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현 (jhyeonkim@skkuw.com)
일러스트 l 정선주 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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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자립 위해 자립이행기 필요해
최소한의 지원 넘어선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 필요

“맹장이 터졌는데 보호자가 없어서 혼자 아픈 배를 움켜쥐고 병원 세 군데를 돌아다녔어요.” 보호종료아동이 실제로 겪는 일이다. 보호대상아동은 △가정위탁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하는 아동이다. 아동복지법에서는 보호대상아동이 만 18세에 달했거나 보호 목적이 달성됐다고 인정되면 아동의 보호조치를 종료하거나 해당 시설에서 퇴소시켜야 한다고 규정한다. 민법상 ‘아이’, 복지법상 ‘어른’인 보호종료아동이 자립해 살아가야 할 세상은 막막하기만 하다. 

보호종료아동 지원 현황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호대상아동의 자립에 필요한 △교육 △생활 △주거 △취업 등을 지원하고 사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경제적 지원으로 보호종료아동은 최대 500만 원의 자립정착금을 받는다. 또한 올해부터 보호종료 3년 이내의 지원대상자는 최대 3년간 월 30만 원씩 자립수당을 지원받을 수 있다. *디딤씨앗통장을 통해 일정한 목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주거 지원의 경우 보호종료아동은 주거지원 통합서비스를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임대 주택을 지원 받는다. 대부분의 보호종료아동이 지원 받는 소년소녀가정 전세주택의 경우 보증금 9000만 원의 이자를 보호종료아동이 부담하며, 보호종료 5년 이내의 지원대상자에게는 대출이자를 50% 감면해준다. 보호종료아동은 정부로부터 적지 않은 지원을 받지만, 미비한 지원 체계로 인해 완전한 자립은 쉽지 않다.

법적 미성년자인 보호종료아동의 자립
현재 보호종료 연령은 만 18세로 보호종료 1년 이내의 아동은 법적 미성년자다. 법정대리인이 없는 보호종료아동은 법적 성인이 될 때까지 스스로 △금융 거래 △응급 수술 및 치료 △전입 신고 △휴대전화 개통 등을 할 수 없다. 보호종료아동 박지애(21) 씨는 “병원을 갔는데 법적 미성년자는 보호자가 있어야 입원이 가능해서 정부가 공문을 보내줘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보호법에서 규정한 청소년 연령에 따라 만 24세까지의 자립이행기를 둘 필요가 있다. 영국은 ‘머무르기’와 ‘곁에 두기’ 제도를 통해 만 25세까지의 자립이행기를 확보하고 있다. ‘머무르기’ 제도는 보호종료 연령이 돼도 시설에 남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곁에 두기’는 보호종료 이후에도 시설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하며 지속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세종사이버대 청소년학과 조규필 교수는 “정부가 자립이행기를 공식화해 보호종료아동이 스스로 준비가 되면 시설을 떠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점이 드러난 자립지원 교육
보호종료아동의 실질적인 자립력을 기르기 위해 시행되는 자립지원 교육은 보호종료 1~2년 전부터 진행된다. 하지만 형식적
·이론적으로만 교육이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박 씨는 “자립지원 교육이 시행되는 기간도 짧고, 현실적이지 않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의 부재는 *복지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보호종료아동 김지희(22) 씨는 “보상 형식이 아닌 정부의 무조건적인 금전 지원은 지원을 받는 것에 익숙해지게 만든다”는 우려를 전했다.

정부는 한 번의 온라인 강의만 들으면 3년 동안 자립수당을 지원한다. 하지만 일정한 행위에 대한 보상이 아닌 지원은 복지병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센터(센터장 김충헌) 주해란 부센터장은 “정부가 자립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서적·심리적 지원의 필요성
보호자 없이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종료아동이 겪는 심리적 압박감과 부담감은 매우 크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호종료아동이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은 부재한 실정이다. 김 씨는 “심리적으로 힘들 때 어른들에게 기대기보다는 시설에 같이 살았던 친구들과만 얘기한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서적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 교수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보호종료아동에게 정서적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보호종료 이후의 지원체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부센터장은 “보호종료아동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상시적인 콜센터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미흡한 사후 관리 보완해야
현재 보호종료아동의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은 현저히 부족하다. 한 명의 자립전담요원이 맡는 보호종료아동은 30여 명이다. 동시에 시설 내의 아동도 관리하기 때문에 자립전담요원이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인원은 약 60명 정도 된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서비스를 받는 보호종료아동의 입장에서 사후 관리 인력 부족으로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김 씨는 “보호종료 후 자립전담요원이 있다는 것도 몰랐으며, 개별적인 사후 관리 또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립전담요원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도 문제다. 박 씨는 “자립전담요원이 짧으면 1년, 길면 3년 안에 바뀌는데, 그렇게 되면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자립전담요원의 인력 확충을 통해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개별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경우 위탁양육자립프로그램을 통해 보호종료아동이 프로그램을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 조 교수는 “정부가 최소한의 지원만 해주는 것에서 벗어나 개별적인 사례관리 체계를 통해 다각도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두의 역할이 필요한 때
정부의 지원이 있어도 보호종료아동에게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노력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보호종료아동의 참여를 유도해 개별 사례에 맞는 지원을 하는 보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주 부센터장은 “보호종료아동의 말을 들어주고 도움을 주는 등 사후 관리를 지속하는 멘토나 전문가의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정부는 민간 기업
·단체가 방향성을 잘 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종료아동도 실질적인 자립을 위해서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더불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할들이 조화를 이룬다면 보호종료아동이 자립해 살아갈 세상은 덜 험난하지 않을까.
 
*디딤씨앗통장=저소득층 아동이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국가에서 일대일로 월 5만원까지 같은 금액을 통장에 적립해주는 자산형성지원사업.
*복지병=정부나 사회단체에서 제공하는 복지 혜택에 의존해서 살아가려는 심리 상태나 현상.
 
왼쪽부터 주해란, 박지애, 김지희
왼쪽부터 주해란, 박지애, 김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