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데이, 빼빼로 데이… 당신의 '데이'는 어땠나요
핼러윈 데이, 빼빼로 데이… 당신의 '데이'는 어땠나요
  • 유은진 차장
  • 승인 2017.11.13 18:22
  • 호수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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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데이가 끝나기 무섭게 빼빼로데이가 찾아왔다. 서서히 유행하기 시작한 핼러윈 데이는 최근 한 달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PC로는 52만 건, 모바일로는 158만 건가량 검색됐으며, 연예 기획사가 자사 소속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파티를 연 후 대중에게 사진을 공개하기도 해 그 유행을 단적으로 보여 줬다. 빼빼로데이 역시 건승 중이다. 롯데제과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빼빼로의 연간 판매액은 2011년에 1천억 원을 돌파했으며 이중 절반 이상이 빼빼로데이를 전후해 소비된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요식업계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발 빠르게 관련 상품을 내놓고 놀이공원과 오락 시설은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러나 마냥 즐기기만 할 일은 아니다. 언론은 연일 이들에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보도하고 인터넷 익명 공간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OO데이’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고 파티 문화는 퍼져 가는 지금,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즐기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는 없을까.

 
‘OO데이’, 명절과 더불어 ‘대목’으로 부상
긍정ㆍ부정적 효과에 시민 반응 갈려

무슨 데이라고?
핼러윈 데이는 2,000여 년 전 지금의 아일랜드 지방에서 켈트족이 기리던 전통 축제 사윈(Samhain)에서 탄생했다. 겨울이 올 즈음 이승과 저승 간의 경계가 흐려진다고 믿었던 켈트족은 귀신들이 이승으로 흘러들어와 떠돌아다니며 애써 키운 작물을 망칠 것을 두려워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진짜 귀신들 틈에 은밀히 숨어들기 위해 귀신 분장을 하고, 귀신에게 바쳐 선처를 구한다는 의미에서 이웃집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구걸한 데서 유래했다. 이러한 핼러윈 데이는 미디어를 통해 우리나라에 전파된 후 백화점, 호텔, 놀이공원 등의 꾸준한 판촉과 영어 유치원의 유행에 힘입어 거쳐 오늘날의 인기를 얻었다.

한편 빼빼로데이는 중학생들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빼빼로데이에 대한 첫 기사는 1996년 11월 13일에 발간된 연합뉴스 기사로, “‘1’자가 4번 겹친 11월 11일은 새로운 관습을 만들기를 좋아하는 신세대, 청소년들이 친구, 연인, 선후배들에게 날씬해지라는 기원을 담아 `빼빼로' 등 길고 가는 물건을 선물하는 날. 지난 93년경 영남지방의 모 여자중학교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점차 확대돼 전국적으로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설명을 담았다. 빼빼로의 제조사인 롯데제과는 이 같은 유행의 조짐을 놓치지 않고 대대적인 홍보를 벌여 이날을 ‘빼빼로데이’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데이’를 둘러싼 논쟁
이들 ‘데이’를 둘러싼 신경전은 끊이지 않는다. 이들 ‘데이’가 유행할수록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가중된다. 이미 많은 사람이 향유하고 있기에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수용하기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핼러윈 데이, 빼빼로데이에 대해 의견이 가장 많이 충돌하는 세 지점을 꼽아 봤다.

거리의 편의점 외부에 빼빼로가 진열돼 있다.

드라이 플라워 자판기 안에 인형, 꽃과 함께 묶인 빼빼로가 들어 있다.









