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미 기자 (qewret16@skkuw.com)

다양한 사회문제와 연결된 기후위기

기후불평등에 대한 안전망 구축해야

 

지난 9월 24일, 시청-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3만 5천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그들은 ‘기후위기는 인권위기’, ‘모든 불평등을 끝내자’ 등이 적힌 슬로건을 들고 행진했다. 기후위기는 ‘인권’, '불평등’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기후위기에 더 심해지는 불평등
기후정의행진은 2019년 기후위기비상행동 이후로 3년 만에 개최된 대규모 기후 행동이다. 행진에는 △노동 △농민 △여성 △장애인 등과 관련된 400여 개 단체와 수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백종성 조직팀장은 “2019년에는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임을 알리려 했다면, 올해는 기후정의에 대한 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며 변화된 의제를 소개했다. 행진에 참여한 김현수(글바메 20) 학우는 “*다이-인 퍼포먼스에 참여하며 기후위기로 인해 목숨을 잃은 분들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기후불평등을 지켜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후불평등이란 기후위기를 초래한 집단이 아닌 책임이 적은 집단이 기후위기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보는 상황을 일컫는다. 지난 신림동 반지하 참사도 기후불평등의 일종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과 스톡홀름 환경연구소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117개국의 소득 상위 10%는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2%를 차지했으나 소득 하위 50%는 7%에 불과했다. 소득 수준 상위 계층은 보험 구매, 안전한 주거 환경 확보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비교적 적은 피해를 입지만 경제적 취약계층은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에 더욱 쉽게 노출된다. 경제적 취약성과 기후취약성이 연결되는 것이다.

기후불평등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나타난다. 지난달 28일 미국 과학 진흥 협회의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13년까지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적도 근처 개발도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6.7% 하락했으나, 선진국의 GDP는 평균 1.5%에 그쳤다.

기후불평등, 모든 사회문제와 얽혀 있어
기후위기는 △연령 △산업 △세대 등에 있어 기존부터 존재해 온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한국환경연구원이 발표한 「2020 폭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만 명당 온열질환자 발생률은 2011년에서 2018년 동안 9.8명이었던 반면, 65세 미만 인구는 4.3명으로 조사됐다. 산업별로는 △농업 △어업 △산림업 △건설 종사자의 열사병 위험도가 높았다.

기후위기는 농업을 위한 투입비용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2019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이상기후가 농업 부문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78.6%가 ‘이상기후로 인해 노동력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농민 집단 내에서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기후위기로 인해 더 좋은 시설이 필요하지만 경제 수준에 따라 대응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나아가 농업중심지역과 비농업중심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킨다. 탈성장과 대안연구소 김현우 소장은 “기후위기의 특성상 시설을 마련하더라도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결국 산업 구조 차이에서 비롯된 기존의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대에 따른 불평등도 기후위기와 연결된다. 지난해 『사이언스』에 게재된 「극한 기후 노출로 인한 세대 간 불평등에 관한 연구」는 2021년생이 60년 전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7배 더 많은 폭염, 2배 더 많은 산불 등을 마주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정필 소장은 “기후위기 특성상 책임 주체인 기성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에 피해가 가중돼 원인과 책임의 분리, 가해와 피해의 불일치라는 모순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기후위기 완화 과정에도 불평등이 발생한다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과정에서도 기후불평등은 발생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기온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이에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6기를 LNG발전소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전환 과정에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일하던 노동자들은 실직 위험에 처한다. 기후사회연구소 한빛나라 소장은 “이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험이 커진다”며 전환으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되는 점을 짚었다. 석탄산업에 의존하고 있던 지역의 경제 역시 흔들린다.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에서는 발전소가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 소장은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은 낮은 재정자립도, 인구감소와 같이 기존의 문제들도 함께 작용해 석탄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을 유치하기도 어려운 구조”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전환 과정은 ‘정의로워야’ 한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전환 과정에서의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을 규정했다. 법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정의한다.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독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독일은 2020년 탈석탄법과 함께 ‘석탄지역구조강화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는 탈석탄으로 인해 경제적 구조가 취약해진 지역에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함으로써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법이다. 한 소장은 이에 대해 “석탄지역을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기지로 삼아 전환을 통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독일은 탈석탄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주체가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탈석탄위원회는 △관련 기업 △노동조합 △지방정부 등이 위원으로 구성된다. 전환의 당사자가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의 개념을 이행한 것이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도 이해당사자 모두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후위기는 기후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지해야
앞선 기후위기와 연결된 불평등 사례들로 인해 기후정의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국제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기후불평등을 중대한 문제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서는 기후불평등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최초로 ‘손실과 피해’를 의제로 설정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기후불평등에 대한 단편적인 대응이 아닌 보다 폭넓은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8월 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 사례를 예로 들자면, 당시 논의됐던 ‘반지하 주택 거주 금지’ 수준에서 나아가 주거 안정성 확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더 넓고, 유연한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산재한 불평등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이-인(Die-in) 퍼포먼스=참여자들이 일정 시간 땅에 눕는 비폭력 시위.
◇탄소중립=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막아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 수준으로 낮추는 것.
◇COP27= 지구 온도 상승폭을 제한하는 조치를 합의하는 제 27차 기후변화 회의.

광화문 앞에서 다양한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
ⓒ스튜디오 R 박상헌 사진작가 제공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 중인 기후정의행진 현장.
ⓒ스튜디오 R 박상헌 사진작가 제공