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찬주 기자 (chanjupark7@gmail.com)

인사캠 만남 - 박상영(프문 07) 동문

책을 좋아하던 소년이 작가로 성장하기까지

모든 즐거움과 경험에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

“저는 작품이 저보다 앞서기를 바라는 작가예요.” 문학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작가 박상영(프문 07) 동문이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포착하며 끊임없이 소설을 통해 사회를 담아내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책을 좋아한 소년, 다양한 꿈을 꾸다

박 동문은 유년기부터 책을 쉽게 접하고 벗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어머니가 책을 많이 사주셨을 뿐만 아니라 잠들기 전 자주 읽어주셨어요.” 그가 작가를 꿈꾸기 시작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중학생 때까지 만화가를 꿈꿨던 그는 고등학교 입학 후 3년 내내 장래 희망으로 작가를 꼽는 학생이 됐다.

불문학에 흥미를 느껴 프랑스어문학과에 진학한 그는 특히 프랑스 문학에 관심을 가졌다. “프랑스 문학의 주된 관심사는 ‘왜 사는가?’와 ‘인간 감정의 기반은 무엇인가?’예요. 인간의 감정과 사랑을 배우는 학문을 전공할 수 있어 행복했죠.” 학창 시절에 미국 드라마와 시트콤 시청을 즐겼던 박 동문은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 했다. 콘텐츠 제작에도 흥미를 느꼈던 그는 대학생 때 드라마 PD가 돼 방송국에서 일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박 동문은 현재도 소설 집필을 넘어서 유튜브, 방송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제 소설을 영상화하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혼자 구축했던 세계를 남들과 상의해서 실재하는 세계로 만들어 나가는 게 정말 재밌어요.”

‘가장 아름답고 치열했던’ 대학 시절

재학 당시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살았던 박 동문은 대학 시절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치열했던 때’라고 정의했다. “저는 대학을 재밌게 다녔어요. 대학에서만 도전할 수 있는 일에 많이 뛰어들었죠.” 당시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던 그는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여러 기업이 진행하는 대외 활동과 홍보대사 활동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며 동시에 다양한 경험을 쌓고자 노력했다. “죽기 살기로 돈을 모아 여행을 떠나기도 했어요. 욕심이 많아서 어느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는 교지편집부 성균지의 기자로도 활동했다. 박 동문은 소설가 김연수 동문을 인터뷰했던 당시를 회고했다.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인 문제에 치중해 ‘인간다움’에 무뎌지기 쉬운데, 김연수 선생님은 인간이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지 얘기해주셨어요. 나이가 들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박 동문은 재학 당시 말과 글에 대한 관심으로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수상하기도 했다. “도전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이를 인정받았던 일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이때의 경험이 원동력이 돼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대학 시절의 경험은 그의 작품에도 반영됐다. “『대도시의 사랑법』에 나온 낙산공원의 풍경과 대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친구들이 서로 의지하는 모습에도 제 경험이 투영됐어요.” 그가 지녔던 연애와 진로 등의 고민 역시 작품에 담겼다. “불안이 크던 제 20대의 감정이 『대도시의 사랑법』에 많이 드러났어요.”

작가가 되기 전, 다양한 직업을 갖다

박 동문은 동국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진학 전 그는 잡지사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다는 욕망을 얻었고 이후 작가로 도전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회사 생활과 작가 생활을 병행하다 2019년에 전업 작가로 전환했다. 박 동문은 작가로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글쓰기를 통한 수입이 확보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작가로 살아남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절박하게 버텼죠.”

△광고 회사의 AE(기획자) △일반 사무직의 경영지원팀 △잡지사 기자 △컨설턴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박 동문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의 생동감을 살렸다. “직장은 삶의 토대가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에서 일한 덕분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어요.”

사랑 3부작을 쓰며 다양한 세대에서의 사랑을 다루다

박 동문은 허영과 허물, 그리고 인정받고 싶지만 인정받을 수 없는 마음을 담은 단편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가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 중 ‘사랑 3부작’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그는 『대도시의 사랑법』, 『1차원이 되고 싶어』, 『믿음에 대하여』에 걸쳐 사랑에 대한 정의를 풀어냈다.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는 주로 20대나 30대 초반의 이야기를, 『1차원이 되고 싶어』에서는 10대를, 『믿음에 대하여』는 30대 중반 이후에서 40대를 담아내며 다양한 시기를 표현했다. “시대별로 사랑을 대하는 사람의 성숙도나 경험치가 달라져,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경험치가 쌓인다고 생각했어요.”

