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수지 기자 (bungeeinme@naver.com)

젊은 소비층을 고려해 여러 전략 펼쳐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길거리를 다니며 언뜻 보면 바나나 같고, 다시 보면 노란색 새 같은 그림이 그려진 옷을 본 적이 있는가? 해외 유명 대학교의 이름이 적힌 맨투맨, 혹은 읽다가 숨넘어갈 듯 띄어쓰기 없이 영어 문장이 적힌 티셔츠는 본 적 있는가? 이는 모두 도메스틱 브랜드 의류다. 알게 모르게 우리 옷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도메스틱 브랜드에 대해 알아보자.

너도 도메스틱 브랜드 입어? 나도 입어!

국내 패션 시장에서 젊은 소비자들은 도메스틱 브랜드를 주목하고 있다. 김동현(의상21) 학우는 “나를 포함한 학우들이 학교에서 자신의 독특한 스타일에 맞는 도메스틱 브랜드 제품들을 즐겨 입은 모습을 보며 도메스틱 브랜드의 인기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도메스틱 브랜드는 ‘국내의’를 뜻하는 영어 단어 domestic과 브랜드의 합친 말로 국내 브랜드를 의미한다. 도메스틱 브랜드를 판단하는 기준은 브랜드의 정체성이 한국에 기반하고 있는지다. 실제 생산보다는, 기획 단계나 디자인이 국내 회사에서 이뤄져야 도메스틱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도메스틱 브랜드에는 △디스이즈네버댓 △세터 △스컬프터 △엘엠씨 △커버낫 △코드그라피 △키르시 등이 있다. 최근에는 벤처 기업의 신진 디자이너가 만든 젊고 도전적인 스몰 브랜드를 의미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개성과 품질을 동시에 잡다

도메스틱 브랜드가 흥행하기 전에는 *보세 의류와 *SPA 브랜드가 있었다. 이들은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젊은 소비자에게 사랑받아왔다. 그러나 점차 보세 의류와 SPA브랜드의 획일화된 디자인에 질린 소비자는 독특한 디자인과 정체성을 가진 도메스틱 브랜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김선엽(경영 21) 학우는 “시중에 비슷한 옷이 많아 질렸는데 도메스틱 브랜드에서 나만의 패션 철학에 맞는 옷을 살 수 있었다”며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트레이닝 바지에 다리 봉제선을 추가해 정장과 같은 느낌을 주는 등 디자이너만의 감성이 담긴 옷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의상학과 김정미 교수는 “도메스틱 브랜드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확실한 브랜드 정체성으로 젊은 소비자들의 소유 욕구를 자극한다”며 도메스틱 브랜드의 유행 이유를 밝혔다.

보장된 품질 또한 소비자들이 도메스틱 브랜드를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디자이너가 없어 공정 단계에서 품질에 관여하기 어려운 보세 의류와 달리 도메스틱 브랜드는 디자이너가 옷의 품질을 직접적으로 관리 할 수 있다. 계명대 패션디자인학과 김지우(21)씨는 “고등학생 때 보세 의류를 많이 사 입었는데 품질이 나빠 실망한 적이 있다”며 “이후 도메스틱 브랜드 옷을 구매했는데 눈에 띄게 마감 처리가 좋아서 만족했던 경험이 있어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도메스틱 브랜드를 입는 것 같다”고 전했다.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의 오프라인 스토어 신당점의 내부 모습.
 ⓒ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 인스타그램 캡처.

