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미 기자 (qewret16@naver.com)
일러스트 서여진 기자 duwls1999@

 

다양한 목적으로 
애완의 변주 이어져

인식과 법률 모두 여전히 
개선 필요한 과도기

 

반려인이 귀여운 반려동물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동반 식당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화면 속 반려동물의 모습을 보고 고민 없이 입양한 후 유기하고, 누군가는 짖음 방지기를 반려동물의 목에 채운다. 과연 동물은 진정한 반려로서 함께하고 있을까? 그들은 하나의 생명으로 우리와 공존하고 있을까?


커지는 시장, 발전하는 인식

변화는 완성됐을까

먹고 남은 국을 섞어 밥으로 주고, 대문을 지키게 하며 동물을 기르는 것은 옛일이 됐다. 동반 카페부터 동물 전용 호텔까지, 반려동물은 일상을 함께하는 반려로 그 위상이 달라졌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15%3129000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조사됐다. 그러나 층견()소음 등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고, 유기와 동물권 침해처럼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도 허다하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양적 성장 속도와 제도 등의 성장 속도의 차이가 크다반려동물 문화나 인식이 질적으로 성장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미디어 속에 갇힌 반려동물

그 모습이 전부는 아닙니다

300만 반려 가구 시대, 반려동물과의 일상을 담은 방송이 많아졌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행동 교정이나 귀여운 모습을 제외한 현실적인 문제를 모두 담지 않는다. 화면 속 모습만을 기대하고 입양할 시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 쉽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사료부터 예방 접종 비용까지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채은(문정 17) 학우는 토끼를 키우기 위해 한 달에 5만 원씩 지출하는데, 아플 경우 엑스레이 촬영에만 그 이상이 든다자궁축농증에 걸렸을 때는 120만 원 넘게 지불했다고 전했다. 미디어에선 경제적 부담을 짚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는 불충분할 뿐 아니라 왜곡됐을 수도 있다. 전채린(글경제 21) 학우는 햄스터의 경우 핸들링이 힘들고 주인을 먹이 주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미디어 속 동물의 모습과 현실 사이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이하 동자연)에서는 반려동물의 미디어 출연에 대해 소외된 동물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주는 순기능이 있다그러나 입양 후 생각과는 다른 모습에 무책임하게 파양 혹은 유기하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가벼운 입양·파양 과정

입양과 파양에 대한 담론은 여전히 제자리다. 반려동물 입양 경로가 다양해 통계에 잡히지 않아 입양 자격 및 과정을 규제하기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1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이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입양 경로 중 지인 입양44.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정대 반려동물과 조윤주 교수는 자격시험에 통과한 사람만 입양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더라도 지인 입양의 경우 일일이 찾아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입양 절차뿐만 아니라 파양 절차 역시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이 대표는 개인적 사정으로 파양이 불가피할 경우, 구체적인 절차가 없다면 유기로 이어지기 쉽다더 좋은 가정을 찾아주기 위한 절차 및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사회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양육 및 훈련에 대한 지식 없이 섣불리 입양하는 것도 문제다.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파양 원인 중 교육으로 개선 가능한 물건 훼손·짖음 등 동물의 행동 문제27.8%로 가장 많았다. 독일의 경우 사전 교육에 대한 자격시험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있다. 조 교수는 각 나라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에 무조건적인 제도 수용은 경계할 대상이다그러나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를 개인이 찾아야 해서 잘못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에서 신뢰성이 보장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공존을 위한 대처일까, 동물권 침해일까?

반려동물은 가족 구성원인 동시에 사회의 일부다. 그러나 이웃과 공존하기 위한 조치가 동물권을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짖음 방지기 사용이 대표적인 예다. 짖음 방지기는 전기 진동 향기 등의 방식으로 동물에게 충격을 가해 짖음을 억제하려는 시도다. 영국은 동물권 침해를 이유로 2018년 짖음 방지기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 올리브동물병원 박정윤 원장은 계속되는 자극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편히 쉴 수도 없게 만든다며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짖음 방지기의 사용은 반려동물이 주체적인 사고를 한다는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짖음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행동만 제어한다면 다른 정신적, 신체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반려조의 실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윙 컷(wing-cut)을 하는 경우 역시 공존을 위한 사례다. 윙 컷은 새의 날개 끝부분 일부를 잘라 바람을 타는 깃털 수를 조절해 비행거리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려종합동물병원 노경수 수의사는 날개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깃털을 다듬는 것이기 때문에 윙 트리밍(wing-trimming)이라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노 수의사는 윙 트리밍은 동물의 안전을 위한 조치실내 비행 중 벽이나 창문에 부딪혀 추락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와 생활 방식이 다른 동물을 반려동물로 맞이했다면, 안전을 책임지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윙 트리밍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윙 트리밍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이것이 자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노 수의사는 윙 트리밍은 관상 목적이 아닌 반려동물의 안전을 목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 덧붙이며 반려조의 특성을 잘 파악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다고 강조했다
 

유기적으로 엮인 제도들

반려동물만 존재하는 세상으로

반려동물 건강보험 반려동물 등록제 반려동물 의료비 소득공제까지 반려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이 대표는 반려동물 관련 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연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등록제가 선행돼야 반려동물 자격시험과 보유세에 대한 논의로 나아갈 수 있고, 각 제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동물과 사람 사이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고 시민과 정부, 국회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협력하면 유기나 학대 등의 문제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진 김은미 기자 qewret16@
사진 김은미 기자 qewret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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