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법, 균형잡힌 줄다리기 위해
상가임대차법, 균형잡힌 줄다리기 위해
  • 박채연
  • 승인 2018.11.12 16:48
  • 호수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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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익선동의 전경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익선동의 전경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지난 9월 20일 개정돼
상인들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존재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
경리단길, 서촌, 익선동 등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난 대표적인 지역이다. 주거공간으로만 사용되거나 재개발을 기다릴 정도로 소외당하던 동네들을 상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새로운 미학과 감각을 쏟아내며 살려냈다. SNS에 올라오는 ‘핫’한 동네가 되자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들은 이들의 자리를 하나둘씩 차지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높아진 임대료를 부담할 수 없는 이들은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이하 맘상모) 쌔미(활동명) 상임활동가는 “유입인구가 늘어나며 시세가 올라가는 시점에서 *기획부동산이 투기를 하며 임대료가 치솟게 된다”며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특색 있는 가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위기의 상인들 구해냈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피해를 보는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상가임대차법은 지난 6월 서촌에서 ‘궁중족발 사건’이 일어나며 한계를 드러냈다. 김 씨 부부는 서촌에서 2009년부터 7년간 '궁중족발'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했다. 이후 서촌은 '핫 플레이스'가 됐고, 2016년 새로 바뀐 건물주는 보증금과 월세를 3배 이상 올렸다. 사실상 재계약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반발하는 김 씨 부부에게 건물주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상가임대차법 조항을 근거로 *명도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김 씨 부부가 5년을 넘긴 7년 동안 건물에서 장사했으니 더 이상 재계약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식당운영을 포기해야만 했다. 궁중족발 사건을 계기로 임차인들을 보호하는 현실적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결국 지난 9월 20일 국회에서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된 상가임대차법, 핵심 내용은?
상가임대차법이 개정되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계약갱신요구권 보장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인상한 것과 권리금회수기회 보호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한다는 것이다.
법 개정으로 인해 *임대인은 최초계약 시점으로부터 10년간 임차인이 건물에 더 남아있겠다는 요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게 됐다. 우리 학교 법학전문대학원(원장 민만기) 강현호 교수는 “임차인은 조리 도구, 급수시설 같은 영업시설도 자비로 설치하고 단골손님도 있기 때문에 5년이 지나자마자 계약이 끝나면 손해를 본다”며 “보장 기간을 10년으로 늘린 것은 임차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밝혔다.

여기서, 권리금이란 새로 빌리는 사람이 앞에 빌려 살던 사람에게 내는 관행상의 돈을 뜻한다. △거래처 △상가건물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영업시설 등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넘겨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임대인이 건물을 본인이 쓰겠다고 말한 후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주지 않고, 새로운 임차인을 받아 그 권리금을 본인이 갖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임차인이 건물을 양도하고 싶을 때 계약 종료시점을 3개월 넘게 남겨두고 다음 임차인을 구하면, 권리금을 빼앗겨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보호기간을 늘려 임차인이 더 오랫동안 권리금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법 개정 이후 임차인은 연장된 6개월간 권리금을 받지 못할 걱정 없이 다음에 점포를 운영할 임차인을 구할 수 있게 됐다.

맘상모 회원들이 국회 앞에서 상가법 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맘상모 회원들이 국회 앞에서 상가법 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
여전히 임차상인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환산보증금과 차임증감권 등의 영역이다. 환산보증금이란 대략 ‘보증금+(월세100)’으로, 서울을 기준으로 6억 1천만원이 넘으면 상가임대차법의 적용 범위에서 벗어나게 된다. 서울의 경우, 6억 1천만원을 넘기면 더 이상 법이 보호해야 하는 약자가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문제는 이 기준 금액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서울에는 대부분의 상가들이 환산보증금을 초과한다”며 “정작 보호가 필요한 상인들은 몇몇 조항에서 규정해둔 보호를 받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환산보증금 폐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면 월세 상승률이 연 5%로 제한되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이다. 실제로 많은 임대인은 위법임에도 불구하고 5% 이상으로 월세를 올린다. 이는 상가임대차법이 민사영역에 속해있어 징역, 벌금 등의 형사법적 규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을 어겨도 임차인이 소송하지 않으면 임대인은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다. 쌔미 활동가는 “재계약이 절실히 필요한 임차인들이 쉽게 소송을 청구할 수 없다”며 “벌금같이 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임대인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상가임대차법이 임차인뿐만 아니라 건물주인 임대인에 대한 고려나 배려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연구원 도시재생센터(원장 서왕진) 장남종 연구위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은 결국 지역공동체라는 틀에서 고민할 문제이며, 지역으로 유입되는 외부자본과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의 단초가 된다”고 주장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상가임대차법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을까. 광운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박태원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꼭 제거해야 할 암세포처럼 봐서는 안 된다”며 "젠트리피케이션은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어느 정도의 규제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전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충분히 관찰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공주도형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재생 사업도 경계했다. 빠른 시간에 지역을 바꾸려는 노력이 지가를 상승시키고 투기 세력에게는 좋은 기회가 돼서, 결국 기존 임차인들을 쫓아낸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미디어가 계속해서 핫 플레이스를 보여주며 일반 대중의 방문 욕구를 무차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문제”라며 “미디어를 비롯한 민간영역에서의 협력을 통해 급속도로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획부동산=부동산을 이용해 마치 경제적인 이득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처럼 조작하여 투자자들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행위를 하는 중개업자나 업체.
*임차인=임대차 계약에서, 돈을 내고 물건을 빌려 쓰는 사람.
*명도소송=매수인이 부동산에 대한 대금을 지급했음에도 점유자가 부동산의 인도를 거절하는 경우 제기하는 소송.
*임대인=임대차 계약에서, 돈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빌려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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