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혜리 기자 (hyeeeeeli@skkuw.com)

대학 내 노동자 문제, 연세대 일부 재학생 고소로 화제 돼
학생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노동자를 바라볼 수 있어야

 

지난 5월과 6월, 3명의 연세대 재학생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를 대상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3월부터 이어져 온 교내집회의 소음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연세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연세대 비정규 공대위)’에선 노동자 지지를 위한 연서명을 받았고 두 달만에 재학생과 졸업생, 시민들을 포함해 3,000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번 고소 사건이 화제가 되며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도 함께 공론화됐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비슷한 문제를 겪어왔으며, 동시에 이들과 연대하는 학생들도 꾸준히 있어왔다. 노동자들의 곁을 지키는 이들은 ‘노학연대’라는 이름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눈 앞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서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선 대학 내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대학사업장 집단교섭 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오후 2시 30분이 가까워지자 각 대학의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학생들이 함께한다’는 문구가 추가로 적힌 피켓을 들고 노동자들과 나란히 앉아 구호를 외쳤다. 집회 현장에선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청년학생 공대위)’ 대표로 단국대 노학연대 모임 ‘새벽’에서 활동하는 안규용씨의 발언이 이어졌다. 청년학생 공대위는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가 만든 네트워크다. 지난달 24일부터 활동을 시작해 현재는 학생단체 12개가 속해 있다.

안씨는 “노동자의 삶은 외지고 구석진 곳에 있을 수 없다”며 노동자들의 휴게실 문제를 규탄했다. 안씨를 비롯해 노학연대에 참여하는 이들은 대부분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서’ 활동을 시작한다. 2020년 진행된 노학 연대 프로젝트 ‘나침반’에서 노학연대에서 활동한 110명을 대상으로 가입 이유를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사회를 바꾸고 싶어서’라는 답이 1위(83명, 복수 선택 가능)를 차지했다.

학생과 노동자, 그들이 함께하는 방법
노학연대 활동은 교내외에서 모두 이뤄진다. 교내활동의 경우 대학 내에서 이뤄지는 집회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달 6일부터 28일까지 총 22일간 고려대 본관 총장실 앞에서 이뤄진 농성 집회 현장에는 고려대 교지 ‘고대문화’의 구성원을 비롯한 재학생들이 함께했다. 고대문화는 농성 기간 동안 매일 집회 현장을 찾아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켰다. 팔로워 들에게 집회가 시작됐다는 알림을 보내고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의 참여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반영되는 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려대에서 11년째 근무 중인 청소노동자 서재순씨는 “집회에 함께하는 학생들이 몇 명인지,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관심을 표하는지를 학교에서 신경 쓴다”고 전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대학의 노동자들에겐 집단교섭 기간이 존재한다. 고려대의 상황처럼 교섭이 길어지거나 특별한 문제가 생길 경우 학생들이 연대를 표하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노동자들의 휴게실에서 담소나 식사를 함께하는 식으로 일상적인 관계를 맺는다.

실태조사나 취재 역시 연대의 일환이다. 성공회대 노학연대 소모임 ‘가시’의 기민형씨는 ‘학내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를 쓰며 학내 노동자 문제를 인식했고, 이것이 가시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화여대 노학연대모임 ‘바위’는 지난해 여름 계간지를 통해 시설관리 노동자가 겪는 문제들을 알렸다. 이들은 교외 문제에도 연대한다. 가시는 최근 벌어진 SPC 파리바게뜨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6월 2일부터 지난 13일까지 12주 동안 ‘성공회대인 릴레이 단식’을 진행했다. 기씨는 “노동자 문제는 학내든, 학외든 해결점이 모두 이어져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학생들에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노학연대는 생소한 개념이다. 연세대 비정규 공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채영씨는 “고소 사건 이전부터 학생들은 종종 집회에 ‘시끄럽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공대위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모르는 분들 역시 다수”라고 밝혔다. 이에 노학연대들은 학생들이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집회에서 지지발언을 하거나 대자보를 붙이고 오픈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학생이 노동자를 도와야 한다’보다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한다. 가시의 송성윤씨는 “노동자와 학생은 공동체의 일원일 뿐 아니라 현재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는 미래의 노동자인 내가 겪을 문제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이러한 문제들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모두 학생인 나와 연결돼 있다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을까
우리 학교의 상황은 어떨까. 2019년까지 31년간 활동을 이어온 ‘노동문제연구회’와 지난해 7월 학내 경비노동자 일괄사표 문제로 인해 조직된 ‘돋보기’가 있다. 돋보기는 현재 자과캠 학우 4명이 소속돼 있다. 회원인 김현수(글바메 20) 학우는 “연대 경험 및 계획은 있으나 현재 활동이 활발하진 않다” 고 전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내 노동자 문제에 관한 학우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취재에 따르면 최근 학생단체와 노동자 간의 교류는 지난 5월 23일 제54대 총학생회 Spring(인사캠 회장 장필규, 자과캠 회장 최유선)이 주관한 간담회가 마지막이다. 인사캠 청소노동자 박복순 반장은 “동아리와 학회를 포함해, 학생들과의 교류가 드물다”고 전했다. 노동자들과 어떻게 일상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노동자들의 문제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지 생각해 볼 때다.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농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노동자들과 청년학생 공대위 소속 학생들이 함께 피켓을 들고 앉아있다. 
사진 | 최혜리 기자 hyeeeee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