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혜리 기자 (hyeeeeeli@gmail.com)

지난 대선, 회고적 투표 우세해
‘정치 양극화’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두 달 전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와 9일 뒤 있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의 연장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대선에서 드러난 선거 전략과 유권자의 투표행태를 짚어보고 더 나은 정치를 위해선 어떤 것들이 바뀌어야 할지 알아보자.

대선 돌아보기 : ‘표심’이 뭐길래
지난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최소 득표율 차이인 0.73%p로 당선됐다. 이러한 득표율 차이가 나오게 된 배경은 다양하나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중 벌어진 2030 여성의 결집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2월 28일 부터 3월 2일까지 진행한 대선 전 마지막 여론 조사에 따르면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39%, 30대 여성의 지지율은 38%였다. 하지만 대선 당일 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58%, 30대 여성의 49.7%가 이 후보를 택했다고 답했다. 박지현 당시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의 영입 등을 이유로 2030 여성의 표심이 급격하게 변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정권교체’라는 표심을 이기진 못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10일 전국 대선 투표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 423명 중 39%는 투표의 이유로 정권교체를 꼽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윤철 교수는 “당시 윤 후보 진영에서 정권교체론을 중심으로 선거 전략을 짰고, 언론과 정치권도 지속적으로 정권교체를 언급해 회고적 투표 성향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며 “부동산 문제가 크게 대두됐던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회고적 투표란 현직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이 재직 시절에 있었던 사건이나 업적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투표를 말한다. 

지난 대선의 특징적인 투표행태 : 회고적 투표
김 교수는 “투표행태 분석은 사회에 존재하는 균열과 갈등을 파악하고 특정 집단이 과대 대표된 경우에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전했다. 투표행태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지난 대선에선 ‘회고적 평가’와 ‘이슈투표’가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조원빈 교수는 “지난 대선에선 *전망적 투표보다 회고적 투표의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지난 3월 11일부터 14일까지 시사IN에서 진행한 웹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00명 중 당시 윤 후보를 뽑은 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인사정책 △권력기관 개혁정책에 대해 '못했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93.3%, 88.1%, 82.9%로 다른 후보를 뽑은 이들의 평균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회고적 평가가 당시 야당의 윤 후보를 뽑게 된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회고적 평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회고적 평가에 매인 채 각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홍보하기보다는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향은 지방선거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의 저자 김민하 평론가는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유세에서 ‘새로운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를,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며 “서로를 반대하기 위한 논리를 전개하느라 지방자치를 위한 실질적인 비전 제시가 부족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네거티브 전략, 유권자의 투표행태에도 영향 끼쳐
네거티브 전략은 이슈투표의 양상을 바꿔 놓았다. 이슈투표는 유권자들이 선거기간 동안 이슈화됐던 사안에 대해 후보들과 자신의 입장을 비교해 결정하는 투표행태를 의미한다. 이슈화된 사안에는 △부동산 세제 △여성가족부 존폐 △탈원전 등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은 물론, 각 후보의 가족 비리 문제나 후보 본인의 도덕적 결함 등 사생활 이슈도 포함된다. 조원빈 교수는 “대선은 기본적으로 인물을 중심으로 치러지는 선거인데, 지난 대선에서는 거대 양당의 후보가 네거티브 전략에 가깝게 서로의 사생활 이슈들을 위주로 논쟁하다 보니 유권자는 누가 더 비호감인지에만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선 기간 동안 각 후보의 사적인 이슈들에 가려져 기후 위기나 교육 정책 등의 중요한 논의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 양극화 심화, 악순환을 끊어낼 순 없을까
극단적인 대립을 보여준 지난 대선에 대해 조원빈 교수는 “정치 양극화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정치 양극화는 현재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인 단순다수제와 맞물려 더욱 심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단순다수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가 모든 권력을 가지는 선거제도로, 한 명의 승자가 권력을 독점하기 때문에 당선을 위한 경쟁과 대립이 치열해진다. 이에 대선 직전인 지난 3월 7일, 당시 이 후보와 심상정 당시 정의당 후보,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를 중심으로 *결선투표제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기도 했다.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는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면 선거 과정에서의 전략적 후보 단일화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고, 과반수 이하의 적은 득표율 차이로 당선된 이의 선거 정통성에 대한 논란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결선투표제도 결국 다수결 선거제도의 일종으로, 당선자를 찍지 않은 모든 표는 사표가 된다는 점에서 군소정당에 불리한 제도라는 문제가 그대로 남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번 지방 선거에는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3~5인 선거구)’가 11곳에 시범적으로 도입된다. 이는 거대 양당의 기초의원 의석 독점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주의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조진만 교수는 “현재 한국 정치에선 거대 양당 체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다수결 선거제도로 인해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않아 제3의 세력이 성장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다양한 유권자를 대변할 수 있는 비례적 선거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선거제도가 변화하려면 국회의원들의 개혁 의지와 상호 간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대다수는 거대 양당에 속한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거제도의 개편 이후 이행까지 제대로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2020년 진행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성공했으나 위성정당의 등장으로 그 의도가 훼손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도 필요하다”며 1인 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의 초석이 된 2001년 헌법재판소의 ‘1인 1표 비례대표제’ 위헌판결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위헌판결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민사회의 높은 관심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망적 투표=과거의 정책 이행 결과에 기반을 두고 선거 시 제시되는 정책적 공약을 평가하고, 유권자의 정책적 입장과 유사한 정책적 입장을 제시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
결선투표제=선거에서 ‘일정 득표율 이상’이 당선 조건일 때, 이를 만족하는 후보가 없을 시 득표수 순으로 상위 후보 몇 명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정당이 작성한 후보자 명부에 투표하고, 총득표수의 비례에 따라 정당별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제도.

 

지난 21일, 한 시민이 서울시 종로구 '예술가의 집' 앞에 붙은 지방선거 벽보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 최혜리 기자 hyeeeee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