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재원 기자 (magandsloth@skkuw.com)

쏟아지는 MZ세대 담론

정말 하나로 묶을 수 있나 

개인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지나치게 집단화된다는 비판도 

 

‘MZ세대가 언급되는 뉴스 기사를 검색하면 하루에만 500개도 훌쩍 넘는 기사가 뜬다. 지난 몇 년간 MZ세대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면서, 이 단어를 낯설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너무 자주, 많이 쓰인 나머지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이 있을 만큼 사회적으로 익숙한 명칭이 됐다. ‘MZ’는 정말로 이 세대를 대표하기 적합한 이름일까


민지? 민준이? ‘MZ’는 누구인가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Z세대의 알파벳 첫 글자를 합친 이름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밀레니얼 세대를 1981년부터 1995년 출생자로, Z세대를 1996년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자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22년에는 약 13(2010년생)부터 42(1981년생)까지의 인구가 MZ세대에 해당한다
 

현재 MZ세대에 대한 학술적 분석의 상당수는 소비·문화적 트렌드나 디지털 활용 등에 대한 연구다. 또한 기성세대에 비해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변화에 민감하며 자의식이 강하다는 점 등이 주된 특성으로 여겨진다. 이외에도 언급되는 세대적 성격은 개성 중시 개인주의적 성향 규율과 형식에 거부감을 보임 소비 지향적 등이다. 그러나 밀레니얼과 Z세대를 하나로 묶어 집단화하는 흐름과 별개로 세대 내에서는 이런 분류를 거부하는 경향성도 드러나고 있다.


3 수험생과 38살 팀장님이 

같은 세대가 될 수 있을까 

개인이 집단 안에서 자신을 정체화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대표적으로 세대 성별 종교 학력  등이 집단의 정체성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세대란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 전체를 말한다.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김선기 연구원은 특정한 세대를 하나의 명칭 아래 묶는 것은 구성원에게 정체성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MZ세대는 출생년도상으로 기준을 나눌 때 밀레니얼과 Z, 두 세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밀레니얼 세대 중 가장 먼저 태어난 사람과 Z세대 중 가장 늦게 태어난 사람 사이에는 약 30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MZ라는 하나의 세대로 분류된다.


김 연구원은 “MZ세대라는 명칭에 우리나라만의 역사적 맥락도 있다고 본다2000년대 후반부터 정치적으로 젊은 층의 표심을 다루는 과정에서 ‘2030’이라는 *조어가 생겼음을 언급했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 청소년, 혹은 청년을 만 24세까지로 규정한다. 반면 청년희망적금의 대상자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청년에 대한 우리나라의 법적 기준은 만 19세부터 34세까지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에는 예전부터 20대와 30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보는 경향성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범위도 넓다고 보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Z세대까지 포함해 세대를 광범위하게 묶고 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윤철 교수는 특정 집단을 한 세대로 묶으려면 공통적인 역사적 사건이나 정서에 기초한 이념적 정체성이 필요하다현재의 MZ세대에게서 그런 정체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경제·문화·정치호명은 되는데 

그다음이 없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서로를 비슷한 집단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현재 밀레니얼 세대는 약 28~42세로 사회의 중간 연령대에 해당한다. 반면 Z세대는 10대 후반에서 27세 사이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그 초입부에 들어서는 단계다. 김 교수는 학생·취준생·직장인 등 각자의 사회·경제적 경험에 따라 개인마다 차이를 보인다사회과학 연구에서도 20대와 30대를 별도로 나눠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 MZ세대는 하나로 묶여 사회의 미래 구성원이자 문화·경제적 소비자로 자주 소환되는 위치다. 특히 미디어에서는 다양한 취미 영역의 콘텐츠가 ‘MZ세대의 문화라는 이름으로 소개된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도 마케팅을 위해 MZ세대의 소비 심리를 분석하는 연구 결과나 신문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신조어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지속가능한 소비 실천을 위한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라이프를 실천하는 제비족등이 최근의 소비 경향성을 설명하기 위한 신조어다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해 언론과 미디어에서 새로운 취미나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계층 편향적인 경우도 많다1990년대의 오렌지족을 예시로 들었다. 당시의 오렌지족도 X세대의 보편적인 문화인 것처럼 소개됐다. 1994년 문화체육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오렌지족은 삶을 즐기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사치를 일삼는다고 설명된다. 김 연구원은 당시에도 이런 문화를 공유 가능한 사람은 굉장히 한정돼 있었다개인의 취미가 다채롭게 분화되는 만큼 청년에게 보편적·일반적인 문화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MZ세대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자주 호명되고 있다. ‘청년 표심’, ‘2030 캐스팅보터등의 표현이 사용되고 있지만 정치적 존재감이 그만큼 뚜렷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김 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청년층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청년 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 세대에서 부동층이나 무당층이 많다고 해도 개별적인 가치관이나 이해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청년을 소비자나 피고용자로 보고 수혜성 정책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주권자가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을 정치적 주체가 아니라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대상으로 여긴다는 의견이다


MZ, 알파벳 두 글자 사이에 

숨겨진 개인의 얼굴 

MZ세대는 개인주의가 강하고 자아가 확고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처럼 개성을 추구하는 세대로 불리는 이들을 하나의 틀로 묶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자신과 다른 후속 세대를 분류하다 보니 지금처럼 하나로 묶어 호명하게 된 것 같다면서도 현재의 MZ세대 담론은 세대 간 차이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밀레니얼이나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디지털에 대한 노출도가 높고, 다양한 미디어에 친숙한 세대로 분류된다. 그만큼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되는 특정한 이미지가 해당 세대 구성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가령 MZ세대는 소비 지향적이고 돈을 잘 쓴다는 이미지로 굳어질 경우, 그렇지 않은 청년들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과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프레임에 개인을 끼워 맞추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거대한 집단으로 묶이는 과정에서 개인이 배제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일부 집단의 상징성을 과잉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특정 집단 위주로 구성된 세대 담론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MZ를 포함한 국내의 청년 담론에서는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고려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적 소수자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소외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 양상은 삭제되고, 최근에는 특히 젠더와 관련된 갈등 요소만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해 “MZ세대나 청년이라는 큰 틀보다는 더 세부적인 호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준에 맞춰 분류될 경우 그만큼 각각의 개인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늘어난다는 취지다. 그는 하나의 프레임을 모두에게 맞출 수는 없다구체적인 개인의 이야기가 더 많이 조명돼야 한다고 전했다


조어=새로 말을 만듦. 또는 그렇게 만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