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혜균 기자 (sgprbs@skkuw.com)

웰컴 대학로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함께 열려

프린지부터 워크숍까지 지속적인 공연예술의 장이 되길

엔데믹이 다가오면서 대학로에도 진정한 가을이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되지 못했던 대학로 일대의 가을 축제들이 하나둘 열리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난 8일과 9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대학로에 방문해봤다.

어서오세요, 대학로에!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30일까지 대학로 일원에서 2022 웰컴 대학로 페스티벌(이하 웰컴 대학로)이 열렸다. 웰컴 대학로는 2017년을 시작으로, 매년 가을 국내 및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학로에서 개최되는 공연관광축제다. 해당 축제에서는 △넌버벌 퍼포먼스 △뮤지컬 △연극 △전통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공연을 만나볼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웰컴 대학로는 대부분의 공연과 이벤트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번 축제에는 역대 가장 많은 150여 편의 공연이 펼쳐졌다. 지난 29일과 30일까지는 각각 거리공연 ‘웰컴 프린지’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등과 연계한 공연 ‘웰컴 플러스’가 열렸다. 다음 달 27일까지 혜화역 1번 출구 앞 스콘뮤직홀에서 11개 작품이 릴레이로 상영되는 ‘웰컴 씨어터’가 열린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온라인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다음 달 23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부터 오전 12시까지 △네이버TV △마펑워 △유튜브 △NOW에서 선정작 10편이 방송될 예정이다.

대학로 상권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지난 8일 오후 3시께 방문한 혜화역 2번 출구 앞 ‘웰컴 안내소’에서는 스탬프 투어에 참여하고 상품을 받는 시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스탬프 투어는 △낙산공원 △마로니에 공원 △아르코예술극장을 비롯한 대학로 스팟 8곳을 돌며 스탬프를 모으는 이벤트다. 스탬프를 모두 획득한 선착순 500명에게는 상품으로 피크닉 매트를 증정했다.

웰컴 대학로에서 진행하는 만족도 조사에 참여하면 ‘대학로 추천상점 30’ 5000원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웰컴대학로 관계자 A씨는 “축제와 연계한 대학로 일대의 지역 가게 30곳과 함께 진행하는 이벤트”라며 “관객들이 공연뿐만 아니라 대학로의 맛집도 함께 즐기며 자연스럽게 대학로 전체가 공연관광의 중심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생기 돋는 대학로, 예술인도 관객도 활짝

프린지는 정형화된 틀의 연극에서 벗어난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형태의 공연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번 달에는 예술가들의 개성 넘치고 자유로운 공연을 볼 수 있는 ‘웰컴 프린지’가 주말마다 마로니에 공연 광장과 소나무길에서 열렸다.

웰컴 프린지가 진행된 지난 8일, 소나무길에서는 ‘차 없는 거리’가 시행됐다. 평소 차가 다니던 거리에 간이 무대와 천막이 세워졌다.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 반까지 △뮤지컬 △버블쇼 △팝페라를 비롯한 다양한 공연이 열렸다.

오후 2시경, 셔틀버스를 타고 혜화역 1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내려 소나무길로 가는 길을 건너는 순간 저 멀리서부터 익살스러운 경상도 말씨가 들려왔다. “아버님! 아 잘 잡아놓이소. 비눗물 몸에 많이 튑니다!” 여기저기서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신신당부를 한 안동윤(44)씨는 기다란 장비에 비눗물을 적시더니 능숙한 몸짓으로 허공에 장대를 휘둘렀다. 수많은 비눗방울이 하늘을 수놓자 관객들은 입을 모아 ‘우와’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즐겁게 비눗방울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관객을 바라보는 안씨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안씨는 2006년부터 16년째 거리극 버블쇼를 해온 베테랑이다. 안씨는 웰컴 대학로에서도 세 번 무대를 선 경험이 있으나 이번 공연은 유독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마스크를 벗고 제 공연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 보니까 저까지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고 기분이 좋네요. 감동스럽습니다.” 안씨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공연이 불투명해지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2년간 11톤짜리 화물차 운전을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안씨는 “이번 웰컴 대학로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거리공연이 활성화되며 대학로가 공연예술의 중심지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지난 8알 오후 2시경 소나무길에서 안동윤(44)씨가 버블쇼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ㅣ김혜균 기자 sgprbs@

더 많은 공연, 더 많은 관객이 즐기도록

웰컴 대학로는 지난 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2022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도 연계해 관객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예술극장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극장 쿼드를 비롯한 대학로를 중심으로 열렸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올해 주제는 전환이다. 기후위기와 환경, 세대, 젠더 등의 이슈를 다룬 공연 23편과 워크숍 페스티벌이 열렸다.

지난 11일 오후 7시에는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김모든 안무가의 워크숍 ‘찌르거나 피하거나’가 열렸다. 해당 워크숍에서 김 안무가는 펜싱에서 영감을 받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안무를 창작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참가자들은 김 안무가의 설명에 따라 안무를 만들고 피드백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워크숍에 참여한 연극배우 김현섭(29)씨는 “워크숍에서 배운 움직임들을 일상생활이나 춤을 출 때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또한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는 상영된 23편의 공연 중 7편의 공연이 배리어프리로 상영됐다. ‘섬 이야기’,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콜타임’ 등에서는 일부 회차에 한해 장애인 관객에게 자막이나 음성 해설 등을 제공했다.

공연 ‘잠자리 연대기’는 모든 회차가 배리어프리로 진행됐다. 공연이 시작하자 사회자는 무대의 구조와 배우의 옷차림을 묘사하고 배우들은 발을 굴러 무대 위에 서 있는 위치를 알렸다. 공연은 한글과 영어 자막이 제공됐으며 공연 진행을 돕는 안내원 또한 입이 보이는 투명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뼉을 쳐 비상시 대피로의 위치를 알리기도 했다. 공연을 관람한 정예교(28)씨는 “자막이 있어서 극을 이해하기 더 쉬웠다”며 “다른 공연도 자막이나 수어 통역이 생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오후 7~9시 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 하늘 5층에서 진행된 김모든 안무가의 워크숍 '찌르거나 피하거나'
사진ㅣ김혜균 기자 sgpr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