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나래 기자 (naraekim3460@naver.com)

지방자치의 시작은 지방선거
매니페스토 운동,
정당 논리가 아닌 공약에 집중해


 

다음달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만 18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거권을 가지며 세종시와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의 유권자는 7개의 용지에 투표하게 된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 △ 교육감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지역구광역의원 △지역구기초의원 △광역의원비례대표 △기초의원비례대표가 선출 대상이다. 일부 지역구에선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지방선거의 역사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바탕으로 지방선거의 의의를 알아보자.

30년 공백,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시작
지난 3월엔 제20대 대통령선거(이하 대선)가, 지난 2020년 4월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가 치러졌다. 대선과 총선은 모두 20회 이상 진행됐는데, 왜 지방선거는 올해 들어 8회를 맞은 것일까?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군부독재로 30년간 멈췄었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부 아래 지방선거가 세 차례 치러졌으나 5·16군사정변 이후 지방의회 해산, 지방자치단체장(이하 지자체장) 임명제 실시로 인해 다음 지방선거는 무기한 연기됐다. 6월 민주항쟁 이후 제13대 대선에서 각 후보가 지방자치제도의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30년 만인 1991년 다시 지방의회의원 선거가 시작됐다. 1995년 현재와 같이 각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동시에 선발하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고 올해 8회에 이르렀다. 서울연구원 정희윤 명예연구위원은 “지방자치는 무엇보다도 시민 개개인의 삶과 밀접한 정치”라며 “지방선거 재개로 후보들이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지방자치에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무엇이 다른가
이번 지방선거에선 총 4125명의 인원이 선출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구성한다. 중앙정부에서 외교와 국방, 금융 등 거시적이고 보편적인 문제에 관한 주요정책을 입안한다면, 지방정부는 상하수도, 대중교통 등 시민의 삶과 맞닿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방정부 중 하나인 서울시는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난달 18일부터 급증하는 이동 수요에 대응하고자 심야 대중 교통 대책을 추진했다. 중앙정부가 일일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기에 서울시가 지역의 상황에 맞춰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시내버스 막차 연장 △심야버스 노선 확대 △심야 택시 확대의 조치를 취하자, 2년 만에 하루 대중교통 이용객이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 이전의 85%까지 회복한 수준이다.

지방의회는 △입법기관 △주민대표기관 △지방행정에 대한 통제기관 등의 지위를 가지며, 지방의회의원은 지방정부의 예산을 심의 및 확정하고 지방의 사무를 규정하는 조례를 제·개정할 권한을 갖는다. 정 명예연구위원은 “지방정부 홈페이지를 통한 의견 제안, 주민참여 예산제 등 주민이 지방자치에 참여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며 “더 많은 청년이 자신의 삶에 직결된 지방자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정당 논리와 멀어져야
이번 지방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22일 만에 이뤄져 ‘대선 연장전’, ‘대선 2라운드’라고도 불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은 “정당의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정의했다. 지방선거를 통해 정당의 승리를 이끌어 상대 정당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서울시장과 경기도 지사, 부산시장의 직무와 정권견제는 관련이 없기에 유권자는 지역의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방선거에 있어 정당의 승패가 주목받는 이유로 지방선거의 동시성을 꼽았다. “전 세계적으로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보통의 경우 지역별로 다른 시기에 지방선거가 실시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 선거관리위원회가 효율적으로 선거를 관리하고자 전국에서 동시에 지방선거를 치른다. 지방정부의 재정상황도 지방자치가 중앙정부의 논리에 좌우되는 이유 중 하나다. 정 명예연구위원은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서울시만이 80%가량이고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50%에 미치지 못한다”며 “부족한 재원은 중앙정부로부터 *지방교부세를 부여받기에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예속되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공약에 집중한다, 매니페스토 운동
유권자가 선거에서 정당보다 후보자의 공약을 중요시한다면 후보자는 공약 개발을, 당선자는 실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라틴어로 증거물이라는 의미의 단어에서 유래한 ‘매니페스토’는 구체적인 목표와 추진일정, 예산을 갖춘 참된 공약을 의미한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선거에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유심히 따지고 당선 후에도 공약을 지켜나가도록 유도하는 시민운동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때부터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퍼졌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매해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공약 이행 평가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며 대선, 총선, 지방 선거마다 후보에게 공개 질문을 보내 답변서를 받아 웹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맞이해 지난달 26일 ‘부패 카르텔 해체’, ‘집값 안정’ 등을 포함한 유권자의 10대 의제를 공개했다.

이 사무총장은 “선거는 우리를 대신해 일할 봉사자를 ‘고용’하는 절차”라며 “공직자는 고용계약서인 공약을 중심으로 통제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약을 100개 약속했으면 무조건 100개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공약 이행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현재 이행 계획은 어떤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민주적 절차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방교부세=중앙정부가 재정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정부에 전달하는 일정 비율의 국세 수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