기자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이명선 기자와 <기자협회보>의 강아영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지에서는 이 두 기자들의 답변을 질문별로 재구성해, 언론이 나아가야할 두 가지 방향을 보여주고자 했다. 신뢰도가 뒤에서 3등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언론이 걸어야 할 다양한 갈래의 길 중, 그들이 제시한 길은 무엇일까.

본인을 소개해달라.  
이명선 기자(이하 이) : <채널A>에서 3년간의 종편 기자생활을 마치고 2014년에 퇴사했다. 이후 내가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언론의 문제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금은 진실탐사그룹 <셜록>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기자는 알리고 독자는 퍼뜨리고, 변호사와 형사는 해결하는 <셜록>은 기자가 단순한 관찰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해결자로 나서는 ‘솔루션 저널리즘(Solution Journalism)’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강아영 기자(이하 강) :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주간 신문인 <기자협회보>의 4년 차 기자다. <기자협회보>는 한국 언론의 기록자이자 감시자로서 역할을 한다. 일반 언론 기자들은 사회 현장의 문제나 현상을 취재한다면 우리는 그런 것들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취재한다.

언론이 곁가지만 보도하고 사건의 본질을 보도하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 : 깊이 있는 보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가령 요즘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기자들에게 지면 기사를 쓰고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고 탐사보도까지 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에 가깝다고 본다. 기자 개인들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만약 탐사보도팀을 꾸린다고 하면, 당장은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눈치 주지 않고 그 팀을 존속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중요하다.  
이 : 본질이 아닌 곁가지 보도에서 벗어나려면 기자들이 낯선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발짝 떨어져 독자와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려고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흥미위주의 보도라도 나름대로 힘들게 취재하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기자들은 자기 합리화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언론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보도를 정답이라 여기고 외부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기자 개인의 노력과 함께 현재 언론의 상황, 우리 회사의 보도 상황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야 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싣지 않는 언론의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 출입처를 없애고 권력기관의 사람들과 관계를 끊어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물론 그런 권력 기관들도 취재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직접 길거리에 나가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출입처가 권력기관에 몰려있기 때문에 현재 기자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취재원은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이다. 기자들은 그들을 선배라고 부르면서 어떻게든 친해지려 노력한다. 그렇게 어울리다 보니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주로 기사화되면서 목소리가 편향되는 것이다. 그런데 출입처를 없애고 관계를 끊는다고 해서 과연 기자들이 취재를 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출입처가 없어본 적이 없으니 취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를 것이다. 보통 기자들은 수습기자 시절을 포함해, 경찰서에서 보도 자료를 받아 기사 쓰는 방식을 몇 년간 연습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사에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훈련이 되지 않는다. 직접 현장에 나가보는 훈련을 통해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속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강 : 현재 <중앙일보>, <한겨레>는 *디지털 퍼스트 작업으로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은 깊이 있는 보도를 위해 탐사보도팀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모든 언론이 속보 경쟁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 나도 핵심은 콘텐츠의 질이라고 생각한다. 뉴미디어 흐름이 시작되면서 많은 언론사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떤 보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고 뉴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디지털 친화적인 영상, 그래픽, 화려한 효과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게 안타깝다. 독자들은 콘텐츠가 좋으면 절대 외면하지 않는데 이때 기자가 만드는 좋은 콘텐츠의 핵심은 ‘기사’다. 따라서 디지털화는 언론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고민을 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기술자들이 해야 할 영역과 우리가 해야 할 영역을 정확히 분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최고의 재료를 마련해 주고 기술자들은 기사(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요리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화는 중요하지만 기자들이 요리를 할 필요는 없다.

언론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 : 현재 언론은 대기업 광고 비중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물론, 광고는 쉽게 벌 수 있는 수익이므로 많은 언론사들이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광고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 광고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 광고 비중을 늘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 :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공영방송의 사장을 뽑는 데 있어서 독립성을 완벽히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상적인 언론의 모습이란 무엇일까.
강 : 성역 없는 보도를 하는 언론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취재할 때 성역 즉, 언론을 압박하는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외부의 힘에 맞서야 대중들과 언론의 사이가 가까워질 수 있다.
이 : 사실에 기반해 신중한 보도를 하는 것이 이상적인 언론의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뉴욕 타임스>의 경우, ‘테러’라는 용어 하나를 사용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 고민하는 등 굉장히 신중하게 보도를 한다.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는 법의 상황도 다르고 저널리즘에 대한 태도도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언론이 신중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기자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 기자 스스로가 다른 기자들과 연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물론 언론사의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를 해결하려면 조직이 필요하고, 이는 개인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또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개인 차원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이 하나의 움직임이 되어 힘을 갖기 위해서는 기자 간의 연대가 필요하다. 1971년 <동아일보>의 성명서를 시작으로 많은 언론사의 기자들이 연쇄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의 언론 검열에 대해 반발을 했던 적이 있다. 이렇듯, 개인들이 노력하고 그 노력들이 모여 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강 : 정치권력에 맞서 잘못됐다고 외친 언론인들 중 많은 분들이 해임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역 없는 보도라는 것에 지레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에게 부당한 압박이 들어왔을 때 ‘이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한 것 같다.

언론을 소비하는 대중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 나는 대중에게 비판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대중의 반응을 보면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되고 놀 수가 없더라. 따라서 대중이 날카롭게 비판해주면 언론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 : 물론 날카로운 눈으로 나쁜 보도를 가려내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좋은 보도라고 생각되면 기탄없이 격려하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언론이 투자해서 만든 콘텐츠는 인터넷 포털에 종속되어있는 구조다. 그래서 기사를 공짜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인식이 바뀌어 좋은 언론에 후원해 주면 좋겠다. 후원이 많이 이루어지면 언론사가 내부적, 외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면 언론사는 외부 권력에 영향 받지 않고 제대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기사도우미

◇디지털 퍼스트=뉴스 소비자들이 종이 신문보다 인터넷 신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지속되면서 디지털 퍼스트 개념이 등장했다. 종이 신문보다 온라인상에 기사를 먼저 게재하는 방식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