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기황 (rlghkd791@skkuw.com)

체험기 - 배리어프리존 도우미

금잔디 광장에 위치한 배리어프리존, 완만한 경사로를 설치해 장애 학우의 이동을 배려했다.사진 l  박기황 기자 rlghkd791@skkuw.com
금잔디 광장에 위치한 배리어프리존, 완만한 경사로를 설치해 장애 학우의 이동을 배려했다.
사진 l 박기황 기자 rlghkd791@skkuw.com

지난 축제에서 제50대 인사캠 총학생회 S:with(회장 조기화)은 장애 학우들도 불편함 없이 무대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장애인권동아리 ‘Equal’과 함께 배리어프리존을 운영했다. 그러나 이를 이용했다는 익명의 한 학우는 “배리어프리존만의 펜스가 없어 취재기자와 카메라 감독이 정신없이 돌아다녔고, 장애 학우에 대한 실무단의 태도가 정중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애 학우 도우미와 실무단 사이의 갈등도 있었다. 실무단은 도우미가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며 배리어프리존 밖에 있을 것을 요청했다. 장애 학우 도우미는 “장애 학우의 이동을 돕기 위해 부득이하게 배리어프리존에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실무단의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배리어프리존은 아직 개선할 여지가 많았다. 이에 기자가 아닌 장애 학우 도우미로서 배리어프리존에 발을 디뎠다. 배리어프리존은 지면보다 약 1m 높게 설치돼 탁 트인 시야를 제공했으며, 배리어프리존으로 올라가는 길에 완만한 경사로를 설치해 장애 학우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배리어프리존은 금잔디 광장 가장 뒤쪽에 위치해 주변에 주로 외부 사람들이 포진해 있었다. 실무단이 통제를 원활히 해 지난 축제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은 다소 해소된 듯 보였다. 제51대 인사캠 총학생회 Sparkle(회장 김예지)은 금잔디 광장 뒤편에서 무대를 관람해야 하는 장애 학우들을 위해 망원경을 제공했으며, 실무단이 배리어프리존에 틈틈이 찾아와 장애 학우를 살피기도 했다. 망원경을 통해서 관람한 무대는 바로 앞에서 보는 것만큼 눈에 생생히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축제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됐다.

이번 축제에서 배리어프리존을 이용한 익명의 학우 A씨는 “배리어프리의 의미가 ‘장벽을 없애고 불편함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위치가 맨 뒤라 의미가 퇴색된 것 같다”며 “총학생회가 단순히 배리어프리존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애 학우들과의 소통을 통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어떤 것인지 숙지해 일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배리어프리존을 이용한 익명의 학우 B씨는 “배리어프리존이 금잔디 광장 맨 뒤에 위치해 이동하는 길이 불편했지만, 지난해보다 총학생회의 일 처리가 빨라 좋았다”고 솔직한 평가를 했다.

한편, 지난 축제 때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된 펜스는 배리어프리존과 그 밖의 영역을 명확하게 나누는 경계선이 됐다. 어느 순간 배리어프리존을 가운데에 두고 주변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그때부터 배리어프리존은 금잔디 광장 속 외딴 섬이 된 듯해 기자조차도 관람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장애 학우는 많은 시간을 무표정으로 보내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는 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장애 학우는 “이번 대동제를 잘 즐겼다”며 웃으며 내려갔지만, 문득 배리어프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장애 학우가 진정으로 아무런 장벽 없이 다른 학우들과 함께 웃으며 축제를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배리어프리가 실현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