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재원 기자 (magandsloth@skkuw.com)

청년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는 소란
노동은 우리 모두의 일상과도 같은 일

 

글, 그림, 사진, 가끔은 공간이나 비정형적인 예술에 이르기까지. 노동은 항상 다양한 형태의 기록으로 남는다. 그리고 여기, 존재하지만 기록되지 않았던 노동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란(태린·현정)은 20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노동을 기록하는 팀이다. 청년 여성의 시선으로 청년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소란하게 전하고 싶었다는 태린 활동가의 말을 지면에 옮겼다.


소란은 어떤 곳인가. 이름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소란은 ‘청년 여성들이 직접 듣고, 말하고, 기록하는 비정규직 20대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경험’을 주제로 활동한다. ‘소란’이라는 이름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소란스럽게 만들겠다는 의미다. 동시에 우리의 삶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소란을 만들며 살아간다는 뜻도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소란은 기성 매체가 청년 여성의 노동을 다루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출발했다. 청년 여성 노동자는 단순히 차별을 버티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몇 가지 특성으로만 청년 여성의 노동을 정의하고 싶지 않았다. 입체적인 삶을 지닌 사회 구성원이자 노동의 주체로서 그들만의 다양한 고민과 이야기가 있다. 기록되지 않는 경험은 주변화되거나 사라지기 쉽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우리 사회에 청년 여성 노동자들은 항상 존재했다. 소란은 기록을 통해 그들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했다.

기록을 남길 때 소란만의 신조는 무엇인가.
멋진 이야기만 남기지 않고 노동자들의 경험을 가감 없이 전달하려고 한다. 청년 여성 노동자라고 해서 피해자나 약자로서의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노동자로서 느낀 자부심과 보람을 기록한 적도 많다. 고된 일을 하면서 동료 노동자와 전우애가 생겼다는 분이나, 출퇴근길 버스의 창밖 풍경이 좋아서 일을 계속한다는 분도 있었다.

또한 노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에 맞서 행동한다. 이주 여성 노동권을 위해 노동조합에서 활동한 노동자도 있고, 플랫폼 노동자의 매커니즘에 의문을 제기한 보육 노동자를 만나기도 했다. 서비스직 노동자가 안전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분도 있었다. 사실 모두가 차별과 부조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일을 구하기 어렵거나 상대가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혹은 여러 가지 불편함을 겪는 등의 이유로 인해 차별에 순응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들이 겪은 부당한 대우가 없어지거나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청년 여성이 노동 현장에서 겪고 느낀 바를 그대로 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소란 활동의 의의를 짚어본다면.
소란은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청년 여성 노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기록했다. 자신보다 앞서 같은 길을 택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일도 중요한 것 같다. 이를 통해 노동자 사이의 연대감을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은 잘 모르지 않나. 소란의 기록을 통해 타인의 경험이나 삶의 궤적에 관심을 두게 만든다면 그것도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이 친숙하고 당연한 일로 여겨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 모두 누군가의 노동에 기대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 좋겠다. 가령 대학 내에도 수많은 노동이 존재한다. 새벽부터 미화 노동자들이 학교를 청소하고 늦은 밤까지 경비노동자들이 학교에 머문다. 강사·교수님들의 수업이나 근로장학생의 일도 엄연한 노동이다. 대중교통 이용과 식사 등 일상적인 행위도 누군가의 노동 위에서 이뤄진다. 노동은 멀리 있거나 특정한 형태를 지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일이다.


 

'소란' 의 활동 기록. 아래는 소란 페이스북 페이지의 소개 문구.
ⓒ 소란 페이스북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