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찬주 기자 (chanjupark7@gmail.com)

인터뷰 - 이재은, 임지선 감독

각자의 정희와 민영을 찾길 바라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게 돼

스물, 과도기의 나이에서 그토록 친했던 친구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며 누군가는 여전히 우정에 마음을 두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제 다른 곳에 마음을 둔다.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발견’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지난달 8일 개봉한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의 이야기다. 지난 23일 <성적표의 김민영>을 공동으로 연출한 이재은, 임지선 감독을 만나봤다.


<성적표의 김민영>을 제작한 이유는.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기보다는 인물의 선택, 특징, 그리고 관계성이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무살이 돼 환경이 달라지며 평생 갈 것 같던 친구들과 멀어지는 과정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담고 싶었다. 인물들을 보며 관객이 자신과 유사한 면을 찾아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극중 인물 ‘정희’의 경우 좋아하거나 위로하려는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용기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인물 설정이 주는 위로와 따뜻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정희’와 민영’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랐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지닌 특징이 있다면.
등장인물 셋 모두 기본적으로 각자의 외로움이 있는 인물들이다. 정희는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대학을 가지 않는 선택을 하며 이에 불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확신을 갖고 싶어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외로움을 느끼지만 그 외로움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거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면에서 단단한 인물이다. 민영이는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내면의 고민이 있다. 현실적인 것을 중요시하면서도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이상적인 꿈을 꾸는데, 이러한 고민을 남들과 쉽게 나누지 못한다. 수산나는 외국에 있어서 정희와 민영과 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세 명이라는 숫자가 주는 외로움을 곳곳에서 느꼈을 것이다.

영화를 제작하며 고심한 부분이 있다면.
특히 미술 파트에서 제작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관객들이 공감하고, 관련된 기억들을 바로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이 작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간도 인물에게 의상을 입히듯이 접근했다.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기숙사다. 기숙사의 실제적인 이미지를 찾아보며 소품들을 보이는 대로 구입했다. 서울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의 기숙사 방을 찾을 수 없어 지방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 외에도 사진 소품을 위해 청주까지 가서 촬영하거나, 3초 정도 나오는 민영이가 바다에 빠진 장면을 촬영하며 최대한 사실적으로 생각한 바를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최근 영화계의 여성 서사 작품의 흐름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최근 여성 영화인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여성 서사 작품도 증가했다고 느꼈다. 작품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이와 더불어 유의미한 작품들도 많아진 것 같다. 영화를 볼 때 특별히 ‘여성 서사 작품’이라는 의식을 갖고 작품을 고르지는 않는다. 이야기가 지닌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는데, 여성 서사 작품의 경우 스스로가 여성이기에 공감이 가능하고 또 본인과 닮을 가능성이 있어서 흥미를 느낄 뿐 일부러 구분하면서 보지는 않는다.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발견’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작품에서 드러내려고 했던 여성 관련 메시지가 있는가.
<성적표의 김민영>은 일부러 여성 위주의 이야기를 하려 제작한 작품은 아니다. 다만 제작자가 여성이고, 참고한 주변인도 여성이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하지만 여성보다는 한 명의 ‘사람’이라는 것에 집중해 개인으로서의 이야기를 썼다. 그래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공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작품 속에서 민영의 가족사진이 남자 가족으로만 구성돼 있는데 이 부분은 우리 세대가 느꼈던 부분의 반영이기도 했다. 여성과 더 밀접하고 농도가 짙은 영화들도 있지만 우리 영화는 다소 농도가 낮다. 그런 면에서 여성 서사 작품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임지선, 이재은 감독
사진ㅣ박찬주 기자 chanjupark7@

 

<성적표의 김민영> 메인 예고편 장면.
ⓒ엣나인필름유튜브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