『1차원이 되고 싶어』에서 10대 시절을 다룬 이유를 묻자 그는 “처음 소설을 쓸 때부터 10대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라고 답했다. “어른과 어린이의 중간에 있는 청소년기의 감정과 삶의 형태에 항상 관심이 많았어요. 청소년기를 원만하게 지나온 사람들에게도 10대 시절이 남기는 공포나 상처가 있는 것 같았죠.” 그는 『대도시의 사랑법』을 쓰고 나서 10대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판단했다. 이는 박 동문이 이후에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집필한 이유가 됐다. “이 소설을 쓰는 과정은 저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정신적 고립과 가혹한 학교 환경으로 인해 본인의 10대가 절망적이었다고 표현한 박 동문은 소설을 통해 당시 자신에게 없었던 구원의 여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랑 3부작을 마무리한 『믿음에 대하여』는 팬데믹을 겪으며 인간이 서로를 병균으로 여기고 단절되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란 무엇인지, 어디서 믿음을 가질 수 있을지가 늘 궁금했어요. 이 질문으로 『믿음에 대하여』를 썼지만 사실 뚜렷한 답을 찾지는 못했어요.” 박 동문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하려 노력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가의 말에 ‘아직도 연약한 믿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적었다. “막연하지만, 희망이라는 걸 한번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독자들에게 건넨 말이죠.”

“문학은 소외된 것에 대한 이야기예요”

박 동문은 작가로서의 자신을 ‘현재형의 작가’로 표현했다. 그는 작품 속에 사회와 사회를 살아가면서 하는 생각을 풀어내고자 했다. “저는 계속 작품을 내는 현역 작가로 남고 싶어요.”

무거운 이야기를 밝게 담아낸다는 평을 받는 그는 김애란 작가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김애란 작가의 『달려라 아비』를 너무 좋아해서 문장을 필사하기도 했죠.” 그는 해당 작품이 발랄하면서도 진리가 잘 녹아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지금 세대에서 문학의 역할을 묻자, 박 동문은 “문학은 말을 거는 장르”라고 답했다. “독자는 주체적으로 그 작품을 읽어나갈 수 밖에 없어요. 어쩌면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독자가 적극적으로 작품을 향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문학이 독자와 작가 사이의 장벽이 없기에 서로의 마음을 가장 깊이 나눌 수 있는 내밀한 장르라는 설명이다. “누구에게도 이해받기 힘든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분들, 혹은 세상과의 연결감을 상실한 분들은 문학을 통해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 동문은 앞으로 소수자들의 이야기, 다양한 주체에 관련된 이야기를 써나갈 계획이라 전했다. 문학이란 본질적으로 사회가 자주 이야기하지 않은 것에 관심을 두는 장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인간 박상영이 살아가는 방식

박 동문은 과거에는 큰 상을 받거나 성공한 작가가 되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요. 일상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하죠.”

그는 ‘인간 박상영’을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정의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원하는 꿈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 꿈이 이뤄지고 나서도 힘든 상황이 있을 수 있고요.” 이어 그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아지고, 우리는 희망을 찾아낼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저라는 사람이에요”라고 전했다. ‘인간 박상영’으로서의 목표를 묻자 그는 “근원적인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무언가에 의존하지 않고, 제 힘으로 일상이 충만할 수 있도록 행복해지는 게 목표예요.”

날마다 충실하게 사는 삶

작가의 삶을 꿈꾸는 학우들에게 그는 ‘인풋’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많이 보고, 읽고, 쓰시길 바라요. 제가 그 방법으로 여기까지 왔기에 그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는 기한과 목표를 정해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언제 떠날지를 정해놓고 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 일이 절실하고 재미있어서 잘 안 될 때도 계속하긴 했지만, 하다가 안 되면 다른 걸 도전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어요.”

후배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묻자 박 동문은 “후회가 없도록 매일을 충실하게 살아가길 바라요”라고 전했다. 그는 즐거움과 경험 모두 본인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만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밌는 대학 생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또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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