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혁신을 따라가다, 성균관 건축기
전통과 혁신을 따라가다, 성균관 건축기
  • 지웅배 기자
  • 승인 2019.05.12 21:34
  • 호수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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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중원(건축) 교수

사진 l 이민형 기자 dlalsgud2014@

성균관의 만대루, 중도와 디도
비전 있는 캠퍼스로 나아가야

건축이 지녀야 하는 좋은 요소, 대학이 지녀야 하는 좋은 요소를 살펴봤다. 살펴본 기준에 따르면 교내에는 어떤 '좋은 건축'이 있을까. 이중원(건축) 교수에게 그 답을 들어봤다.

교내에서 가장 좋은 건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나만 꼽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선택한다면 자과캠에는 삼성학술정보관(이하 디도), 인사캠에는 중앙학술정보관(이하 중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조선시대 성리학을 담아낸 사립 고등교육기관으로 서원이 존재했는데, 그 중 안동 병산서원은 건축적으로 최고로 꼽힌다. 병산서원에는 *강학공간 앞에 ‘만대루’라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만대루는 일종의 누각과 정자로,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마치고 쉬면서 편하게 얘기를 나누는 장소였다. 창의적인 생각과 기발한 대화는 만대루처럼 수려한 경관을 *차경하며 편하게 이야기 하는 중에 발화한다. 디도와 중도는 교내의 만대루다. 공부하다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토론하고 회의하는 모습이 투명하게 매달린 공간에서 보여진다. 학생끼리 쉽게 영감을 주고받는 플랫폼이다.

건축적으로도 흥미롭다. 디도는 옆에서 보면 책을 펼친 모습이고 위에서 보면 은행 나뭇잎을 형상하고 있다. 3차원 곡면을 이용한 점도 학교가 전통만큼이나 혁신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자과캠 정문으로 입장할 때 풍기는 분위기와 위압감은 학교 이미지에 무게를 더해줬다. 건물이 낡으면 무조건 허물고 새로 짓는 시대 속에서, 중도는 재생과 리모델링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다. 옛 도서관에 새 도서관을 접속시켰다. 그 결과 외장에서는 벽돌과 유리가 공존하고 내부에서는 옛 벽돌 외벽이 새 건물의 내벽이 됐다. 

해당 건물의 아쉬운 점은 없는가.
디도의 경우 건축적 디테일이 부족하고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아쉽다. 우리나라는 매년 봄이 되면 황사와 꽃가루가 날리는데, 금속과 유리로 된 지붕 설계 당시 이를 고려하지 못했다. 책장을 묘사하는 형태인 부분에 먼지가 쌓이면 빗물에 자연스럽게 씻겨 내려가야 하는데, 물에 젖은 먼지가 외장에 얼룩으로 남는다. 이는 먼지가 쌓이는 곳이 경사지게 만들고 앞부분에 처마를 더 길게 만들어 몸체 부분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끔 하는 ‘물끊기 홈’과 배수의 섬세함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여름에는 온실효과가 심해 냉방을 위한 전력 소모가 심하다. 이는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어야 하는 도서관으로서 큰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도의 경우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천장의 높이가 높아야 이용자의 쾌적함과 유연성을 더해준다. 그런데 근처에 창덕궁이 있어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법적으로 건축의 높이가 일정 이상을 넘을 수 없다. 그 결과 중도는 대부분의 공간에서 높은 천장을 확보하지 못했다.

위 건물 외에도 좋은 건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과캠의 자연과학대학 건물도 좋은 건축물 중 하나다. 후문으로 입장해 디도까지 가는 동선이 대각선으로 나타는데, 그 사이 이과대 건물이 통로로써 만드는 ㄷ자형 내정이 조경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인사캠의 경우는 경영관이 좋은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경영관 뒤편으로 펼쳐지는 입체적인 정원이 그 이유다. 경영관 정원은 호암관 , 경제관과 함께 위에서 보면 품(品)자형 중정 무리를 형성한다. 특히 각기 다른 재질로 된 호암관, 인문관, 경영관에 둘러싸여 있는 형태가 경사지에 조성돼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인사캠의 오르막길을 끼고 이어지는 창덕궁 담장이 전통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캠퍼스별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과캠의 경우 후문 앞에 있는 고가도로나 캠퍼스와 일월저수지 사이의 도로는 캠퍼스의 확장을 방해하는 요소다. 고가도로 밑에는 그늘이 지고 먼지가 쌓이며 음침한 분위기를 유발한다. 일월저수지라는 좋은 환경을 끼고 있음에도 도로가 있어 원활한 왕복이 힘든 점도 큰 장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지하차도 같은 형태로 전환해 캠퍼스 주변의 마을과 연결된 형태인 ‘캠퍼스 타운’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저수지를 비롯한 식물원 부지를 결합해 연구단지를 조성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다. 요즘 대학에서 집중하는 창업 장려의 취지와도 맞물려 앞으로의 대학 운영에 있어서 중요할 것이다. 대학 주변에 창업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지식이나 인력을 서로 교류하고 기업에서 발생하는 이윤의 일부를 교내 자산으로 받아, 학교가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 형성이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다. 한편 인사캠의 경우는 지하 공간 개발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연세대와 고려대가 지하 공간을 개발해 주차장 확보로 주차난을 해결한 사례와 이화여대의 ECC(Ehwa Campus Complex)를 건립해 흩어진 캠퍼스 건물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 사례가 있다. 이를 참고해 금잔디 광장과 수선관 앞 개방된 공간 아래에 지하 공간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중도 전경. 구 건물과 신 건물이 조화를 이룬다.
중도 전경. 구 건물과 신 건물이 조화를 이룬다.
자연과학대학 건물. ㄷ자 모양으로 정원을 품고 있다.
자연과학대학 건물. ㄷ자 모양으로 정원을 품고 있다.
경영관 뒤편 정원. 품(品)자형 중정 무리를 형성해 입체적이다.
경영관 뒤편 정원. 품(品)자형 중정 무리를 형성해 입체적이다.
사진 l 이민형 기자 dlalsgud2014@

*강학공간=학습을 위한 공간.
*차경=경치를 빌린다는 뜻으로 창을 통해 풍경을 감상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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