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선정 (sunxxy@naver.com)

인터뷰 - '딱따구리' 유지은 대표

왜 남자는 우는 게 아니라고 했을까? 울고 나면 기분이 어떨까?
성평등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소비가 당연한 사회 되도록 노력 

 

왜 여자라는 이유로 갓난아이에게 리본 머리띠를 씌워 줄까? ‘여아용’, ‘남아용’이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무심코 지나친 모습에 의문을 던진 사람이 있다.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아이들이 사회의 편견을 답습하지 않도록 성 평등 교육을 실천하는 ‘딱따구리’의 유지은 대표를 만났다.

스타트업 ‘딱따구리’를 소개해 달라.
새 중에 가장 평등한 육아를 하는 딱따구리는 딱딱한 나무를 뚫어 벌레를 잡아먹는다. ‘딱따구리’는 평등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단단한 고정관념을 딱따구리처럼 뚫는 성평등 교육 기업이다. 회사의 큰 목표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은 성 고정관념이 담긴 동화, 애니메이션, 장난감 등을 봤을 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학습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딱따구리’는 성평등 교육을 위한 동화를 선별해 가정으로 보내주는 독서 큐레이션 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막연히 한국의 성 고정관념이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여자라고 하면 분홍색 용품을 준비하고, 남자라고 하면 파란색으로 방을 꾸미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성별을 기준으로 환경을 조성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아이를 가질까 고민했을 때 아동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둘러봤다. 관심을 가지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미디어와 장난감에 성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요소가 있었다. 그래서 영유아 및 양육자를 위한 성평등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성평등 독서 큐레이션이란 무엇인가.
유럽 여러 나라 교육청의 성평등 가이드라인과 성역할 및 성평등을 다룬 아동문학 연구 자료 등을 참고해 직접 기준을 만들어 책을 선별하고 있다. △등장인물 대사묘사설정이 성차별적이거나 성 고정관념이 들어가 있는가 △여성 주인공이 스토리에서 보조적인 역할만 수행하는가 △남성 주인공의 경우 묘사 및 설정이 1차원적인가 등을 포함한 17가지 항목을 통해 책을 선정하고 있다. 위인전은 남성 중심인 경우가 많아 여성 위인전도 채택하고 있다. 책을 읽은 후엔 양육자가 ‘왜 남자는 우는 게 아니라고 했을까?’, ‘왜 우는 게 필요하고 울고 나면 기분이 어떨까?’ 등의 고정관념을 해소할 수 있는 질문이 수록된 워크북도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나 출판사의 반응은 어떤가.
아이들은 백지 같은 존재여서 기존의 생각과 다른 사례가 하나만 있어도 생각의 폭이 확장된다. 예전에는 ‘공주가 어떻게 탈출할까?’란 질문에 아이가 ‘왕자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면, 책을 읽은 후에는 ‘스스로 탈출해야지’라고 대답했다는 고객 후기가 있었다. 또 ‘왕자가 꼭 공주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혹은 ‘공주는 분홍색을 싫어할 수 있구나’라는 대답도 나왔다고 한다. 출판사의 경우엔 직접 그림책을 만들어 채택을 요청하기도 한다.
 

올바르게 성평등 교육을 하려면.
양육자분들에게 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을 말씀드리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맞벌이가 많아 양육자가 모든 환경에 관심을 쏟을 수 없으며 전부 통제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성평등 교육 같은 인성교육은 우선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양육자분들도 고정관념이 있어 아이의 행동이나 말속에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큐레이션 서비스 구독자분들과 소통 하다 보면 많은 분이 성평등 교육을 지향하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여자아이에게 ‘예쁘다’는 칭찬을 대체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어른들도 고정관념 해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서분들이나 청소년 교육자분들 위주로 성 인지 감수성을 기르고 올바른 성평등 교육을 지도하는 강연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동화 말고도 다양한 요소를 큐레이션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최근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놀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여자아이들이 드릴, 전자회로 등을 가지고 나만의 장난감이나 가구를 만들어 보거나, 남자아이들이 돌봄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활동이다. 이는 기존엔 서로 다른 영역이라 생각했던 것을 체험해보는 기회로 작용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영역이라 여겼던 편견의 벽을 허물고 성평등을 인식한 윤리소비가 증가한다면 고정관념이 담긴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형성되지 않을까.

유지은 대표
유지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