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찬이네 닭들은요, 클래식 음악을 듣고 흙 목욕하며 살아가요"
"알찬이네 닭들은요, 클래식 음악을 듣고 흙 목욕하며 살아가요"
  • 황유림 기자
  • 승인 2020.10.12 18:00
  • 호수 16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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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알찬유정란 농장 박진용 대표

사람을 보면 도망가는 보통 닭과 달리 이곳의 닭은 사람에게 다가온다.
사진 I 황유림 기자 yu00th@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 더 강화돼야
달걀 껍데기 숫자로 사육환경 알 수 있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는 농장 동물의 본능을 존중해 정상적인 삶을 보장하는 축사농장을 인증해주는 제도다. 12년차 농사꾼 박진용 대표는 제도가 생기기 이전부터 부모의 마음으로 닭들을 키워왔다. 그에게 있어 닭의 생활은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고 클래식 음악도 들려준다. 박진용 대표가 운영하는 ‘알찬유정란’ 농장을 찾아가 그가 실천하는 동물복지와 우리나라의 동물복지에 대해 들어봤다. 

알찬유정란 농장을 소개해달라.
알찬유정란 농장은 ‘오늘 낳은 유정란을 내일 식탁에 올려놓자’는 다짐으로 운영 중인 동물복지 유정란 농장이다. 원래 달걀 유통업에 종사했는데 우리나라 유통 구조상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면 신선한 달걀도 품질이 떨어진 채 도착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달걀을 직접 제공하는 농장을 생각하게 됐다. 사실 시작부터 복지를 우선으로 계획하지는 않았다. 닭이 인간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노력이 쌓이다 보니 오늘날의 동물복지 농장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우리 농장의 구매자 대다수는 동물복지에 관심이 있고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분들이다. 그들에게 우리 달걀만큼은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평가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

농장 운영에서 동물복지를 어떻게 실천하는가.
닭도 사람처럼 바람을 맞고 햇볕을 쬘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우리 농장의 닭들은 케이지가 아닌 넓은 운동장과 집을 오가며 생활한다. 춥거나 더우면 집으로 들어가고 흙 목욕을 하고 싶을 때는 운동장으로 나온다. 한 공간에 닭들이 모여 있으면 약한 닭이 센 닭한테 치이기 때문에 공간을 분리해 놓기도 했다. 그렇게 하니 폐사율이 많이 줄었다. 

사람도 잡식동물이듯 닭도 골고루 음식을 섭취한다. 기본적으로 항생제가 없는 사료를 쓰고 유기농 채소를 먹이기도 한다. 또한 미네랄과 미생물이 풍부한 ‘BM활성수’를 사용하고 닭들의 건강을 위해 농장의 수질, 토양 검사 등을 매해 진행한다. 다른 동물복지 농장과의 차이점은 클래식 음악을 튼다는 것이다. 사람처럼 닭들도 음악을 들려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했다. 재밌는 것은 잔잔한 음악이 나오다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면 닭들이 소리를 지르듯 반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닭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엠씨스퀘어’ 소리를 시범 삼아 틀어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제도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는 산란계에서 시작돼 양돈, 육계, 젖소 등으로 종이 확대됐고 인증받은 농장 수도 늘어났다. 그에 따라 농장주들의 여러 요구사항을 수용하다 보니 제도가 완화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산란계 농장의 사육밀도는 바닥 면적 1㎡당 7마리 이하가 적당하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 따르면 7마리 이하를 권장할 뿐 실제로는 9마리까지 사육할 수 있다. 전체 사육 규모를 고려하면 1㎡당 2마리 차이는 엄청난 차이다. 또한 케이지 사용을 금지하지만 4단 이하의 다단 구조물은 허용한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를 통해 소비자들은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 사람이 일 년에 290개 정도의 달걀을 소비한다고 알고 있다. 많이 먹는 제품인 만큼 좋은 달걀을 먹으려는 분들이 많아져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소비자가 동물복지를 실천할 방법은 무엇인가.
달걀의 경우 가장 쉬운 방법은 달걀 껍데기에 쓰인 사육환경번호를 확인하는 것이다. 껍데기에 적힌 10자리의 숫자 중 마지막 숫자가 사육환경번호다. 사육환경번호는 1부터 4까지 있는데, 1번은 풀어서 기르는 방사, 2번은 농장 안 땅바닥에서 기르는 평사, 3번은 개선 케이지, 4번은 기존 케이지를 의미하며 숫자가 커질수록 마리당 사육면적이 줄어든다. 4번의 경우 A4용지 반 장 크기다. 우리 농장은 2번에 해당한다. 소비자는 사육환경번호를 통해 이 달걀이 어떤 환경에서 왔는지를 알고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사육환경번호의 폭을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같은 2번이라도 다단 구조물 사용 여부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세부적인 정보를 포함해서 번호를 7번 정도까지 늘린다면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농장 리스트를 직접 확인하며 주도적인 소비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알찬유정란 박진용 대표
알찬유정란 박진용 대표
사진 I 황유림 기자 yu00th@

 

농장에는 닭의 운동장과 집이 두 칸으로 나뉘어 있다.
농장에는 닭의 운동장과 집이 두 칸으로 나뉘어 있다.
사진 I 황유림 기자 yu00th@
작업실에서는 좋은 달걀을 골라내 포장한다.
작업실에서는 좋은 달걀을 골라내 포장한다.
사진 I 황유림 기자 yu00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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