내수 진작 vs 과소비 자극
핼러윈은 명절과 더불어 사업자들이 노리는 ‘대목’이다. 온라인 게임사는 게임 내 핼러윈 이벤트를 열어 당일 접속률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놀이공원과 클럽을 비롯한 주류 판매 업소는 이태원, 홍대, 신촌을 중심으로 핼러윈 분장을 한 손님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등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파티 분위기에 동참할 것을 독려한다. 이 덕에 완구, 분장·파티용품 상점은 자연스럽게 덕을 본다. 데이터 플래닛의 분석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G마켓은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일주일간 핼러윈 파티용 촛불, 이벤트 용품 137%, 캐러멜 130%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와 같은 소비 촉진 효과를 낙관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과소비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과 아동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소비하기 쉽다. 핼러윈 분장용품은 업체나 원단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정품 만화 캐릭터 의상은 십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학부모는 자녀의 영어 학원, 영어 유치원 핼러윈 파티 준비를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된다. 빼빼로와 봉제 인형을 세트로 묶거나 저가 상품에 화려한 포장만 더해 이삼만 원까지 가격을 뻥튀기한 상품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 vs 스트레스 가중
이들 ‘데이’는 어떤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덜고, 반대로 어떤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가중시킨다. 핼러윈 데이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에게, 핼러윈 데이는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해방의 날이다. 핼러윈 데이가 되면 영어유치원이나 영어학원에서는 과자를 나눠 주고 영어 연극을 공연하는 등 저마다 원아들을 위한 놀이를 준비한다. 성인들도 평소에 못 할 요란한 분장을 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파티에 참석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더불어 빼빼로데이는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도 특별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적당한 핑계가 돼 준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에 감사의 마음을 담듯, 가족이나 친구, 연인에 대한 애정을 과자라는 작은 선물에 담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롯데제과는 빼빼로 포장 상자에 사랑, 응원 등의 문구를 인쇄해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또 다른 스트레스의 날일 뿐이다. 핼러윈 데이는 괴기스럽거나 선정적인 분장을 이유로 매년 기삿거리가 된다. 올해는 피투성이 환자복을 입은 사람을 보고 놀란 시민이 역 사무실에 신고한 해프닝이 보도됐다. 외래문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핼러윈 데이는 부담스럽고 낯설다.

또, 암묵적인 강요로 동참하지 않는 이들의 스트레스를 가중한다. 11월이 오면 일부 초·중·고교는 빼빼로를 갖고 등교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거나 학급에 빼빼로를 돌리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으로 보낸다. 뿐만 아니라 순수한 마음이 선물의 여부나 그 가격으로 재단되는 현상이 생긴다. 남들은 다 빼빼로를 선물하는데 내 애인은 그러지 않아서, 나는 친구에게 빼빼로를 선물했는데 친구는 그러지 않아서, 수제가 아닌 공장제 빼빼로를 선물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우연수(독문 16) 학우는 “애인이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빼빼로를 선물해 나에게 소홀해진 것으로 오해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전했다.

중국의 핼러윈 풍경. ⓒ이차오 학우 제공

토끼 분장을 한 학우.










문화적 다양성 포용 vs 우리 문화 위협
한편 이들 ‘데이’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장단이 있다. 핼러윈 데이는 세계 각국에서 유행하고 있어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인들까지 고루 섞여 즐길 수 있는 날이다. 때문에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포용적 태도를 갖게 하고, 외래문화는 물론 한국 내 다문화에 대한 이해 역시 돕는다. 우리 학교 동아리 하이클럽이 이달 초 핼러윈 데이 파티를 기획한 이유도 교내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내국인 학우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또, 이들 ‘데이’는 모두 시대와 상황에 맞게 유연히 변화하므로 오히려 우리 문화와 결합해 국산품에 대한 관심과 소비를 늘릴 수 있다.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먹도록 장려하는 ‘가래떡데이’ 역시 이와 같은 ‘데이’ 마케팅을 벤치마킹해 생겨난 것이다.

반대로 우리 고유 문화나 기념일의 자리를 밀어내고 존재를 가린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된다. 매체는 빼빼로데이에 대한 내용으로 도배돼 정작 법정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에 대한 관심을 차단하고, 핼러윈 데이는 소위 선진국인 유럽의 기념일을 흉내 내 사대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다. 핼러윈 데이에 대한 인터넷 뉴스 기사마다 “왜 외국 귀신을 기리냐”는 조롱의 댓글이 달리곤 해 이와 같은 부정적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데이’ 시장은 유행 중이다. 인터넷 익명 공간에서의 비난과는 대조되게 거리의 풍경은 활기찼다. 이에 우리 학교 학우들은 이 날을 어떻게 보내고 어떻게 느끼는지, 다른 나라에서 이들은 무슨 의미를 갖는지 핼러윈 데이와 빼빼로데이의 모습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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