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구희운 기자 (cloud@skkuw.com)
일러스트 | 김지우 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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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물자원은 인류의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 연구가 필요

 

지구 최초의 생명이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바다는 인류의 삶과 함께해왔다. 과거에는 배고픈 인류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이 돼줬으며, 현재는 음식에서 나아가 암을 치료하는 약으로도 활용된다. 해양생물은 인류의 미래에도 함께할 것이다. 해양생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해양생물학에 대해 알아보자. 

다양한 학문이 담긴 해양생물학
해양생물학은 바다에 존재하는 생물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해양생물자원, 유전자 등에 대해 연구한다. 해양생물학은 해양학과 생물학뿐만 아니라 물리학, 화학 등 다른 학문과도 연결된다. 해양생물은 빛과 온도, 염분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빛은 해양식물의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고 온도는 해양생물의 번식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우리가 흔히 pH로 나타내는 ‘수소 이온 농도 지수’는 해양생물의 생리적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바다 곳곳에 사는 해양생물
해양생물은 서식지에 따라 크게 표영생물과 저서생물로 나눌 수 있다. 표영생물은 물속에서 떠다니거나 헤엄치며 사는 생물이다. 표영생물은 물의 흐름에 거슬러 움직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플랑크톤과 유영동물로 나뉜다. 플랑크톤은 해류의 흐름에 따라 떠다니는 생물이다. 해양생태계의 먹이 사슬에서 식물 플랑크톤은 생산자, 동물 플랑크톤은 소비자, 대부분의 박테리오플랑크톤은 분해자다. 식물 플랑크톤은 일부 해양 미생물과 함께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얻고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1차 생산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황청연 교수는 “일부 박테리아는 식물 플랑크톤처럼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낸다”면서도 “식물 플랑크톤과는 달리 황화수소를 통해 산소 대신 황을 생산하며 광합성하는 박테리아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유영동물은 플랑크톤과는 달리 해류를 거슬러 헤엄치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어류와 고래, 바다사자 등의 해양 포유류가 유영동물의 대표적인 예다. 

한편 해저에 붙어 사는 저서생물에는 △갑각류 △어패류 △해조류 등이 속한다. 이들은 비교적 햇빛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 분포한다. 

하지만 서식지에 따른 해양생물의 분류가 절대적이지는 않다. 어류를 제외하고 해류에 따라 떠다니는 모든 해양생물은 플랑크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유영동물과 저서생물에 동시에 속하는 생물도 존재한다. 실제로 만화에 나오는 코끼리 캐릭터 ‘덤보’를 닮은 ‘덤보문어’는 헤엄칠 때는 유영동물, 바닥에 붙어서 살 때는 저서생물에 속한다.

인류의 미래, 해양생물자원
이러한 해양생물을 자원으로 이용하는 해양 바이오산업은 해양생물학에서 주목하는 분야다. 지난 1월 14일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해양 바이오산업을 1조 2천억 원 규모로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해양생물자원은 에너지,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한다. 먼저 에너지 분야에서는 해양 미생물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해양 미생물을 통한 바이오디젤 생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식물 플랑크톤인 미세조류는 기름을 축적하는데, 이 기름을 통해 친환경 바이오 연료인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다. 나아가 해양 미생물을 통한 수소 생산도 가능하다. 초고온성 해양 미생물 ‘NA1’은 수소 전환 효소를 통해 수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는 수소 전기차, 연료전지 등에 쓰인다. 

의료분야에서는 해양생물자원을 활용해 항암제, 항진균제 등 여러 의약품을 개발한다. 단순한 신체 구조를 지닌 하등생물인 해면동물로부터 분리된 화합물인 Ara-T, Ara-U를 얻을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항암제 Ara-C는 뛰어난 항암 효과를 가져 급성 백혈병 항암치료의 주 치료제로 사용된다. 

위기에 처한 해양생물
이처럼 인간에게 많은 자원을 주는 해양생물은 오늘날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 환경의 변화가 해양생물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엘니뇨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해 19℃ 이하에서만 서식하는 멸치가 차가운 물을 찾아 남하하며 페루의 멸치 어장이 파괴된 사례도 있다. 

해양산성화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양산성화는 수중 pH가 내려가 해양이 산성화되는 현상이다.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증가한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아들어 탄산 이온과 결합하고, 이 과정에서 알칼리성인 탄산 이온이 줄어들어 해수가 산성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해양산성화는 산호의 골격 형성을 막아 산호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산호초에 서식하는 수많은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한다. 바다의 사막화도 큰 문제다. 바위에 석회 조류가 달라붙어 기존의 해조류를 죽게 만드는 갯녹음 현상은 바다를 황폐하게 만든다. 독도에서도 갯녹음 현상이 발생해 동해 해양생태계가 파괴됐다. 

적조 현상 역시 해양생물의 생태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적조는 생활 하수, 공장 폐수 등으로 인해 물속에 있는 영양성분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현상인 해수의 부영양화로 인해 발생하는 플랑크톤의 이상 증식 현상으로, 물의 색깔이 붉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적조는 악취를 유발하고 물속 산소량을 감소시켜 해양생물의 생태를 파괴한다.

해양생물학과 우리가 함께 걸어야 할 길
해양생물학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생물의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독도의 갯녹음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독도 해양생물 다양성 회복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도 해양생물 다양성 회복 사업은 갯녹음 등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부터 독도 해양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해양 동식물의 서식처 생태환경 개선을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해양환경공단(이사장 박승기) 해양생태팀 김성수 사원은 “갯녹음의 원인 생물인 성게를 제거하고 석회조류를 제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독도 해양생태계가 개선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는 적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조를 유발하는 유해조류를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정해진 교수는 “해양생태계라는 집 안에 사는 해양생물은 집의 환경이 변하면 그 영향을 곧바로 받는다”며 해양생태계 보전 및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는 “지구 환경이 변함에 따라 해양생태계, 즉 해양생물의 집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고 이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식지에 따른 해양생물 분류.
서식지에 따른 해양생물 분류.
일러스트 | 이주연 외부기자 webmaster@
코끼리 캐릭터 '덤보'를 닮은 '덤보문어'.
코끼리 캐릭터 '덤보'를 닮은 '덤보문어'.
ⓒScienceTimes 홈페이지 캡처.
독도의 갯녹음 현상.
독도의 갯녹음 현상.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