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미 기자 (qewret16@skkuw.com)

사회적기업 선정, 자회사 설립 등 다양한 고용 형태 제시돼
직접고용은 문제 해결의 종착점이 아닌 시작점일 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소속된 13개 대학의 집단교섭은 지난 4월부터 이번달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들은 용역업체뿐만 아니라 실질적 사용자인 대학이 문제 해결의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 간접고용 형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에 간접고용 형태 내에서 혹은 그 바깥으로, 청소노동자 고용에 각기 다른 대안을 모색해 온 학교들을 살펴봤다.


학내 노동자의 주된 고용 형태, 간접고용
현재 대부분의 대학은 용역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간접고용 형태를 채택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비용 절감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학은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이러한 최저가 낙찰제가 기본이 되는 현 간접고용 구조에서는 노동환경 개선에 사용될 비용을 확보하기 어렵다. 보수로 받은 금액에서 인건비와 업체의 이윤을 제외하고 남은 비용으로 청소 비품 구매와 시설 보수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학내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간접고용 형태에선 사용자가 모호하다는 문제도 있다. 실질적인 사용자는 대학이지만 대학은 노동자가 아닌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은 상태다. 노동 중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법은 대학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노동자는 ‘용역업체와 본인의 재계약’에 ‘용역업체와 대학의 재계약’까지 고려해야 해 고용 불안을 겪을 수 있다.

사회적 기업 선정만으론 근본적 문제 해결 어려워
성공회대는 간접고용 형태로 인한 복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3년부터 19년째 사회적 기업 ‘푸른환경코리아’를 용역업체로 선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성공회대 청소노동자 A씨는 “1 년에 한 번씩 있는 재계약 기간이 다가올 때마다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성공회대의 경우 고용 형태가 변화한 것이 아니라 선정되는 업체가 변했을 뿐”이라며 “구조는 여전히 간접고용 형태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사다리 역할을 한 자회사 설립
경희대는 2017년 자회사 ‘케이에코텍’을 설립해 용역업체로 선정한 후 △70세 정년 보장 △상여금 100% 지급 △호봉제 도입 등을 제시하며 근로조건을 개선했다. 고용 형태는 기존과 동일하나 경희대가 자회사의 주주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직접고용보다 더 긴 정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교직원으로 채용돼 정년이 60세로 정해지는 직접고용에 비해, 자회사는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대학노동조합 경희학원지부 백영란 지도위원은 “기존 용역업체보다 협상이나 시설 개선에 대한 요구가 원활하게 수용됐다”며 “그럼에도 자회사가 다시 용역업체로 선정될지에 대한 불안감은 있었다”고 전했다. 자회사와 학교의 재계약이 이뤄질지에 대한 고용 불안을 지울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경희대는 2019년 자회사와의 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 자회사 설립 이전에 계약이 이뤄지던 업체를 선정해 용역을 맡겼다. 경희대 총무팀 관계자는 “자회사가 *수의계약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입찰해야 했다”며 “공정 경쟁이기에 강제적으로 자회사를 선정할 수는 없었다”고 자회사가 선정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직접고용 전환 후 나타난 변화
경희대는 2019년 자회사의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자회사 소속 노동자 중 희망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청소노동자의 경우 약 200명 중 88명은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하고 120여 명을 정규직 혹은 계약직으로서 직접고용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택한 청소노동자들은 △경조사 휴가 △유급 휴가 보장 △의료 혜택 등을 보장받는다. 백 지도위원은 “자회사를 통해 간접고용 됐을 때도 동일한 복지를 원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는데 정규직으로 전환되며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경희대 청소노동자 B씨는 유방암으로 병가 두 달을 신청하고, 이어 1년 동안 휴직을 신청했다. B씨는 첫 두 달은 급여의 100%, 1년은 급여의 60% 수준을 받으며 치료가 끝나면 복직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백 지도위원은 “용역업체를 거치지 않고 학교에 바로 사안을 전달할 수 있어 의견 전달도 원활한 편”이라고 전했다.

정규직으로 소속이 바뀌며 호칭도 자연스레 바뀌었다. 청소노동자 B씨는 “용역업체 소속일 때는 ‘아줌마’ 소리를 들었는데 정규직 전환 후엔 모두가 ‘선생님’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직접고용은 노동자가 고용주와 협상하는 자리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노동권을 직접 실현할 수 있다”며 직접 고용의 의의를 설명했다.

‘진짜 사장’의 등장은 시작일 뿐, 단계적 접근 필요해
고용 형태의 변화만이 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2019년 직접고용을 시작한 동국대의 청소노동자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동국대분회 오종익 사무장은 처우와 퇴직금 정산, 고용 안정은 개선됐다고 밝혔으나 요구사항의 처리 속도와 임금수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동국대 담당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언론사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조 연구위원은 “직접고용으로의 전환이 곧 임금·노동환경·휴게 시설의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오랜 시간 유지된 구조의 고질적 문제를 단계적으로 깨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수의계약=경쟁이나 입찰에 의하지 않고 상대편을 임의로 선택하여 체결하는 계약.

지난 21일 고려대 본관 총장실 앞에서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기 위해 농성 집회를 16일째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 | 최혜리 기자 hyeeeee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