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고기, 어디까지 먹어봤니?
식물성 고기, 어디까지 먹어봤니?
  • 김규리 기자
  • 승인 2020.10.12 17:44
  • 호수 16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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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의식으로 대두된 대체축산물의 필요성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게 발전을 위한 과제

지난달 1일, '써브웨이'에서 ‘얼터밋(altermeat) 썹’을 선보였다. ‘얼터밋 썹’은 기존의 고기 대신 콩고기가 들어간 메뉴다. 독특한 메뉴가 출시됐다는 소식에 기자가 직접 먹어보기로 했다. “얼터밋 썹 주세요.” 많은 사람이 찾는 메뉴는 아닌지 직원은 냉장고 안쪽에서 콩고기를 꺼내왔다. 어떤 소스를 뿌리면 좋은지 물어보니, 고기에 이미 양념이 배어 있어 올리브유가 무난하다고 했다. 크게 베어 물자 달콤하고 짭짤한 양념이 입안에 가득 들어찼다. 마늘과 간장을 활용한 소스가 양념 갈비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콩고기는 쫄깃한 어묵을 씹는 식감이었다. 문득 콩고기를 활용한 메뉴가 더 없나 궁금해졌다. 롯데리아의 ‘미라클 버거’, 컵라면의 스프에 든 동그란 고기 등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식물성 고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렇듯 식물성 고기는 조금씩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떠오르는 대체축산물 
대체축산물은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등을 대체하는 고기다. 통상 대체육이나 대체 식품으로 불린다. 대체축산물은 현대 과학의 기술로 갑자기 발명된 것은 아니다. 6세기 중국의 양 무제 시절에는 육식을 금하는 불교의 교리를 지키면서도 고기를 섭취하기 위해서 콩고기가 발명되기도 했다. 그러다 1970년대에 미국의 AMD사에서 대두 단백질을 조직화하면서 식물성 고기 생산이 가능해졌다. 

대체축산물에는 △배양육 △식물성 고기 △인조계란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현재 일상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식물성 고기로,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고기와 비슷한 형태와 맛이 나도록 제조한 것이다. 채취한 동물의 세포를 공학 기술로 배양해 생산하는 배양육의 경우는 시제품을 개발하는 단계다. 
기존의 축산업이 여러 한계에 직면하며 대체축산물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선 대체축산물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고 기대된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15억 마리의 소는 전체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절반을 차지한다. 사육 가축을 대체축산물로 바꾸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체축산물은 기존의 축산업에 비해 투입되는 자원도 적다. 소는 20, 돼지는 5의 사료요구율을 갖는데, 사료요구율이란 고기 1㎏을 얻기 위해 투입하는 사료의 양을 의미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정민 전문연구원은 “기존의 축산에서는 얻게 되는 고기에 비해 투입되는 자원의 양이 상당히 크다”며 “식물성으로 대체되면 환경의 부하가 감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대체축산물은 살아있는 동물을 도살하거나 공장식으로 사육하는 등 전통 축산업이 품은 동물 생명 윤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소비자 태도 설문조사 결과, 동물복지 식품을 구매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황재현 교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동물 복지를 의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소비자의 변화가 시장을 자극한다”고 전했다. 

대체축산물은 식량난을 해결할 방법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기존의 식량 생산력은 늘어나는 인구를 뒷받침하기 어렵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과 같이 질병이 발생할 경우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도 한다. 최근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에 대체축산물이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육가공 공장 폐쇄 등으로 유통망에 차질을 빚었지만, 대체축산물은 독자적인 생산라인으로 기존 육류를 대체할 수 있었다.

식물성 고기의 저력 
대체축산물은 일상적인 육식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기에 익숙한 라이프스타일에 급격한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채식 레스토랑 ‘천년식향’의 안백린 쉐프는 “환경이나 동물 복지 등의 신념으로 채식을 시작했지만 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주로 식물성 고기로 만든 메뉴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쉐프는 “식물성 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메뉴를 통해 비채식인들이 채식은 딱딱하다는 대한 편견을 깨고 맛있는 식사를 즐기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천년식향’의 대표 메뉴인 ‘섹스 앤 스테이크’는 매운 돼지갈비 소스를 베이스로 한 건조 콩단백 요리다. 건조된 콩고기는 기름에 세 번 볶고 소스에 재운 다음 마이야르 반응*을 유도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플레이트 위로 올라간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CFRA는 2018년 약 22조 원 규모였던 전 세계 대체축산물 시장 규모가 2030년 약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표적인 식물성 고기 기업인 ‘비욘드미트’는 올해 1분기 매출에서 약 140%의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국내 시장에도 대체축산물이 등장하고 있다. ‘동원 F&B’는 ‘비욘드미트’와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식물성 고기 메뉴를 선보였다. ‘롯데푸드’는 식물성 고기의 개발을 위해 생산 기술 보유 업체와 협약을 맺기도 했다. 

더 넓은 식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식물성 고기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식물성 고기는 유전자 변형 대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불안이 존재한다. 반비례 관계에 놓인 전통 축산업계와의 갈등도 우려된다. 대체축산물은 기존의 육류를 말 그대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는 이미 전통 축산·낙농업자와 대체축산물업계 간에 법적인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시장이 성장할수록 몇 년 안에는 갈등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식품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맛이 가장 중요하다. 식물성 고기를 섭취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불만족 원인에는 맛과 식감이 제일 높았다.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식물성 고기의 생산이 초보적인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식물성 고기를 생산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며 “중국에서 수입한 식물성 고기를 조미해 판매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이 뛰어나고 맛이 좋으면 식물성 고기도 잘 팔릴 수 있다”며 “‘비욘드미트’ 같은 경우에는 식물성 원료인데도 한우 가격과 맞먹는다”고 경쟁력을 강조했다. 

*마이야르 반응=환원당과 아미노산, 펩티드, 단백질 등의 아미노기를 갖는 화합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식품의 대표적인 성분 간 반응이다. 식품의 가열처리, 조리 혹은 저장 중 일어나는 갈변이나 향기의 형성에 관여하고 있다.
 

'천년식향' 안백린 쉐프ⓒ 천년식향 제공
'천년식향' 안백린 쉐프
ⓒ 천년식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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