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빈 (sb9712@skkuw.com)

터뷰 - 정세훈 시인

노동 문학 자료 보존을 위해 사비 들여 건립
다양한 노동 관련 행사 계획 중
노동 문학이 청년들에게 참된 가치로 다가갔으면 해

 

충청남도 홍성군의 한 붉은 건물에는 노동자의 삶이 살아 숨 쉬는 문학 작품들이 가득하다. 바로 소년공 출신 정세훈 시인이 건립한 국내 최초의 노동문학관이다. 그가 사비를 들여 탄생시킨 노동문학관은 노동예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진행된 제1회 노동예술제 또한 노동과 노동 예술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노동문학관이 주최한 행사다. 이번 예술제는 나너, 플랫폼 노동을 주제로 다양한 예술작품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플랫폼 노동을 비롯한 생계형 노동을 조명했다. 노동자들의 아픈 맘을 어루만지고 노동환경과 인권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노동문학관의 관장, 정세훈 시인을 찾아갔다.

노동문학관에 대해 설명해달라.
노동문학 진영의 문인들은 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이 지닌 바람직한 가치를 꾸준히 문학에 담아왔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자본주의의 병폐를 비판하며 사회운동의 선봉 역할을 해 온 것이 바로 노동문학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작품들에 대한 공적인 보호 관리 체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기에 직접 노동문학관을 건립하게 됐다.

노동문학 진영의 동료들과 한국작가회의, 민족문학연구회 회원들의 도움으로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노동을 다룬 귀한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또한 노동문학관에서는 노동문학과 관련해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2020815일 개관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기획전과 사진전, 북콘서트 등을 열었다.

건립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
노동문학관은 오래전부터 나의 사명이었다. 하지만 현 지자체의 행정제도나 관련 단체의 여건 등을 고려해봤을 때 그들과의 연계를 통해 모든 걸 갖추고 시작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건립자금을 사비로 채워가며 피 말리는 투쟁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부지의 주인이 계약에 관해 갑자기 말을 바꾸거나 토목공사 업체가 계약을 위반하고 마무리 공사를 하지 않는 등 악재가 겹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400명에 가까운 건립후원위원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의 도움을 통해 마침내 노동문학관을 세울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소년공에서 시인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를 읽고 처음으로 시인이 되겠다는 마음을 가졌지만,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일찍이 공장에서 소년공 생활을 시작했다.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진폐증에 걸렸고 몸이 쇠약해져 공장노동자 생활을 어쩔 수 없이 그만뒀다. 병에 걸린 것도 한참 뒤에 알았다.이후 노동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병들고 힘없고 비빌 언덕조차 없는 소시민의 노동과 삶에 관한 글을 쓰게 됐다. 이 때문에 글을 쓸 때 성별이나 연령, 학력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고 감동을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동시집, 동화집과 같은 아동문학도 집필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현대에도 여전히 공단마을에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몇몇 어린이들의 정서를 담은 시집이 출간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동시 전문 시인이 아니지만 출간을 결심하게 됐다. 현재 우리의 아동문학은 천편일률적으로 지나치게 아름답고 밝은 것만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둡고 아프고 힘든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편향된 정서를 담은 아동문학은어린이가 제대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노동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본의 주도 아래 이뤄진 산업화가 더욱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면서 인간 노동의 형태도 예측불허하게 변해가고 있다. 사회가 기술의 발전과 높은 효율만을 중시하면서 노동자의 인격 존중은 외면받고 있다. 여기에 대한 노동의 돌파구는 오직 똘똘 뭉쳐 연대하는 것이다. 현실은 이러한데, 불행하게도 노동진영의 균열이 점차 크게 일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달라.
매년 정기적인 노동예술제를 개최함은 물론, 지자체와 협의해 노동문학 관련 동산과 조각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노동문학관이 세계적 예술명소로 자리 잡아 국내외 노동예술가들이 교류하며 다양한 행사를 함께하는 노동문학 및 예술의 성지가 되길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만 75세가 될 때까지 열과 성을 다해 노동문학관을 발전시키고, 그 이후에는 운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

노동문학이 현시대 청년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는가.
내 작품이 청년에게 함께 살아가는 길라잡이로 다가가길 바란다. 우리가 더불어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어떠한 고난도 희망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문학이 젊은이들에게 매몰된 소망과 희망을 캐내는 삶의 참 도구가 되길 바라며, 그리 될 것이라 믿는다.

정세훈 시인의 모습. 사진 | 김수빈 기자 sb9712@
정세훈 시인의 모습. 사진 | 김수빈 기자 sb9712@
노동문학관의 모습. 사진 | 김수빈 기자 sb9712@
노동문학관 내부에 전시된 노동문학 작품들. 사진 | 김수빈 기자 sb9712@

 

노래하는 가수 문진오 씨와 액션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김형기 작가.사진 | 김수빈 기자 sb9712@
노래하는 가수 문진오 씨와 액션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김형기 작가. 사진 | 김수빈 기자 sb9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