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수지 기자 (bungeeinme@naver.com)

패션계 식물성 비건 가죽 제품 공급 늘어
진정한 환경과의 공존 필요해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한 비건 가죽

최근 패션계에서 비건 가죽을 사용한 다양한 패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비건 가죽은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해 동물성 가죽을 사용하지 않은 가죽을 의미한다. 비건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인 JW PEI(이하 쥬페이)의 가방은 비건 가죽과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안감을 사용해 주목받았다. 쥬페이의 가방을 구매한 이주원(경영 21) 학우는 “가죽 가방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동물 학대 영상을 본 뒤 비건 제품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현대자동차는 내년 출시할 신차의 자동차 시트를 비건 가죽으로 만들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는 가죽 제조업 회사인 마이셀과 협업해 버섯 균사 등으로 배양한 가죽을 개발하고 있다. 한세대 섬유패션디자인학과 장남경 교수는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강화됐다”며 “패션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비건 소재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 가죽도 비건 가죽?
비건 가죽은 기존 동물의 가죽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와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확대되고 가죽을 가공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체 가죽이 상용화되고 있다.

비건 가죽의 1세대는 인공 가죽이다. 인공 가죽은 매년 10억 마리의 동물을 희생해 만드는 기존 가죽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인공 가죽은 환경 파괴라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인공 가죽의 대표적인 종류로는 플라스틱 원료를 사용한 폴리 우레탄(PU)과 염화비닐수지(PVC) 등이 있으며 이는 분해되는데 수백 년이 걸린다.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이건만 교수는 “인공 가죽은 비동물성 가죽이라는 점에서 비건 가죽의 의미에는 일부 부합하지만 환경과 공존하고자 하는 비건 가죽의 궁극적 목표에는 부합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신발, 사과껍질로 만든 가방!
최근에는 비동물성 원료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까지 추구하는 식물성 비건 가죽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식물성 비건 가죽은 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가죽으로 △버섯 △사과 껍질 △선인장 △오렌지 껍질 △파인애플 잎 △포도 줄기 등을 가공해 제작한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 한정판으로 버섯 곰팡이로 만든 가죽의 빅토리아 백을 선보였다.

친환경 소재를 직접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구찌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목재 펄프 신소재 ‘데메트라’를 사용한 비건 운동화 3종을 선보였다. 데메트라는 밀, 옥수수에서 검출한 바이오 폴리우레탄을 주성분으로 한다.

장 교수는 “규모가 작은 기업이 주목하던 식물성 비건 가죽 시장에 거대 명품 브랜드가 참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며 “명품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소비를 이끄는 선두 주자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비건 가죽도 환경을 해친다고?
비건 가죽은 냄새가 나거나 보수와 관리가 힘들어 소비자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가방 브랜드 ‘스탠드 오일’에서 비건 가죽 가방을 구매한 이주은(경영 21) 학우는 “시중에 비건 가죽 전용 가죽 크림과 얼룩 제거제가 없어 오염과 손상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합성 피혁을 사용한 가죽 재킷을 구매한 허성현(경영 21) 학우는 “비를 맞은 후 심한 냄새와 옷의 변형을 경험한 후 입고 나가기 꺼려졌다”고 전했다.

또한 식물성 가죽을 기반으로 한 식물성 비건 가죽도 가공 과정에서 화학품을 섞어 합성 피혁과 다름없는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을 일으키고 제품의 생분해성을 훼손한다.

진정한 친환경 소재로 나아가는 패션계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패션계는 다양한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염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을 없애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염색하는 초임계 염색 기술로 티셔츠를 만들었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홍혜림 연수연구원은 “이는 기존의 물을 사용한 염색 공정과 달리 폐수나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별도의 건조 공정 없이 염색 섬유를 얻을 수 있어 환경 친화성의 조건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아직 가죽이 환경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 교수는 “가죽 기술은 소비자의 욕구를 따라가게 돼 있다”며 “환경과의 공존을 위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합성 피혁=면직물 위에 PVC를 코팅 후 가공을 거쳐 가죽과 유사한 표면을 가진 인공 가죽.

 

비건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비건 타이거의 포도 찌꺼기를 가공한 가죽 코트.
ⓒ비건패션위크 홈페이지
파인애플 잎 가죽인 피나텍스의 가공 과정.
파인애플 잎을 추출하고 건조한 뒤, 정화를 거쳐 직물을 만듦.
피나텍스를 이용해 만든 옷.
ⓒ피나텍스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