도메스틱 브랜드, MZ 세대를 제대로 겨냥하다

도메스틱 브랜드는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의 특성과 맞물려 유행에 속도가 더해졌다. SNS에 ‘유행템’을 인증하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동조 소비 현상이 높아지고 있다. 도메스틱 브랜드 ‘크리틱’의 이대웅 디렉터는 “예전에는 한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구매하는 등 브랜드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최근 젊은 소비층은 유행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이 도메스틱 브랜드의 의류를 착용해 해당 제품이 유명해져 완판되기도 한다. 김씨는 “예전에는 연예인이 입은 옷 중 명품이 많아 따라 살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도메스틱 브랜드 옷이 많아 자주 따라 산다”고 전했다. 우리 학교 글로벌경영학과 손정화 교수는 “도메스틱 브랜드는 주 소비자층인 2030의 모방심리를 이용해 연예인이나 SNS 인플루언서에게 협찬해 판매를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서 온라인 기반 도메스틱 브랜드에서 오프라인 매장 및 팝업스토어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는 매장 자체의 인테리어를 통해 브랜드만의 이야기를 드러내거나 하나의 놀이 공간으로써 소비자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지난 9월, 도메스틱 브랜드인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는 신당에 식료품 마트를 컨셉으로 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옷을 마치 음식처럼 냉장고에 진열하고 커다란 인형을 놓는 등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김 교수는 “이는 제품 구매 과정에서 상품 자체보다 경험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온·오프라인으로 시너지 내는 도메스틱 브랜드

도메스틱 브랜드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성장도 도메스틱 브랜드의 성장에 일조했다. 대표적인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는 지난해 기준 누적 회원 1,000만 명과 연간 거래액 2조 원을 넘어섰다. 또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6월 기준, 입점 디자이너 브랜드 수도 7,500개로 2019년 6,000개 대비 25% 증가했다. 우리 학교 디자인학과 윤세환 교수는 “도메스틱 브랜드 중에서는 신생 기업이 많아 생산과 운영 능력이 약한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 입점해 이윤을 나누더라도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고가 브랜드만을 취급하던 백화점에도 도메스틱 브랜드나 도메스틱 브랜드 의류를 모아 놓은 편집숍을 입점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 도메스틱 의류를 모아 놓은 편집숍 ‘엔트런스’가 오픈해 열흘 만에 1억 원의 매출을 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백화점 브랜드가 도메스틱 브랜드를 입점시켜 매출을 높일 뿐만 아니라 백화점 유입 인구를 늘리고 MZ 세대의 소비 형태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정체성을 갖춘 우리나라의 명품이 되기 위해서

한편 도메스틱 브랜드에서 다른 브랜드와 디자인이나 스타일이 비슷한 제품을 베낀 카피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 서로의 스타일을 참고하는 현상으로 도메스틱 브랜드 의류의 매력인 개성이 획일화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김선엽 학우는 “누가 누구를 따라했는지는 모르지만 카피 제품이 많은 것을 쇼핑하며 느낀다”며 “벤치마킹을 할 순 있겠지만 잘 팔리는 스타일을 베껴서 팔게 되니 길거리 사람들의 패션이 비슷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카피 문제는 국내외에서 끊이지 않는 논란이다”며 “법적인 규제 및 처벌도 필요하지만 결국 옷을 사는 건 소비자이기에 소비자들의 디자인 가치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도메스틱 브랜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윤 교수는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카피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뚜렷한 개성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세 의류=보세는 원래 관세 부과의 보류를 뜻하지만 현재는 저렴하고 브랜드가 아닌 의류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됨.

◇SPA 브랜드=상품 제조와 유통의 전문 소매점으로 대량 생산 방식과 빠른 상품 회전이 특징임.

노매뉴얼의 티셔츠 위에 인사일런스 자켓 입은 임병건(글융 22) 학우.
사진 | 김가현 기자 dreamer7@
ⓒ무신사 인사일런스 홈페이지 캡처
ⓒ무신사 노매뉴얼 홈페이지 캡처
비바스튜디오의 맨투맨과 밀리언코르의 데님 스커트에 톰투머로우의 가방을 맨 김태연(경영 21) 학우.
사진 | 김가현 기자 dreamer7@
ⓒ무신사 비바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무신사 밀리언코르 홈페이지 캡처
ⓒ무신사 톰투머로우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